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꽃무릇과 분홍 상사화 지금 아님 못봐…함평·영광 사찰 숲 덮은 꽃축제 [여행+]

함평 모악산 꽃무릇축제 16일 시작
영광 불갑산상사화축제 18일 시작
전남 영광군 불갑사 숲 바닥을 꽃무릇이 붉게 덮었다. 사진=한국관광공사(황성훈) 제공

잎 한 장 없이 붉은 꽃대만 빽빽하게 올라와 숲 바닥을 붉게 물들이는 계절이다. 초가을 남녘 사찰 주변을 붉게 뒤덮은 이 꽃을 마주하고 전남 함평군은 꽃무릇축제를 열고 인접한 영광군은 상사화축제를 개최한다. 직선거리로 불과 2km도 떨어지지 않은 두 사찰에서 같은 풍경을 두고 서로 다른 이름을 부르는 배경에는 식물학적 사실과 지역 축제사가 얽혀 있다.

 

16일 함평군에 따르면 제27회 함평 모악산 꽃무릇축제가 용천사 일원 꽃무릇공원에서 개막해 20일까지 이어진다.

 

산자락을 맞댄 영광군에서는 제26회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가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열흘간 진행된다.

꽃무릇은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초록 잎 한 장 없이 붉은 꽃대만 올라와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황성훈) 제공

◆ 꽃무릇과 상사화의 생태학적 실체

 

현재 사찰 주변에 핀 붉은 꽃의 공식 국가표준식물명은 석산(石蒜)이다. 대중적으로는 꽃무릇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통용된다.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 생태정보에 따르면 석산은 수선화과에 속하며 9월에서 10월 사이에 붉은 꽃을 피우는 식물로 원산지는 중국이다.

 

이름이 상사화인 식물은 생태학적으로 별개의 종이다. 상사화 역시 수선화과 식물이지만 8월에 연한 홍자색 꽃을 피운 뒤 자취를 감춘다.

 

따라서 9월 중순 남녘 숲을 덮은 붉은 군락은 8월에 이미 개화를 마친 분홍빛 상사화와 개화 시기와 화색이 완전히 다르다.

 

두 식물이 한 이름으로 통칭되는 원인은 속명 분류에 있다. 둘 다 상사화속(Lycoris)에 속하며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 즉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는 공통된 생태적 습성을 지닌다.

 

상사화(相思花)라는 명칭 역시 잎이 말라 죽은 뒤 꽃이 피거나 꽃이 진 뒤 잎이 나오는 특성에서 유래했다.

 

석산은 가을에 붉은 꽃이 먼저 피고 진 뒤에 짙은 녹색 잎이 돋아난다. 함평축제관광재단은 꽃이 진 자리에서 돋아난 잎이 겨울과 봄 동안 동면기 산자락을 초록빛으로 유지한다고 설명한다.

 

초가을에 현장을 방문했을 때 초록 잎 없이 오직 붉은 꽃대만 관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광군 역시 공식 군정 자료를 통해 불갑산 일대에 피어나는 9월의 붉은 군락이 대규모 붉은 석산(꽃무릇)임을 기록하고 있다.

전북 고창군 선운사 물가를 따라 꽃무릇이 띠를 이뤘다. 사진=한국관광공사(황성훈) 제공

◆ 남녘 사찰 주변에 군락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

 

꽃무릇 군락지로 유명세를 떨치는 대표적인 명소는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전북 고창 선운사 등 사찰에 집중되어 있다.

 

사찰 일대에 이 꽃이 번성한 배경에는 실용적 목적이 작용했다. 석산의 알뿌리에는 독성 성분이자 천연 방부제 역할을 하는 알칼로이드가 함유되어 있다.

 

과거 사찰에서는 이 뿌리를 짓찧어 전분과 섞은 뒤 불경을 제본하는 풀로 쓰거나 탱화를 배접할 때 도포하여 좀벌레와 곰팡이의 침식을 방지했다.

 

1990년대까지 남부 사찰들이 경내와 숲길에 석산을 집중 식재했던 이유다.

 

사찰의 역사와 함께 증식한 결과 함평 용천사 주변 꽃무릇 군락은 자연보호 100경 가운데 48번째로 지정되었다. 함평축제관광재단 집계 기준 군락 면적은 40여만평에 달한다.

영광 불갑사 전각 앞 큰 나무 아래까지 꽃무릇이 번졌다. 사진=한국관광공사(황성훈) 제공

◆ 1.9km 경계에서 갈라진 지명과 명칭 유래

 

불갑사와 용천사는 지도상 직선거리로 약 1.9km 떨어져 같은 산맥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구역에 따라 산의 호칭이 분리된다.

 

영광군은 이 산을 불갑산으로 표기하고 함평군은 모악산으로 명명한다.

 

축제 명칭의 분기점은 지자체 정책에 있다. 영광군은 2001년 상사화 꽃길 등반대회를 모태로 삼아 2005년 공식 명칭을 상사화축제로 변경했으며 2009년에는 상사화를 군화로 지정했다.

 

축제의 상징 구호로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내세웠다.

 

함평군은 2000년 출범 당시부터 공식 표준어에 가까운 꽃무릇이라는 고유 명칭을 유지하며 올해 제27회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산맥의 동일한 식물 군락지를 두고 한쪽은 포괄적 속명을, 다른 한쪽은 고유 종명을 행사 브랜드로 확립했다.

영광 불갑사 일주문 앞에 축제 조형물과 부스가 늘어서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황성훈) 제공

◆ 가기 전에 확인할 것

 

함평 모악산 꽃무릇축제는 해보면 용천사 일원 꽃무릇공원에서 열린다.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입장료는 징수하지 않는다. 용천사 배후 차밭 산책로를 비롯해 대형 용분수대, 항아리 탑, 돌탑, 노천공연장, 야생화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모악산 등산로 4km 구간과 진입도로인 신해선 양측에 식재된 꽃길을 통해 도보 이동이 가능하다.

 

영광불갑산상사화축제는 불갑사 관광지구 일원에서 열린다. 대표 프로그램인 상사화 꽃길 걷기 외에도 사찰음식 체험, 천연염색 프로그램, 상사화 스탬프 투어가 마련된다. 불갑사 경내는 연중무휴 상시 개방되어 시간 제약 없이 관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