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허무니 열린 시야… 세대·장르 넘어 열린 공간, 하나 된 미술 [그라운드 아트페어 2026]

작가·관객 접점 극대화
독특한 그라운드 전시장

입구에서 안쪽까지 모두 보여
자연스레 다음 작품 이동 설계

고 장성순·성백주 작가 유고작
신현국·이희돈·송수련 등 조명

대학생 회화·설치 작품들 소개
민화·사진·조각 등 장르도 다양

‘G-round ART FAIR 2026(그라운드 아트페어)’에서는 원로 거장의 유고작부터 신진 작가의 작품, 회화와 조각·사진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작가와 관람객의 접점을 넓히고, 열린 공간 구성을 통해 전시장을 하나의 ‘그라운드’로 만든 게 특징이다.

16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막한 그라운드 아트페어 행사장은 입구부터 벽체로 부스를 구획하는 일반적인 아트페어와 달리 전면에 조각 작품을 배치해 개방감을 살렸다. 가로 통로는 끝까지 일자로 뚫고, 세로 방향은 부스 너머 공간이 보일 듯 말 듯 엇갈리게 구성했다. 관람객이 입구에서 안쪽까지 시야를 확보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작품으로 이동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성백주 작가 ‘넝쿨장미’

중앙에는 전시장의 원점이자 휴식·교류 공간인 그라운드(운동장)를 마련했다. 관람객이 쉬어갈 수 있는 의자와 참여 작가·주요 인사들이 서명하는 사인보드를 설치하고, 중앙에는 대형 조각을 세워 공간의 중심을 잡았다. 일반 관람객을 위한 카페테리아와 작품 구매자 등 컬렉터가 이용하는 별도 공간도 준비했다.



전시장에는 한국 현대미술 원로인 고 장성순·성백주 작가의 유고작 부스가 마련됐다. 유족들이 소장해 온 작품을 재조명하고, 한국 현대미술의 유산을 관람객에게 소개하는 데 의미가 크다. 장 작가는 현대미술가협회 창립 회원이자 1961년 제2회 파리비엔날레 한국 대표로 참가한 한국 추상미술 1세대 작가다. 동양의 서예적 필치와 서양 추상회화의 구조를 결합해 내면의 정서와 정신적 세계를 드러낸 것이 특징이다. 출품작 ‘추상 413’은 구체적인 대상 대신 색면과 반복적인 붓질, 화면의 긴장으로 내면의 감정을 드러낸다.

 

‘장미 화가’로 불린 성 작가 부스에서는 대표작인 ‘넝쿨장미’ 연작과 추상작품을 만날 수 있다. 넝쿨장미는 장미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 붉은 꽃과 검은 줄기, 푸른 배경을 강렬한 색채와 거친 필선으로 엮어 꽃의 생명력을 표현한다. 붉은 꽃과 녹색 줄기가 화면을 타고 확산하는 듯한 리듬감이 두드러진다.

 

신현국 작가 ‘산의 울림’

50여년간 계룡산 주변에 머물며 산의 사계와 생명력을 화폭에 담아온 신현국 작가의 ‘산의 울림’도 선보인다. 신 작가는 산의 외형보다 자연에서 느낀 기운과 생동감을 중첩된 색면과 힘 있는 붓질로 옮겼다. 단색화 계보를 이어온 이희돈 작가의 ‘인연’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한지 원료인 닥과 물감을 혼합한 재료를 겹겹이 쌓아 올려 사람과 사람, 삶과 삶이 얽히는 관계를 입체적인 질감으로 형상화했다. 외부에서 보기 힘든 이 작가의 대형 작품도 전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희돈 작가 ‘인연’

한지와 먹, 채색이란 한국화 재료를 사용해 현대적인 추상회화를 구축해온 송수련 작가 작품도 전시됐다. ‘내적 시선’은 한지에 먹과 색을 쌓고 덜어내는 과정을 반복해 외부 풍경보다 작가의 내면에 흐르는 감정과 사유를 추상적으로 기록한 작품이다.

전시는 원로·중견 작가뿐 아니라 신진작가와 대학생, 발달장애 작가까지 폭넓게 아우른다. 신진 작가에게는 별도의 지원 부스를 제공하고, 인천대 학생들의 회화·설치작품도 소개한다. 민화, 사진·조각 등 다양한 장르를 함께 배치해 여러 세대와 배경을 지닌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