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뷰티 오프라인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자마자 초기 흥행에 성공했다.
홍대에 문을 연 첫 단독 뷰티 매장은 사흘 만에 매출 2억5000만원을 넘겼다. 2030 여성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면서 K뷰티를 둘러싼 오프라인 유통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신사 뷰티 홍대와 지하에 입점한 뷰티온누리약국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개점 첫 사흘간 총 2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구매 고객 1인당 평균 결제액인 객단가는 약 11만원이었다.
무신사 뷰티는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 인근에 약 400평 규모의 첫 단독 매장을 열었다. 지하 1층에는 약사가 직접 상담하는 뷰티온누리약국을 넣어 고기능성 제품과 전문 상담을 결합한 파머시 뷰티를 내세웠다. 지상에서는 메이크업과 향수, 스킨케어, 헤어·바디, 남성 뷰티 제품을 판매한다.
무신사가 첫 단독 매장의 승부처로 선택한 곳은 홍대다. 2030세대 유동 인구가 많고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대표 상권이라는 점을 겨냥했다.
실제 구매 고객 가운데 여성 비중은 76%로 나타났다. 여성 고객 중 20·30대가 80% 이상을 차지했다. 외국인 비중도 빠르게 높아졌다. 개점 첫날과 둘째 날에는 내국인과 외국인 구매 고객 비중이 약 55대45였지만, 일요일인 13일에는 외국인이 60%에 육박하며 내국인을 넘어섰다.
외국인 고객의 구매전환율은 무신사가 운영하는 다른 오프라인 매장의 약 2배 수준이었다. 구경에 그치지 않고 실제 지갑을 연 외국인 비율이 그만큼 높았다는 의미다.
판매 브랜드도 기존 대형 뷰티 유통망과 차이를 보였다. 컬러렌즈 큐레이션 플랫폼 폰피쉬가 국내외 고객 모두에게 인기를 얻으며 매출 상위권에 올랐다.
외국인은 오가나셀·닥터멜락신·닥터엘시아 등 더마·고기능성 스킨케어 제품을 많이 샀다. 탄력과 리프팅, 아이케어, 트러블 진정처럼 피부 고민별 기능을 내세운 제품에 수요가 집중됐다. 플라워노즈·오드타입·투에이엔 등 색조 브랜드도 상위권에 들었다.
국내 고객은 색조 제품 구매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리스키와 스나이델 뷰티, 뮤드, 투에이엔, 플라워노즈, 오드타입 등이 많이 팔렸다.
무신사의 참전으로 가장 직접적인 경쟁 상대가 된 곳은 CJ올리브영이다.
올리브영은 올해 8월 이미 국내 오프라인 매장의 외국인 누적 구매액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11월에야 1조원에 도달했지만 올해는 시점이 3개월 빨라졌다. 올 1~8월 외국인 결제 건수만 1101만건이다. 전체 오프라인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2년 2%에서 올해 8월 33%까지 커졌다. 외국인 고객 3명 가운데 1명꼴인 35%는 한 번에 10만원 이상을 결제했다.
대형 매장을 활용한 관광객 흡수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문을 연 올리브영 센트럴 명동 타운은 3개 층, 약 950평 규모다. 올리브영N 성수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큰 매장으로 외국인 맞춤 상품과 서비스를 집중 배치했다.
성수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올리브영N 성수는 개점 1년 만에 누적 방문객 250만명을 넘어섰고, 해당 기간 성수 연무장길 일대를 방문한 외국인 4명 중 3명이 매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성수 지역 단일 매장 가운데 외국인 카드 결제 건수도 가장 많았다.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뷰티 편집숍 시코르도 외국인 수요를 등에 업고 반등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시코르 명동점과 홍대점은 개점 4개월 만에 초기 대비 매출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 4월 기준 외국인 매출 비중은 명동점 90.2%, 홍대점 91%에 달했다. 사실상 매출 대부분을 외국인이 만들어낸 셈이다.
시코르는 K뷰티 브랜드 비중을 최대 70%까지 높이고 뷰티 디바이스와 메이크업 체험을 강화했다. 올해 1~7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4% 증가했다. 한때 19개까지 줄었던 매장도 다시 21개로 늘었고 추가 출점에 나서고 있다.
K뷰티 시장의 또 다른 축은 다이소다. 고가 제품과 대형 체험 매장이 아닌 5000원 이하 초저가 화장품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다이소 화장품 매출은 2023년 85%, 2024년 144%, 2025년 70% 증가했다. VT코스메틱의 리들샷과 손앤박 멀티컬러밤이 품절 사태를 일으키자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 대형 화장품 업체들도 다이소 전용 제품을 잇달아 내놨다.
상품 수도 급격히 늘었다. 2024년 말 60여개 브랜드, 500여종 수준이던 뷰티 상품은 올해 4월 기준 170여개 브랜드, 1900여종까지 확대됐다. 같은 기간 고객층도 1020세대에서 30·40대와 외국인까지 넓어졌다.
집 앞 편의점도 화장품 판매 경쟁에 뛰어들었다.
CU는 화장품 브랜드 엔젤루카와 손잡고 3000원대 수분크림과 물광팩, 앰플 등 소용량 화장품을 판매했다. 출시 약 5개월 만에 CU의 3000원대 화장품 누적 판매량은 5만개에 육박했다. GS25도 손앤박과 손잡고 3000원대 전용 색조 브랜드 하티를 선보이며 기초 제품에서 색조까지 영역을 넓혔다.
유통업체마다 공략법은 다르다. 올리브영은 압도적인 점포망과 상품 구색, 무신사는 2030 고객과 신진 브랜드 발굴력, 시코르는 체험형 서비스, 다이소와 편의점은 가격과 접근성을 앞세운다.
공통점은 외국인 관광객과 K뷰티가 오프라인 매장 확대의 핵심 동력이 됐다는 점이다. 외국인의 소비도 과거 면세점과 백화점 명품 화장품에서 벗어나 올리브영·무신사·시코르·다이소 등 일반 상권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8월 무신사 스탠다드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명동점 68%, 홍대점 53%, 성수점 61%로 집계됐다. 홍대에 올해 문을 연 무신사 킥스 역시 외국인 매출 비중이 62%에 달했다. 무신사가 뷰티 첫 단독 매장을 홍대에 띄운 배경도 이미 패션 매장에서 확인한 외국인 구매력을 뷰티로 확장하려는 전략과 맞닿아 있다.
온라인에서 시작한 무신사까지 대형 오프라인 매장을 열면서 K뷰티 유통 경쟁의 판은 더 커졌다. 소비자에게 어떤 브랜드를 보여주느냐를 넘어 가격과 체험, 전문 상담, 외국인 서비스까지 매장 자체가 경쟁력이 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