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항소심 재판에서 사업가 김한정씨와 명태균씨 통화 녹음파일이 명씨의 진술 신빙성을 다투기 위한 ‘탄핵증거’로 채택됐다. 오 시장 측은 무죄를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라고 주장했는데,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은 김씨가 파일을 편집하거나 유리한 부분만 선별했을 수 있다고 맞섰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16일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 항소심 속행 공판을 열고 2021년 3월 김씨와 명씨 사이 통화 녹음파일 3건을 증거로 채택했다. 재판부는 “불법적 취득이나 허위 조작 정황이 아직 없으니 특검 측 부동의에도 불구하고 탄핵증거로 채택하겠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2일 열리는 결심공판에서 특검팀 측 구형과 피고인 측 최후진술이 이뤄질 예정이다.
이날 재판에선 통화 녹음파일 중 일부를 재생하는 방식으로 증거조사가 진행됐다. 통화녹음 파일에는 “이 양반 돕고 싶어서 내가 일을 했잖아”, “거기서 원해, 원한 것도 아니고, 내 혼자 해가지고”라는 김씨 발언이 담겼다. 명씨가 “하여튼 오세훈이는 몰라요. 모르고 걱정하지 말아요. 내 알아서 할게”, “내가 오세훈이한테 10원짜리 한 번 받았냐”고 말하는 부분도 있었다.
오 시장 측은 통화녹음 파일에 담긴 대화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그 비용을 김씨가 대신 내게 했다는 공소사실과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오 시장 의사와 무관하게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신문 과정에서 ‘선거에 기여해 나중에 공을 인정받겠다는 생각도 있었냐’는 변호인 질문에 “없진 않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김씨가 파일을 편집하거나 유리한 부분만 선별했을 수 있다고 맞섰다. 특검팀은 “일부 파일은 원본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이 사건과 관련한 언론 보도가 이뤄진 2024년 11월18일 무렵 수정된 흔적이 나타난다”며 “허위조작 등의 위험이 다분해 보인다”고 항변했다.
오 시장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씨로부터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김씨에게 비용 3300만원을 대신 내게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오 시장이 여론조사 10건 중 5건을 명씨에게 의뢰하고 비용 2100만원을 김씨가 대납하게 했다고 인정해 오 시장에게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2100만원을 명했다. 함께 기소된 오 시장 측근인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는 벌금 300만원, 김씨에게는 벌금 500만원이 각각 선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