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안정에 대한 기여를 놓고 고민해 온 정부가 논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신중을 거듭하고 있다.
16일 연합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 내에선 한미 관계와 한반도 준비 태세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파병 동의안을 국회에 보내지 않기는 어렵다는 기류가 형성됐다고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한국이 호르무즈 파병을 외면하고 있다는 취지로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 외에도 미측이 물밑에서 강하게 압박하고 있어 계속 시간을 끌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호르무즈 파병은 한미 관계 여러 현안과 궤를 같이하면서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므로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어떻게 다뤄질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한미 간에는 파병 외에 한국의 대미 투자 확정, 핵 추진 잠수함 및 원자력 연료 농축·재처리 등 안보 분야 협의, 북미 대화 추동 등 굵직한 현안들이 즐비하다.
한때 현안으로 부각됐던 쿠팡 문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종교 이슈 등은 상대적으로 잠잠해 보일 뿐 똑 부러지게 해결된 바 없이 도사리고 있다.
앞서 조 장관과 루비오 장관이 지난달 24일 통화로 '가까운 시일 내 만나자'고 약속했을 때만 해도 화두는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서 불을 지핀 '연내 북미 대화', '북핵 용인 우려' 등이었다.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현안들의 흐름을 감안하면 미측에 대한 이른바 북미대화 '피스 메이커' 역할 요청과 호르무즈 기여가 맞물려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조 장관이 미국에서 루비오 장관과 회담할 18일은 한국의 대미투자 1호 프로젝트 발표가 점쳐지는 시점이기도 하다.
다만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막판 조율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고 지난 13일 귀국하면서 "아직 몇 가지 이슈가 남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조 장관이 방미 계기에 대미 투자 협의의 막판 타결과 관련해서도 일정한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
또 대미 투자는 한미 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 구조상 한국의 핵잠수함 획득 및 우라늄 농축·재처리보다 먼저 기술돼 있는 부분이다.
즉 대미투자가 원활하게 진행될 때 핵잠과 농축·재처리 등 안보 협의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는 구조이기에 외교부 장관이 공을 들일 수 있다고 관측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 외교장관 회담 의제에 대해 "한미 현안이 안보부터 시작해서 여러 경제 현안도 있기 때문에 전반에 대해서, 특히 아무래도 한미동맹 관계를 진전시키는 현안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봤다.
파병 결정은 대외 외교·안보 환경에 국내 정치 지형까지 더해 셈해야 하는 방정식이다.
여권에서도 파병 반대 기류가 심상찮은 만큼 국내적 설득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속도조절론이 제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정부에서는 파병 옵션이 아니라 장비 지원 등을 일컫는 '기술적 지원' 가능성도 거론된 바 있다.
정부는 어떤 형태의 파병·지원이 됐든 미국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지, 호르무즈 평화·안정 기여를 통한 국익 수호라는 명분에 부합하는지, 국내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에 충분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청와대는 오는 17일 NSC 안건에서 호르무즈 파병 문제는 빠졌다는 보도 등과 관련해 언론 공지를 통해 "NSC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 주요 안보 사안을 다루는 NSC 관련 의제 및 논의 내용에 대한 근거 없는 추정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보도에 신중을 기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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