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디지털 생명보험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이 모회사 교보생명 품으로 돌아간다. 오랜 적자에 지난해 캐롯손해보험에 이어 교보라이프플래닛마저 간판을 내리면서 보험업계의 ‘디지털 보험’ 실험은 또다시 좌초 결말을 맞았다. 플랫폼 기반의 카카오페이손해보험 홀로 명맥을 유지하게 된 가운데 업계에선 디지털 보험사 시대의 ‘1막’이 종료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보험을 표방한 교보라이프플래닛, 카카오페이손보, 하나손해보험, 신한EZ손해보험 등 4사의 올해 상반기 순손실 규모는 1133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나손보가 711억원으로 가장 크고 신한EZ손보가 182억원, 카카오페이손보 175억원, 교보라이프플래닛 65억원 순이다. 모두 출범 이후 한 번도 흑자 전환을 하지 못하며 장기간 적자의 늪에서 허덕여 왔다. 디지털을 내세워 출범했던 하나손보와 신한EZ손보의 경우 최근 수익성 확대를 위해 대면·보험대리점(GA) 영업을 확대해 현재는 보험업법상 디지털 보험사 범주를 벗어난 상태다.
디지털 보험은 비대면 방식을 통해 보험상품을 판매·운용하는 보험사를 의미한다. 간편한 가입 절차와 가격 경쟁력을 장점으로 젊은 세대의 보험시장 유입을 이끌었지만 수익성 확보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가장 큰 원인은 비대면 영업 채널의 한계다. 디지털 보험사들은 법령에 따라 총보험계약건수 및 수입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 우편, 컴퓨터통신 등을 이용해 모집해야 한다. 설계사를 통한 대면 영업이 제한되다 보니 상품 설명이 복잡하고 사업비 회수 기간이 긴 장기·보장성 보험보다는 자동차보험이나 미니보험 같은 단기·소액 상품에 매출이 편중되는 구조다. 보험료 단가가 낮아 손익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신규 계약자를 유치하기 위한 온라인 마케팅 비용 등 부담은 유지된다.
새 회계제도 IFRS17 도입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 규제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자본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면서 단기·소액·저축성보험만으로는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확보나 킥스 비율 유지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