[단독] “황금시대 열자”던 韓·몽골… EDCF 차질에 외교 마찰 비화

한국 2022억원 차관 제공 통해
현지 지역난방 개선 사업 돌입
몽골 “공정 지연” 계약종결 통지
외교부 요청에 철회됐지만 파행

건설공제조합 선수금환급 보증
몽골, 2025년 7월부터 보증금 요구
관계부처에 회수 조치 지시도
한국 법정으로 분쟁 확대될 듯

한국 정부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으로 추진된 몽골 지역난방 개선사업이 양국 협력 증진이 아닌 외교적 마찰의 빌미가 되고 있다. 한국 업체가 맡은 사업이 중단된 데 이어 몽골 정부가 사업에 보증을 선 한국 건설공제조합을 상대로 2000만달러(약 270억원)를 요구하는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 외교부의 판단 미스가 사태 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몽골 정부의 법적 대응 결정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몽골을 국빈 방문해 오흐나 후렐수흐 몽골 대통령과 ‘한·몽 관계의 황금시대’를 열겠다는 공동 비전을 제시하기 직전에 나왔다는 점이 주목된다.

 

1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실이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몽골 정부는 7월 초 내각회의에서 외교부, 에너지부, 법무부 등 정부부처에 한국의 건설공제조합을 상대로 선수금 보증금 회수를 위한 소송 등 조치를 이행하도록 지시했다.

한국과 몽골이 '황금시대'를 선언하며 추진한 EDCF 사업이 차질을 빚으면서 양국 간 외교 마찰로 번지고 있는 상황을 풍자한 이미지. 인공지능(AI) 플랫폼 ‘세계온(SEGYE.On)’으로 생성

분쟁의 발단은 한국 정부가 EDCF 차관을 통해 지원하기로 한 몽골 10개 아이막 지역난방 시스템 개선사업이다. 아이막은 몽골의 행정단위를 말하는데, 몽골은 21개 아이막과 수도 울란바토르로 구성돼 있다.

 

한국 정부는 2018년 10월 1억4870만달러(2022억원)의 차관 지원을 승인했고, 같은 해 12월 수출입은행과 몽골 재무부가 차관공여계약을 체결했다. 몽골 에너지부는 이후 벽산엔지니어링과 시공계약을 맺고 2022년 공사에 들어갔다.

 

3개 공구의 시공계약 규모는 총 1330억원으로, 이 가운데 675억원이 집행됐다. 특히 2022년 집행된 399억원은 전액 선수금이었다.

 

그러나 시공사인 벽산의 공정 지연이 장기화하면서 사업은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몽골 에너지부는 2024년 10∼11월 벽산의 장기간 공정 지연을 이유로 계약 종결을 통지했다. 이때 우리 외교부가 개입했다. 벽산과 함께 주몽골한국대사관이 나서 몽골 정부에 계약 종결 통지를 철회해달라고 요청한 것이었다. 그러나 계약 종결 통지가 철회된 지 수개월 만인 지난해 3월 벽산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후 벽산은 사업비 691억원 증액과 413억원의 즉시 선지급 등을 조건으로 공사를 계속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몽골 정부가 거부했다. 결국 벽산은 지난해 6월 몽골 에너지부에 계약 해지를 통지했다.

 

사업 중단은 보증금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계약 해지로 사업이 중단된 뒤 몽골 에너지부는 지난해 7월부터 벽산과의 계약 당시 보증을 섰던 건설공제조합에 선지급된 공사대금과 관련한 약 2000만달러의 선수금환급보증금 지급을 요구했지만, 아직 지급되지 않고 있다. 벽산이 법원에 지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건설공제조합이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뒤 지난해 7월15일 가처분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몽골 정부가 지난 7월 관계부처에 회수 조치를 지시하면서 분쟁이 한국 법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몽골 정부는 잔여공사 역시 자체 예산으로 추진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파행의 여파는 국내 업체에도 미쳤다. 수출입은행이 파악한 국내 납품업체 1곳의 미수금은 약 28억원이다. 회생채권 신고와 채권조사확정재판을 거쳐 법원이 인정한 금액으로, 업체에서는 100억원대 손실을 주장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이 하도급업체 보호를 위한 관리 장치를 보완한 것은 사업이 중단된 이후인 올해 5월이었다. 수은은 표준입찰서류를 개정해 입찰업체에 ‘하도급계약 시행계획 제출’과 ‘하도급대금 집행점검 협조 의무’를 새로 부과했다. 기성금도 하도급대금 지급 여부를 확인한 뒤 집행하도록 절차를 개선했다. 양국이 개발협력 확대를 포함한 ‘한·몽 관계의 황금시대’를 선언한 가운데, 기존 EDCF 사업을 둘러싼 분쟁은 양국이 풀어야 할 현안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