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의 고통’ 친족 성폭력 2억원 손배 청구 전액 승소 [별별화제]

형사 무죄 뒤집힌 친족 성폭력 사건
법원, 손해배상 청구액 2억원 전액 인정

친족에게 장기간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형사재판에서 가해자의 유죄가 확정된 후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했다.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시점을 민사상 소멸시효의 시작점으로 인정한 판결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친족 성폭력 피해자 A씨를 대리해 가해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피고는 원고에게 2억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서울 서초구 서울법원종합청사 모습. 연합뉴스

공단에 따르면 어린 시절 부모의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등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A씨는 19세 무렵 친척 B씨의 집에 거주하기 시작했다. B씨는 A씨와의 관계를 악용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총 5차례에 걸쳐 A씨를 간음하는 등 성폭력을 가했다.

 

오랫동안 피해를 밝히지 못하던 A씨는 주변의 권유로 2018년 B씨를 형사 고소했다. 하지만 1심과 2심 재판부는 B씨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반전은 대법원에서 일어났다. 대법원은 2025년 5월1일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고, 파기환송심은 B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며 최종 확정됐다. 이후 A씨는 법률구조공단의 지원을 받아 2025년 9월 B씨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민사 소송의 핵심 쟁점은 소멸시효 완성 여부였다. B씨 측은 마지막 범행 시점인 2018년 2월로부터 민사소송 제기까지 3년이 지났으므로 손해배상 청구권이 시효로 소멸했다고 주장했다.

 

공단 측은 형사재판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만큼 피해자가 가해 행위의 불법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한 시점은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이 선고된 2025년 5월로 봐야 한다고 맞섰다. 여기에 B씨가 취약한 환경을 이용해 장기간 성폭력을 가한 점과 A씨가 입은 심각한 정신적 고통, 유죄 확정 이후에도 사과나 피해 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강조하며 2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공단 측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청구액 전액 지급을 명령했다.

 

소송을 대리한 공단 소속 이보영 변호사는 “피해자가 장기간 지배·예속관계에 놓여 가해 행위의 위법성을 명확히 인식하기 어려웠던 사정을 감안해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시점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법리적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친족 성폭력 피해의 중대성과 정신적 고통을 충분히 반영해 청구액 전액을 인정한 판결”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