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래 최고 찍은 미 국채금리, 한국 영향은… 금감원, ‘폐쇄적 CEO 선임’에 경고 [한강로 경제브리핑]

글로벌 금리의 기준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넘어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채권시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편 국내 금융권에서는 지배구조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KB금융지주가 ‘세대교체’를 표방하며 현 회장의 연임 대신 새로운 얼굴을 택한 가운데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회사에 자회사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승계 절차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질타했다. 15일 주요 경제 이슈를 모았다.

사진=UPI연합뉴스

◆미 국채 금리 5% 터치… 국내 영향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10년물 금리는 장중 5.026%까지 치솟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인베스팅닷컴 통계로는 장중 5.04%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날 2023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5%를 돌파한 뒤 이틀 연속 5%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에서 10년물 국채 금리는 회사채 발행 기업의 조달 금리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기준선으로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학자금대출 금리 등을 산정할 때도 큰 영향을 미친다.

 

미 국채 금리가 크게 오르면서 국내 시장 금리도 상승하는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채 금리는 은행채·회사채 금리를 연쇄적으로 밀어올려 소비·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주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하면 시중금리 상승이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6.6bp(베이스포인트·1bp=0.01%포인트) 오른 연 4.091%에 장을 마쳤다. 10년물 금리는 연 4.600%로 6.4bp 상승했다. 3년물 금리는 2023년 10월 이후, 10년물은 2022년 10월 이후 각각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1월2일 연 2.935%였던 3년물 국고채 금리는 9개월 사이 1.156%포인트 상승했다. 

 

김성규 우리자산운용 채권운용2본부 팀장은 “미 국채 10년물이 5%를 터치하다보니 우리 채권금리도 동조화하고 있다”며 “이번 주 미국·일본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다 보니 전반적으로 투자 심리가 안 좋아 국내 채권 금리도 많이 오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국을 포함해 주요국 국채 금리가 일제히 들썩이면서 시장에서는 경제에 미칠 충격을 주시하고 있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금융채·회사채 금리가 동반 상승한다. 은행채 5년물 금리는 혼합형(5년 고정 후 변동) 주택담보대출의 지표금리다 보니, 주담대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는다. 회사채 금리 상승은 기업의 재무 부담 가중과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이어진다. 다만 국내 기업은 회사채보다 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아 금리 상승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영무 NH금융연구소장은 “국채 수익률이 올라가면 은행채·회사채 등 나머지 채권 금리도 다 올라간다”며 “결국 가계·기업 등 이미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주체들의 부담이 커져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산 시장도 긴장하고 있다. 채권 금리 상승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가는 미래 현금 흐름에 일정 할인율을 적용해 현재 가치로 환산한 값인데, 이때 적용하는 할인율이 미 국채 금리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할인율이 커지고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약해지다 보니 주가 하락이 뒤따른다.

 

조 소장은 “최근 주가 상승세를 주도했던 인공지능(AI)이나 로봇 같은 신성장 산업의 주가는 국채 금리 상승에 다른 섹터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하기에 올해 봄부터 문제된 여러 불안감을 더욱 고조시킬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빅테크들이 잉여현금흐름 부족으로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금리가 오를 경우 담보 가치가 하락해 유동성 위기가 불거질 위험도 언급된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5∼16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리라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미 금리가 오르면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당국, 금융지주 CEO 인선 ‘투명·공정’ 주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기관 CEO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의 발언은 KB금융그룹이 차기 회장을 추천하면서 현 회장 연임 대신 ‘세대 교체와 과감한 변화’를 선택하면서 금융권이 파장이 큰 가운데 나와 주목된다.

 

이 원장은 15일 임원회의를 열고 “연말까지 은행장을 포함한 다수의 금융지주 자회사 CEO 경영승계 절차가 진행될 예정인데 대부분의 지주회사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가 수립한 자회사 CEO 승계 절차가 미흡하다”며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역할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CEO 자격 요건이 구체적이지 않고 추상적 정의만 제시하며 후보 압축 단계별 최소 검증기간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며 “형식적인 상시 후보군 관리와 불투명한 후보군 압축 및 검증 절차 등 문제가 있다”고 짚었다.

 

이 원장은 “향후 후보군 선정, 검증 및 평가, 기록 등 일련의 CEO 승계절차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올해 1월부터 운영해 온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에서 나온 내용도 언급했다. 그는 “지배구조 선진화 TF에서 CEO 선임이 특정 계파나 친소 관계 등에 기반해 폐쇄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다양한 개선방안을 논의했다”며 “금융회사가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승계 절차를 운영해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노력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 11일 KB금융그룹이 차기 회장 후보로 양종희 현 회장이 아닌 이재근 KB금융 글로벌·자산관리·중소기업금융 부문장을 선정한 직후 나왔다. 업계에서는 KB금융이 연임이 점쳐진 양 회장 대신 이 부문장을 선택한 것을 두고 이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당국의 지배구조 선진화 의지가 직·간접적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이 원장이 CEO 경영승계 절차를 언급하면서 올 연말 금융권 인사에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5대(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그룹에서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 CEO는 은행장 5명을 포함해 총 54명에 달한다. 자회사 CEO 경영승계 절차가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이 원장이 ‘제대로 선임하라’라고 사실상 경고를 날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