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16일 이재명정부에 대해 “전면적인 전기화를 에너지 정책 중심으로 보고 있는데, 저는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며 이같이 말했다. 비롤 사무총장이 말한 ‘전기 시대’란 에너지 공급의 중심축이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넘어가는 구조적 전환을 뜻한다.
그는 이날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2026 기후산업국제박람회’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AI(인공지능)와 데이터센터로 인해 전력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최근 전기 수요가 급증하는 걸 고려할 때, 이전에 석유·가스가 석탄을 대체했듯 전기가 석유 등 여타 에너지원을 대체할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AI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전기차·에어컨 사용 증가 또한 전기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는 설명이다.
비롤 사무총장은 이런 전환이 한국에게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한국의 제조 산업이 전기 시대에 잘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배터리 역량이 강점인 데다 변압기, 케이블 등 전력망 관련 모든 요소에 대한 역량을 한국이 잘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 시대에 재생에너지와 원전 중요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한국이 원전 분야에서도 전세계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1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정부 측에 원자력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전쟁 영향으로 전세계 ‘에너지 지도’가 바뀌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막대한 석유와 가스가 아시아로 공급되는데, 전쟁으로 인해 이 공급사슬이 멈춘 상태”라며 “호르무즈해협에 강하게 의존하는 아시아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EA가 이란 전쟁 여파로 인해 약 7개월간 이어진 변화를 분석해보니 전반적인 태양광 발전 확대, 일부 국가의 석탄 수요 증가, 전기차 매출 급증, 원전·소형모듈원자로(SMR) 수요 증가 등 네 가지 흐름이 확인됐다고 했다.
그는 “종종 ‘에너지 안보가 중요하냐, 기후변화 대응이 중요하냐’는 양자택일 질문을 받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질문”이라며 “최근 에너지 안보라는 목표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목표는 서로 맞물리는 과제가 돼 가고 있다. 에너지 안보에 좋다면 기후변화 대응에도 좋은 것”이라고 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이런 대전환의 시기에 국제사회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게 ‘신뢰’라고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원자재는 석유, 가스, 리튬, 우라늄 같은 게 아니다. 결국 신뢰다. 각국은 이런 에너지 관계에서의 신뢰를 무역·정치협상 등에 활용할 수 있다”며 “한국과 같은 나라들은 이미 전세계 모든 나라로부터 강한 신뢰를 얻고 있는 상황이라 매우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빛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