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7억 낼 바엔…30대, 빚 16조 끌어안고 서울 집 샀다 [숫자 뒤의 진실]

서울 생애최초 매수 비중 53.8% 역대 최고…절반 이상이 30대
치솟는 전·월세에 내 집 마련 전환…30대 매수자금 40.1% 대출
2월부터 7월까지 금융기관 15조8724억원 조달…금리 상승 부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7억원을 넘고 월세도 162만원까지 오른 가운데, 서울 집합건물 매수자 두 명 중 한 명 이상이 생애 처음 부동산을 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전셋값과 월세가 동시에 오르면서 무주택 실수요자의 매수 전환이 늘고 있다. 연합뉴스

생애최초 매수자의 절반 이상은 30대였다. 이들은 주택 매수자금의 40%가량을 금융기관 대출로 마련했다.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는 만큼 집을 산 이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서울 첫 매수 비중 53.8%…통계 공개 이후 최고

 

16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집합건물의 생애최초 매수 등기 신청은 9346건으로 집계됐다. 전월 8006건보다 16.7% 늘었다.

 

건수 기준으로는 2020년 8월 1만238건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았다. 당시 전체 매매 등기 2만5396건 가운데 생애최초 매수 비중은 40.3%였다.

 

지난 8월 서울 집합건물 전체 매매 등기 1만7371건 중 생애최초 매수가 차지한 비중은 53.8%였다. 대법원이 관련 통계를 공개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 들어서도 생애최초 매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0일 조회 기준 1~8월 서울 집합건물 거래 12만485건 가운데 생애최초 매수는 5만7416건으로 47.7%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3만9728건, 37.9%와 비교해 건수와 비중 모두 늘었다.

 

◆전세 7억 돌파·월세 162만원…커지는 주거비 부담

 

임대차 시장의 가격 상승은 무주택 실수요자의 매수 전환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7억1178만원이다. 7월 7억458만원으로 처음 7억원을 넘어선 뒤 한 달 만에 720만원 더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2만원으로 전월 159만2000원보다 1.8% 상승했다. 평균 월세가 160만원을 넘어선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전세보증금 마련 부담이 커지고 월세 지출까지 늘면서 임차와 매매에 들어가는 비용을 비교해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매수를 주도한 연령층은 30대다. 지난 8월 서울에서 생애 처음 집합건물을 매수한 30대는 4855명으로 전체의 52.0%를 차지했다. 40대는 2419명으로 30대의 절반 수준이었다.

 

서울 전역이 규제지역으로 묶여 일반 주택담보대출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40%로 제한된 가운데,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는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70%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디딤돌대출과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금융은 소득과 주택가격, 대출 한도 등의 요건을 별도로 충족해야 한다.

 

◆30대 매수자금 40%가 대출…상환 부담 커지나

 

관건은 집을 산 이후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받은 서울 주택 자금조달계획서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10일부터 7월 말까지 30대의 주택 매수금액은 39조5984억원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금융기관 대출로 조달한 금액은 15조8724억원으로 매수금액의 40.1%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40대의 대출 비중은 25.1%, 50대는 14.5%였다.

 

전체 연령대의 금융기관 대출액 28조3512억원 가운데 30대가 받은 대출이 약 56%에 달했다. 이 통계는 생애최초 매수자뿐 아니라 해당 기간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한 30대 주택 매수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30대는 기존 부동산을 처분해 마련한 자금의 비중도 18.7%에 그쳤다. 40대 37.8%, 50대 43.1%보다 크게 낮다. 기존 부동산을 보유·처분할 여력이 상대적으로 적어 금융기관 대출 의존도가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30대 주택 매수자들은 매수자금의 40%가량을 금융기관 대출로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ChatGPT 생성 이미지

대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금리도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과 8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 연속 인상해 연 3.00%로 올렸다. 5대 은행의 2년 고정형 전세대출 금리는 8월 말 기준 연 4.01~6.61%로, 올해 1월 말 연 3.38~5.88%보다 상단이 0.73%포인트 높아졌다.

 

대출은 부족한 자기자금을 보완해 내 집 마련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 집값이 조정되거나 금리가 추가로 오르면 대출 비중이 높은 30대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빠르게 커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