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방장관, 美·대만 쏙 뺀 연설…시진핑 방미 앞두고 ‘수위 조절’

둥쥔 중국 국방부장이 베이징 샹산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미국과 대만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며 한층 누그러진 메시지를 내놨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둥 부장은 이날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대결이 아닌 대화, 동맹이 아닌 파트너십에 기반한 새로운 안보 접근법을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중국이 오랫동안 ‘진영 대결’이라고 비판해온 미국 주도 군사동맹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그는 미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 둥 부장은 또 “강대국은 그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하며 국제사회는 배타적 블록 형성에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16일 둥쥔 중국 국방부장이 베이징에서 열린 샹산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을 겨냥한 미국의 공습이 계속되며 갈등이 7개월째로 접어든 가운데, 둥 부장은 “분쟁의 원인은 무력으로 해결될 수 없다”며 대화와 협의를 통한 갈등 해소를 강조했다. 아울러 인공지능(AI), 우주, 심해 등 세 분야를 국가 간 소통과 협력이 필요한 영역으로 특정했다.

 

관심을 모았던 대만 문제는 이번 연설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둥 부장은 지난해 같은 자리에서 대만의 중국 복귀가 “전후 질서의 불가분의 일부”라고 발언하고, 군사동맹을 “사익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표현하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지만, 올해는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 않는 보다 절제된 화법을 택했다. 시진핑 주석의 미국 방문을 일주일가량 앞둔 시점에서 불필요한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한 ‘수위 조절’로 해석된다.

 

SCMP는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의 저우보 선임연구원(전 인민해방군 대령)을 인용해 둥 부장의 이번 발언이 “비교적 온건했다”면서 “중국이 자국 군사력에 대해 갖는 자신감이 커진 결과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올해 초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역시 대만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대만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서 중국이 이 문제에 덜 관심을 두거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베이징 샹산포럼은 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 문제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운영하는 다자 안보대화 플랫폼이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주관으로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대응하는 ‘중국판 샹그릴라 대화’로 불린다.

 

올해로 제13회를 맞은 이번 포럼은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베이징 국제회의센터에서 진행되며, 100여 개국 및 국제기구 대표단이 참석한다.

 

한국에서는 이홍섭 국방대 부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대표단이 참석했다. 북한은 김강일 국방성 부상을 단장으로 하는 국방성 대표단을 파견했는데, 북한이 국방성 부상급 고위 인사를 이 포럼에 보낸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 6월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군사 교류 강화 방침을 밝힌 것과 맞물려 이번 참석을 계기로 북중 군 고위인사 교류가 한층 활발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은 초청받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방위성 산하 방위연구소 연구원이 참석했지만, 올해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시사 발언으로 중일 갈등이 격화하면서 초청 명단에서 제외됐다. 반면 미국은 미중 간 군사 소통 개선 흐름을 반영해 예년보다 격상된 대표단을 파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