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호성 전북도교육감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측근에게 선거자금 5억원을 요구하고 당선 이후 교육청 사업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녹취가 공개된 것을 놓고 전북 지역 교원단체들이 잇따라 천 교육감의 직접 해명과 경찰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경찰도 관련 의혹에 대한 입건 전 조사에 착수하면서 선거자금의 실제 조성·집행 여부와 발언의 구체적인 의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북교사노동조합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북지부는 16일 성명과 논평을 내고 이번 녹취 공개가 “전북 교육계 전반에 큰 충격과 우려를 던져주는 사안”이라며 천 교육감에게 발언의 의미를 도민 앞에 직접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녹취에 등장하는 5억원이 실제로 조성됐는지, 자금이 어떻게 집행됐는지, 이후 교육청 사업과 연관성이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북KBS는 지난 14일 천 교육감이 지난해 6월 당시 전주교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측근과 나눈 대화 녹음을 확보해 보도했다. 녹취에는 천 교육감이 예비후보 등록 전까지 선거에 필요한 비용으로 5억원을 언급하고 측근에게 자금 마련을 요구하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또 자신에게 자금을 지원한 사람이 교육감 당선 이후 교육청 사업에서 도움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포함됐다.
당시 천 교육감은 선거 홍보를 위한 문자 메시지와 현수막 등에 필요한 비용 등을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 캠프 핵심 관계자는 KBS에 “예비후보 등록 전에 필요한 비용을 5억원 정도로 예상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얼마가 모금됐고 어떻게 집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북교사노조와 전교조 전북지부는 특히, 선거자금과 교육행정 사이에 거래가 있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육청의 공공사업이 선거자금에 대한 반대급부로 제공될 수 있는 것이냐”며 교육 수장으로서의 도덕성과 행정의 공공성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했다.
전북교원단체총연합회도 전날 성명을 내고 천 교육감에게 직접 해명을 요구했다. 전북교총은 녹취에서 언급된 ‘베팅’과 ‘합법적으로 해결하겠다’는 표현이 어떤 의미였는지, 실제 선거자금 조성이나 집행이 있었는지 설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이미 관련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에 들어갔다. 전주완산경찰서는 15일 천 교육감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에 대해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녹취 제보자 등을 상대로 발언 경위와 내용을 확인한 뒤 혐의가 구체적으로 확인되면 사건을 수사로 전환할 방침이다.
정치자금법상 예비후보 등록 이후에는 공식 후원회 등을 통한 정치자금의 모금과 회계 처리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이번 의혹의 핵심은 녹취에 담긴 발언 자체뿐 아니라 실제 자금이 조성·집행됐는지, 그 과정에서 법 위반 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실제 5억원이 조성됐거나 교육청 사업으로 반대급부가 제공됐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천 교육감은 현재까지 해당 녹취와 관련해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편, 천 교육감을 둘러싼 논란은 최근 전북도의회와의 예산 갈등으로도 번진 상태다.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 9일 전북교육청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가운데 사업비 256억여원을 삭감하고 교육시설환경개선기금 683억원의 운용 변경 계획안을 부결했다. 이는 천 교육감의 ‘도의원 관련 교육청 예산 1600억원’ 발언 이후 불거진 도의회와 교육청 간 갈등의 연장선으로 해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