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10대들 영혼까지 갉아먹는 6조원 스포츠베팅 [권준영의 머니볼]

온라인 매출 42.2% 급증…국민체육진흥기금 2조원대 조성
불법사이트 7만7000건 적발…검거 인원 68.9% 증가
49만명 구매패턴 분석해 ‘몰입지수’ 개발…AI로 과몰입 위험 관리
불법계좌 신고 3.4배↑…두바이 거점 1200억원 조직도 검거
[권준영의 머니볼]은 스포츠를 경기장 안의 스코어만으로 읽지 않는다. 선수와 팬, 기업과 자본, 기술과 시장이 얽혀 움직이는 스포츠 산업의 흐름을 데이터와 수치로 들여다본다. IT·인공지능(AI) 융합부터 스포츠 금융, 생활체육, 시니어 스포츠까지 전통적인 스포츠의 경계를 넘어 커지는 새로운 시장을 좇는다. 숫자에 담긴 돈의 흐름을 따라 스포츠 산업의 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읽고, 그 변화가 만들어갈 스포츠의 ‘다음’을 짚는다.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고등학생 A군은 스마트폰으로 스포츠 경기를 보며 승패를 예측하고 돈을 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경기 결과를 맞히는 재미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응원하던 팀의 경기에 돈을 걸어야 경기가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손안의 스마트폰 하나로 경기 시청과 베팅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스포츠를 즐기는 방식까지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체육진흥투표권 총매출은 6조원에 달했다. 온라인 매출은 1년 새 42.2% 급증했고, 불법스포츠도박 역시 빠르게 늘었다. 불법사이트 적발 건수는 7만7000건에 달했고, 수사망에 포착된 불법자금은 6714억원에 이른다.

 

관련 검거 인원은 315명에서 532명으로 68.9% 늘었고, 불법계좌 등을 신고한 건수도 351건에서 1181건으로 3.4배 증가했다.

 

16일 세계일보가 서울올림픽기념국민체육진흥공단(KSPO·이사장 하형주)으로부터 확보한 ‘2025 ESG경영보고서’에 따르면, KSPO는 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합법 영역의 구매관리부터 불법도박 차단, 청소년 예방, 과몰입 이용자 관리까지 대응 영역을 넓히고 있다.

 

◆6조원 시장, 커지는 판에 ‘건전베팅’ 관리까지

 

스포츠베팅 시장의 성장세에는 온라인 부문의 확대가 자리 잡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실명 기반의 온라인 구매수단을 중심으로 이용자 관리에 나섰다.

 

스포츠토토 등 스포츠재정사업으로 조성된 국민체육진흥기금은 국가 체육재정의 기반이기도 하다. 기금 조성액은 2020년 1조7228억원에서 2021년 2조1158억원, 2022년 2조3008억원으로 증가했고 2023년 2조1948억원, 2024년 2조3594억원, 2025년 2조2275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건전성’ 관리도 강화했다. 경륜·경정에는 ‘1·3 가이드’, 체육진흥투표권에는 ‘7가지 수칙’을 마련했다. 구매상한액을 높인 뒤에도 1만원 이하 소액구매 비율은 79.59%에서 79.64%로 오히려 소폭 상승했다.

 

기술을 이용한 차단 장치도 가동됐다. 20초 안에 동일 경주·조합을 10만원어치 연속 구매하면 구매를 반환하고 한도 준수 경고를 띄우는 방식이다. 시스템 자동 차단은 9554건으로 전년보다 167% 증가했고, 판매점 현장점검은 2784회로 34% 늘었다. 이상징후 포착 사례는 880건이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현장점검은 1061회에서 1258회로 19% 늘었다. 점검 횟수가 증가한 가운데 주요 건전구매 지적은 5건에서 3건으로 줄었고, 사감위 지적 건수도 12.15건에서 9.79건으로 19.4% 감소했다. 합법시장에 대한 감시가 촘촘해지는 가운데, 온라인을 타고 번지는 불법도박은 또 다른 대응을 요구했다.

 

◆불법도박의 ‘검은 돈’…청소년까지 파고든 1200억원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불법스포츠도박 대응을 강화하면서 수사의뢰는 119건에서 153건으로 29% 늘었고, 신고정보 공유 기관은 68개에서 170개로 확대됐다. 두바이를 거점으로 활동한 1200억원 규모 불법도박 조직을 검거하는 등 수사기관과의 공조 성과도 냈다.

 

지난해 7월 불법대응센터를 신설한 뒤 전담인력은 2명에서 10명으로 늘었고, IT 전문가 등을 포함한 모니터링단은 203명에서 207명으로 확대됐다. 불법도박 신고포상금 예산은 5억3200만원에서 7억2300만원으로 36% 증액했고, 2026~2028년 인공지능(AI) 불법탐지시스템 구축을 위한 13억원도 확보했다.

 

시민 신고를 통한 차단도 강화됐다. 불법계좌 신고포상액을 건당 1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높인 결과 신고 건수도 크게 늘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확보한 정보는 계좌정보 약 124만건, 불법도박사이트 URL·접속계정 약 164만건에 이른다.

 

더 심각한 문제는 청소년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최근 5년간 청소년 불법도박 문제가 약 3배 증가했다고 보고 지난해를 ‘청소년 불법도박 해결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예방 홍보 대상은 약 6만명에 달했다. 청소년 풋살대회에서는 781명을 대상으로 불법도박 근절 캠페인을 진행했고, 학생선수 승부조작·불법도박 인식교육에는 50개 팀, 2000명이 참여했다. 학교 정규수업에 중독예방 교육을 편성한 곳은 10개교, 참여 학생은 1080명이었다. 불법근절·신고 홍보는 1358개교에서 약 4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49만명 구매패턴 들여다보니…AI가 잡아낸 ‘과몰입’

 

사람이 일일이 이용자를 살피는 데는 한계가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꺼내든 해법은 데이터다. 스포츠베팅 고객 표본 49만명의 구매 데이터를 분석해 ‘몰입지수’를 개발했다. 구매액과 손실액 등 6개 지표에 가중치를 부여해 이용자의 몰입 위험도를 등급화하는 방식이다.

 

2025년에는 1729명을 대상으로 진단해 고위험 고객을 선별하고 중독예방 프로그램과 연계했다. 이용자의 몰입·의존 성향 개선 효과가 확인됐고, 개선체감도는 80.4점이었다. 올해부터는 이 몰입지수를 경륜·경정 모바일 플랫폼 ‘스피드온’과 체육진흥투표권 온라인 발매 시스템 ‘베트맨’에 탑재해 이용자별 위험도에 따른 자동 예방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위험도에 따라 대응도 달라진다. 건전·일반 이용자에게는 건전구매서약과 자발적 이용제한 제도를 안내하고, 주의 단계에서는 과몰입 위험 알림과 휴식 경고를 보낸다. 위험도가 올라가면 전문상담사가 개입해 중독예방 프로그램과 상담·치유 과정으로 연결한다.

 

온라인에서 위험 이용자를 가려내는 데 그치지 않고, 오프라인에서도 진단과 상담이 이어진다. 오프라인 진단검사는 2400명에게 실시해 과몰입 고객 200명을 선별했다. 영업장 내 희망길벗 중독예방치유센터에는 상담인력 11명을 배치했고, 전문상담사 심화상담은 261명에게 제공했다. 전문기관 연계 상담은 220명, 스포츠·음악·미술·향기치료 등을 활용한 회복 프로그램 참여자는 360명이었다. ​상담·회복 프로그램 참여자는 2024년 465명에서 지난해 841명으로 81%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