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 삶의 질’ 취업보다 주거·소득이 좌우

市, 개발 지표 측정 결과 첫 공개

자가 거주자 5점 만점에 3.31점
보증금 없는 월세 대비 0.69점↑
직장 여부 따른 차이 0.06점 그쳐
부모·자녀 ‘샌드위치 돌봄’ 48%
市, 정책 수요 파악해 맞춤 지원

고용률과 소득, 두 지표만으로는 중장년(만 40∼64세)의 다양한 삶을 파악하기 어렵다. 같은 중장년이라도 일자리와 소득, 주거·돌봄 상황 등에 따라 필요한 지원은 다르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한국인구학회가 중장년의 삶을 다각도로 진단하는 ‘서울시 중장년 삶의 질 지표’를 개발한 배경이다.

 

지표 분석 결과 서울시 중장년은 주거 안정성과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득 하위 25%의 만족도는 크게 떨어졌다. 

‘서울시 중장년 정책포럼 2026’이 열린 행사장 전경.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제공

시와 재단은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 중장년 정책포럼 2026’에서 지표 측정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한국인구학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계봉오 국민대 교수(사회학)가 발표한 결과는 중장년 2058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했다. 지표는 가구 경제·고용·주거·건강·돌봄·노후준비 등 75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서울 중장년의 삶의 만족도는 5점 만점에 평균 3.18점이었다. 특히 주거 형태와 소득 수준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졌다. 자가 거주자의 만족도는 3.31점으로 보증금 없는 월세 거주자(2.62점)보다 0.69점 높았다. 소득 상위 25%(3.48점)는 하위 25%(2.83점)보다 0.65점 높게 집계됐다.

 

혼인·가구 형태에 따른 격차도 컸다. 기혼자는 미혼자보다 0.57점, 3인 이상 가구는 1인 가구보다 0.5점 높았다. 반면 취업 여부에 따른 차이는 0.06점에 그쳤다. 

부모와 자녀를 돌보는 부담 역시 작지 않았다. 서울 중장년 10명 중 9명(88.1%)은 부모나 자녀를 돌보고 있었다. 둘 다 돌보는 ‘샌드위치 돌봄’은 48.4%였고, 50∼54세에서는 62.1%까지 높아졌다. 계 교수는 “중장년의 소득이 줄어드는 시점에 돌봄에 따른 신체적·경제적 부담은 오히려 커진다”고 진단했다. 

 

필요한 월 생활비는 가구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자가를 보유한 52세를 기준으로 최소 196만원, 적정 321만원, 여유 540만원으로 집계됐다. 가구 형태별로는 1인 가구가 134만∼414만원, 5인 가구(부모 부양)가 286만∼705만원으로 최대 두 배가량 차이를 보였다.   

 

정책서비스 가운데는 사회공헌 일자리 연계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운동·신체활동 프로그램, 재취업 지원, 인공지능(AI) 역량교육이 뒤를 이었다.

 

계 교수는 “‘서울시 중장년 삶의 질 지표’는 평균 뒤에 가려진 삶의 차이를 찾아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정책을 연결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섭 한국기술교육대 HRD 대학원 교수는 고용·훈련 통계와 현장 인터뷰를 토대로 중장년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로 안전·소방, IT·통신, 에너지·설비, AI·데이터 등 7개를 제시했다. 최 교수는 AI 전환지원 전문가·정보통신 인프라 유지보수사·영상정보관리사·중소기업 경영지원 전문가·펫 푸드 전문가·태양광 안전관리자 등 6개를 대표 직무로 선정해 300~320시간 규모의 훈련 로드맵을 제시했다.

 

송민혜 재단 정책연구팀 책임은 중장년의 경력과 기업의 채용 요건 사이에 생기는 간극을 짚었다. 그는 “기업의 미충원 사유 중 61.3%가 자격과 경력 요건의 미충족으로 나타났다”며 “전문 기술직과 단순 기능직 사이에서 중장년의 경험·기술을 보탤 수 있는 ‘중간 직무’를 발굴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간 직무는 교육을 통해 일정 수준의 역량을 갖춘 뒤 수행할 수 있는 직무로 하수도 기계제어관리원, 기계설비운영관리원, 학교시설물 안전관리요원 등이 해당한다. 

계봉오 국민대 교수가 15일 열린 ‘서울시 중장년 정책포럼 2026’에서 ‘서울시 중장년 삶의 질 지표’ 측정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 제공

시와 재단은 올해부터 매년 ‘서울시 중장년 삶의 질 지표’를 측정해 연령, 가구, 주거·돌봄 상황별 정책 수요를 파악하고 맞춤형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취업 지원 거점도 확대한다. 시와 재단은 올해 3월 서부(은평구), 중부(마포구), 남부(구로구), 북부(도봉구), 동부(광진구) 등 5개 권역에 중장년취업사관학교를 개관해 지원을 시작했다.

 

앞으로 서울 자치구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강소랑 재단 정책연구팀장은 “현재 5개 권역 외 20곳에 캠퍼스를 추가로 조성하면 예상 이용자의 94% 이상이 신규 이용자로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 팀장은 다만 “기존에 거주지와 취업사관학교의 거리가 1㎞ 멀어질 때마다 이용률이 6.5% 감소하고 거점에서 4㎞를 넘어서면 더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며 “새로운 거점에 중장년취업사관학교를 조성할 경우 잠재 수요와 인구 규모를 고려해 최적지를 선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