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출산·육아 지원이 단순한 복지 수준을 넘어 인재 확보와 장기근속을 위한 핵심 인사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
자녀를 낳은 직원에게 1억원을 지급하는 기업이 등장한 데 이어 육아휴직 기간을 법정 기준 이상으로 늘리거나 난임 치료, 어린이집, 복직 이후 경력관리까지 지원 범위를 넓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임직원의 출산·육아와 경력개발을 함께 지원해 온 성과를 인정받아 ‘제13회 2026 국가공헌대상’ 저출생 극복 부문 성평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대웅제약은 출산부터 육아, 복직 이후까지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2008년부터 스마트워크를 전사적으로 도입해 임직원이 업무와 개인 상황에 따라 근무 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탄력·단축근무와 재택근무, 거점오피스 등을 활용할 수 있고 워케이션 제도도 운영한다.
복직 이후에는 직무경력개발제도(CDP)를 통해 직원이 자신의 경력을 설계하고 직무를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나이와 근무연한, 국적, 성별보다 직무와 성과를 기준으로 보상하는 직무급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실제 대웅제약의 2022~2024년 육아휴직 및 출산전후휴가 복귀자의 고용유지율은 93.5%를 기록했다. 회사는 12년 연속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유지한 데 이어 지난해 가족친화선도기업으로 선정됐다.
출산 지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업은 부영그룹이다. 부영은 2024년부터 출산한 직원에게 자녀 1명당 1억원의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지난해 자녀를 출산한 직원들에게 총 36억원을 지급했다. 제도 도입 이후 누적 지급액은 134억원에 달한다. 두 자녀 이상이나 다둥이를 출산해 총 2억원을 받은 직원도 11명으로 집계됐다.
지원 방식이 현금에만 집중되는 것은 아니다. CJ그룹은 출산 이후 실제 돌봄 기간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CJ는 만 8세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직원이 최대 2.5년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육아휴직 플러스제’를 운영한다. 신생아 돌봄 근로시간 단축과 최대 4주간의 입학자녀 돌봄휴가도 지원한다. 서울·경기권 주요 사업장에서는 직장어린이집 ‘CJ키즈빌’을 운영하고 있다. 난임 시술을 받는 여성 직원에게는 휴가와 최대 6개월의 휴직도 제공한다.
롯데는 남성 직원의 육아 참여를 제도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그룹 차원에서 남성 직원이 출산 후 최소 1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해 왔다. 실제 롯데하이마트의 현재 채용 복리후생 안내에도 출산 후 자동 육아휴직과 남성 육아휴직 1개월 의무 사용 제도가 명시돼 있다.
롯데는 남성 육아휴직 의무제를 전 계열사에 도입한 이후 시행 초기부터 사용자가 크게 늘었다. 제도 시행 이듬해 상반기 남성 육아휴직자는 9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 400명의 두 배를 넘었다.
출산 이전 단계인 난임 치료까지 기업 복지가 확장되는 흐름도 뚜렷하다.
현대자동차는 본인 또는 배우자가 난임 시술을 받을 경우 의료비를 지원하고 연간 6일의 난임휴가를 제공한다. 배우자가 출산한 직원에게는 최대 20일의 출산휴가를 지원한다.
육아휴직은 남녀 직원 모두 자녀 1명당 최대 2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도 추가로 이용할 수 있다. 본사와 울산·아산·전주공장, 남양연구소 등을 포함해 직장어린이집 7곳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기도 임신 전부터 육아기까지 생애주기별 지원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난임 의료비와 난임휴가·휴직을 지원하고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과 태아검진휴가, 출산전후휴가 등을 제공한다.
출산 이후에는 육아휴직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을 사용할 수 있고 사내 어린이집과 유치원비, 자녀 학자금도 지원한다. 남성 직원에게도 난임휴가와 배우자 출산휴가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육아 때문에 경력을 중단해야 하는 직원을 겨냥한 ‘재채용 조건부 퇴직 제도’를 금융권 최초로 도입했다. 출생장려금과 난임 의료비를 지원하고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기업들이 출산·육아 지원을 강화하는 배경에는 저출생이라는 사회 문제와 함께 숙련 인력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필요도 깔려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출생아는 25만4341명으로 전년보다 6.7% 증가했다. 출생아 수는 2년 연속 늘었고 합계출산율도 0.80명으로 2024년 0.75명보다 상승했다. 출생 지표가 반등하고 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과거 기업의 출산·육아 복지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제공 여부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제도를 실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현금 지원과 장기 육아휴직뿐 아니라 유연근무, 난임 치료, 배우자 육아 참여, 직장어린이집, 복직 후 경력관리까지 지원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