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시간에 걸친 인사청문회가 끝나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한층 격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중대한 결격사유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과 조속한 임명에 힘을 실었고, 국민의힘은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임명 강행 시 장외투쟁까지 검토하겠다고 맞섰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거리로 나가야 한다”고 가세했다. 청문회에서 각종 의혹을 놓고 맞붙었던 여야의 전선이 이제 김 후보자의 실제 임명 여부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與 “결격사유 없어”… 보고서 채택 압박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자를 “역량을 갖춘 법무부 장관 적임자”라고 평가하며 야당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협조를 요구했다. 김기표 의원은 “잘못은 솔직히 인정하고 국민께 사과했으며, 사실과 다른 주장에는 분명히 해명했다”며 “직무 수행을 가로막을 중대한 결격사유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당 간사인 김의겸 의원은 “70여년 만의 형사사법체계 전환을 국민의 안전과 권리 보호로 이어갈 비전과 정책을 갖춘 후보자”라고 했다. 박지원 의원도 “태산명동 서일필. 시끄러웠지만 쥐 한 마리 지나가고 끝난 것”이라며 김 후보자를 두둔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제넨셀 의혹에 대해서도 “녹취 일부와 제3자의 말을 후보자의 청탁과 약속으로 연결한 주장”이라며 후보자의 주가조작 관여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청문 절차를 서둘러 이번 주 안에 보고서 채택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공석이 길지 않는 게 맞겠다고 판단한다”며 “최대한 빨리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기한인 22일까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이내 기한으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이후에도 국회가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임명이 가능하다. 여야가 보고서 채택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민주당이 단독 처리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당은 청문회 공세를 주도한 한 의원에게도 역공을 폈다. 최민희 최고위원은 “한동훈 전 검사가 피의사실 공표로 처벌되는 첫 전직 검사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수사를 촉구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한동훈과 윤석열은 한 몸이라 ‘윤동훈’이라고 부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野 “강행 땐 정권 몰락”… 장외투쟁 검토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임명 강행 시 장외투쟁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김 후보자가 진짜 장관이 되면 공소 취소를 시도할 것이 뻔하다”며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본인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대한민국 법치를 무너뜨리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국민적 판단이 끝난 결격 후보자를 기어이 임명하려는 모습은 ‘조국 사태’의 판박이”라며 “정권 몰락을 자초하는 역사적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제넨셀 관련 의혹에 “저는 문과다. 치료제 성능이라든가 그런 것을 제가 알 수가 없다”고 해명한 것도 집중 공격했다. 장동혁 대표는 “‘문과라서 몰랐다’? 몰랐으면 불법청탁도 하지 말았어야지”라고 했고, 박충권 수석대변인은 “난데없는 ‘문과 방패’”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22일 국회 본관 앞에서 ‘이재명정부 실정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 예정이다. 지도부는 필요할 경우 도심 장외집회를 열 수 있도록 집회 신고를 해두는 등 장외투쟁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는 “당 차원에서 논의한 이후에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한 의원도 SBS 라디오에서 김 후보자 임명 강행 시 “거리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론도 김 후보자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4∼15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김 후보자 임명 찬성은 25.1%, 반대는 52.1%였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52.2%였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84.1%였다.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인 박형수 의원은 “의혹이 하나도 해소되지 않았는데 청문경과보고서 채택에 협조해 달라는 건 전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