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무적 판단은 내가"…동해 가스전 사업 재촉한 尹

尹 "당장 발표하겠다"…대통령실, 尹 임기 내 시추 요구
산업부 '면적' 건의에도 尹 국정브리핑서 '자원량' 언급

윤석열 정부의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 각종 문제가 있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시추 일정을 앞당기도록 직접 지시한 정황도 포착됐다.

 

윤석열 정부의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인 '대왕고래'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 각종 문제가 있었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대통령실 제공

감사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 관련 감사 결과를 16일 공개했다.



감사원은 지명경쟁입찰 및 기술평가 부당 실시, 충분한 검증 없는 조급한 시추 추진 등 모두 7건의 위법·부당 사항을 적발해 관련 기관에 처분을 요구하거나 통보했다.

◇ "정무적 판단은 내가"…대통령 질책에 시추계획 앞당겨

감사원이 공개한 추진 과정을 보면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은 대국민 발표부터 시추 계획까지 윤 전 대통령이 적극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에 따르면 2024년 5월 당시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유망성 평가 용역 결과 등을 보고받고 대통령실에 보고하도록 지시했고, 보고에서 산업부는 탐사 성공 가능성이 상당히 불확실한 만큼 대외 홍보를 자제할 것을 건의했다.

하지만 대통령실 내부 보고 과정에 안 전 장관의 대통령 직접보고 및 대국민 발표 방침이 결정됐다.

이후 장관의 직접보고 당일(6월2일) 정책실장이 대통령에 대국민 발표를 건의했고, 이에 윤 전 대통령이 당장 발표하겠다고 하자 참모진이 준비 등을 이유로 만류해 이튿날 발표로 결정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 산업부는 대통령실에 과도한 기대감 조성 등을 우려해 '자원량'이 아닌 '면적' 표현을 대안으로 건의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최대 140억 배럴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취지로 발표했다.

시추 계획 수립에도 윤 전 대통령이 적극 나섰다.

산업부는 같은 해 9월 대통령실에 2024∼2026년 3개공을 석유공사가 단독 시추하고 2028∼2029년 나머지 2개공을 시추하는 계획을 보고했으나, 대통령실은 대통령 임기 내(2027년 5월)로 시추 계획을 앞당길 것을 요구했다.

안 전 장관이 일정을 단축한 시추계획(2028년 1분기 완료)을 보고하며 '일정 관련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하자, 윤 전 대통령이 "정무적 판단은 내가 하는 것"이라고 질책하며 일정 재수립을 지시했다.

결국 안 전 장관은 무리한 일정이라고 생각하면서도 2026년까지 1개공을 제외한 4개공을 추가 시추하겠다고 보고했다.

감사원은 다만 이번 감사에서 산업부의 대통령실 보고 및 대통령의 발표 등과 관련해선 법·규정 위반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와 관련 "관련 규정이 없어 대통령실·산업부에 별도 조치는 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또 대통령의 탐사 자원량 발표 행위의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 관련, 금융감독원은 관련 주식 등 매매거래와 관련성을 알 수 없어 위반 여부에 대한 의견 표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 충분 검증 없이 시추 추진…국가계약법도 위반

실제 사업 추진 과정에도 각종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용역 결과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시추를 추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는 당시 유망성 평가 용역업체의 결과를 토대로 7개 유망구조를 도출한 뒤 탐사 자원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예측된 대왕고래 구조를 시추하기로 했다.

하지만 당시 업체는 '대왕고래 구조'의 지질학적 성공확률(석유·가스 발견 확률)을 19.1%로 예측했고, 이는 2021년 가스 발견에 실패한 '방어 구조'의 성공 확률보다도 낮은 것이었다.

따라서 석유공사는 충분한 검증을 거친 뒤 시추계획을 수립해 추진해야 하는데도 분석 방법의 적절성만 확인한 뒤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고 시추를 추진했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또 투자리스크 위원회 및 이사회의 심의·의결도 없이 시추선 용선 용역을 발주하는 등 관련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입찰을 진행했다고 감사원은 덧붙였다.

아울러 석유공사는 유망성 평가 업체를 선정할 때에도 국가계약법을 위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명경쟁 입찰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데도 일부 업체를 임의로 선정한 뒤 입찰을 실시해 공정 경쟁을 제한하고, 2단계 경쟁의 평가 기준을 공개하지 않아 투명성도 저해했다는 것이다.

이밖에 석유공사의 당시 개발사업 담당본부에 대한 성과 평가 당시 미달성 지표를 달성한 것으로 잘못 평가하고, 본부장이 자신이 근무했던 부서 실적을 평가해 이해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