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공장 설계하고 로봇 움직인다” 전북·경남에 1조4131억원 투입

과기부, 2030년까지 피지컬AI 연구·실증 지원
전북은 ‘로봇 간 협업’, 경남 ‘인간·AI 협업’ 집중
연구실 기술 제조현장 적용, 데이터 다시 학습

인공지능(AI)이 공장을 설계하고 로봇과 설비를 직접 제어하는 피지컬AI 제조혁신 사업이 전북과 경남에서 본격화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두 지역에 총 1조4131억원을 투입해 연구실에서 개발한 기술을 실제 제조 현장에 적용하고,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다시 AI 학습에 활용하는 순환형 연구·실증 체계를 구축한다. 제조업의 AI 전환을 넘어 국내 제조 기술을 세계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6일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전북도와 경남도를 중심으로 추진하는 피지컬AI 연구개발 사업 착수 보고회를 열었다.

 

16일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열린 '전북·경남 피지컬AI 연구개발 사업 착수 보고회에서 중 참석자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전북도 제공

 

사업에는 올해부터 2030년까지 전북 7368억원, 경남 6763억원 등 모두 1조4131억원이 투입된다. 국내 대학·연구 기관·기업 150여 곳에서 연구진 3500여명이 참여하며, 이 중 중소·중견 기업은 107곳으로 전체 참여 기관의 68%를 차지한다.

 

전북은 서로 다른 로봇과 설비가 하나의 지능처럼 상황을 판단하고 협업하는 기술 개발에 초점을 맞춘다. 전북대학교와 연구소기업 캠틱종합기술원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협업지능 피지컬AI 기반 소프트웨어(SW) 플랫폼 연구개발 생태계 조성사업’을 추진한다.

 

전북 사업에는 국비 5150억원과 지방비 862억원, 민자 1356억원 등 7368억원이 투입된다. 피지컬AI 핵심기술 개발과 개방형 연구 기반 시설 구축 등 6대 분야 12개 과제로 구성됐으며 전북대와 KAIST, 성균관대, 라온시큐어, 캠틱종합기술원 등이 과제별 주관기관으로 참여한다.

 

전북대는 ‘피지컬AI 제조·물류 특화 공장 운영체계 기반·통합 연구·실증’과 ‘개방형 연구클러스터 조성’을, 캠틱종합기술원은 ‘핵심 연구인프라 구축 및 피지컬AI 핵심기술 확산’을 각각 총괄한다.

 

특히, 전북대 이서캠퍼스에는 공동연구개발센터와 신경망처리장치(NPU) 기술 실증 스테이션, 실증 메타팩토리 등이 들어선다. 실증 메타팩토리에는 이기종 물류 로봇을 비롯해 적응 가공, 유연제조, 정밀 조립, AI 정밀검사 등 기능별 실증 구역을 마련해 실제 공장과 유사한 환경에서 기술을 시험한다.

 

핵심 목표는 단순한 로봇 자동화를 넘어 협업 지능 SW 플랫폼을 국산화·지능화하고 AI 다크팩토리(무인공장)를 구현하는 것이다. 제조 파운데이션 모델과 디지털트윈 가상환경, 다크팩토리 설계·구축 솔루션, 다중계층 보안기술 등이 개발 대상이다. 전북도는 연구개발과 현장 실증, 사업화, 글로벌 공동연구를 연결해 피지컬AI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전북이 실증 거점으로 선정된 배경에는 자동차와 농기계·건설기계 등 제조업 기반이 있다. 전북은 국내 상용차의 94%를 생산하는 거점으로, 대기업과 1·2차 협력업체 775개사가 모인 자동차 산업 클러스터를 갖추고 있다. 특히, 다품종소량생산이 많은 산업 구조는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기존 자동화 방식보다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피지컬AI 기술을 적용할 여지가 크다는 평가다.

 

경남은 AI가 제조 현장의 작업을 이해하고 직접 행동하도록 하는 거대행동모델(LAM) 개발에 집중한다. 방산·조선·기계산업과 210개 산업단지를 기반으로 제조 데이터를 확보해 AI 학습과 공정 실증에 활용한다. 작업자와 로봇의 행동뿐 아니라 물리법칙과 공간 정보까지 학습시켜 정밀 제어가 가능한 AI 모델을 개발하고, 디지털트윈과 데이터 파이프라인, 시뮬레이션, NPU 인프라를 연결할 계획이다.

 

전북과 경남은 같은 피지컬AI를 추진하지만, 기술적 역할은 다르다. 전북이 로봇과 설비 간 협업 지능에, 경남이 인간과 AI·로봇의 협업 및 초정밀 제어에 각각 무게를 두는 방식이다. 경남은 내년까지 주요 제조공정 데이터와 데이터 파이프라인, 양방향 디지털트윈, 최소기능제품(MVP) 등을 확보하고, 2030년까지 13개 이상 제조공정에 디지털트윈과 가상 제조공장을 구축해 폐루프 자동화율 90% 이상, 현장 결과의 재학습 반영 시간 24시간 이내를 목표로 실증한다.

 

정부는 두 지역에서 축적한 기술과 데이터를 전국 제조 현장으로 확산할 방침이다.

 

이도규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전북과 경남에서 시작되는 기술개발과 현장 실증의 성과가 전국 제조 현장으로 확산되고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K-제조공장’을 세계시장에 수출하는 새로운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정삼 전북도 경제부지사는 “그동안 피지컬AI 기술을 실제 제조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사전 검증하는 등 이번 국가사업 수행을 위한 밑거름을 다져왔다”며 “전북이 K-피지컬AI 기술 개발·실증·확산 생태계 조성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