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은 없지만…명품 스포츠 배울 수 있죠 [100투더세종-8]

“명품 쇼핑은 못해도, 건강은 챙길 수 있다.”

 

만약 이 말에 동감한다면 세종으로 오라. 세종엔 백화점이 없다. 명품백 하나를 사려 해도 30분 넘게, 사는 곳에 따라 그 이상 차를 타고 인근 대전이나 청주까지 나가야 하는 수고를 감수해야 한다. 이런 ‘원정 쇼핑’을 불사하는 세종시민들의 이야기는 ‘100투더세종’ 7편 <시장도 백화점도 없는데…세종서 어떻게 살아요?>에서 다룬 바 있다. 그렇다고 세종살이에 실망하기엔 이르다. 명품 가방을 가까이서 사기는 어려워도, 어디서나 쉽게 접하기 힘든 ‘명품 스포츠 수업’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때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선수들에게 직접 말이다.

국대 스포츠 클럽 홈페이지. 홈페이지 캡처

“국가대표 출신이 직접 운동을 가르쳐 드려요”

 

바로 ‘국대 스포츠 클럽’이다. 국토교통부 청사 앞 정부세종청사체육관에서는 축구와 풋살, 리듬체조, 펜싱, 인라인 등 다양한 종목을 소수정예로 배울 수 있다. 평범한 생활체육 수업과 다른 점은 지도자들의 이력이다. 각 종목에서 선수로 활약했던 이들이 직접 수업을 맡는다. 현재 축구와 풋살은 장대일 감독, 리듬체조는 손민희 감독과 카자흐스탄 출신 LOLA 감독, 인라인은 이정현 감독, 펜싱은 함도웅 감독이 지도하고 있다. 6세 유아부터 중·고등학생, 성인까지 참여할 수 있고, 기량이 뛰어난 아이들을 선수급으로 육성하는 엘리트반도 별도로 운영한다.

16일 세종시 어진동 정부청사 체육관 정면. 이승주 기자

세종에 없던 전문 체육교육…어떻게 시작됐나

 

이 프로그램이 탄생한 것은 2023년이다. 당시 행복청은 세종지역 학생들이 전문적으로 운동을 배울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데 주목했다. 수도권과 달리 펜싱이나 양궁, 리듬체조 등 일부 종목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시설이 많지 않은 데다 체육고도 없어 체육특기생을 육성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여기에 선수 생활을 마친 전문 체육인들의 경험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더해졌다. 현역 시절 쌓은 노하우를 지역 아이들에게 전수하도록 해 전문적인 체육교육의 문턱을 낮추자는 취지였다. 이에 행복청은 그해 5월부터 8월까지 농구와 리듬체조 선수 출신 지도자를 영입해 시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꾸준한 수요에 힘입어 프로그램은 정규 운영으로 이어졌고, 현재는 코오롱글로벌이 위탁 운영을 맡고 있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전경. 뉴시스

“몇 번을 신청해도 떨어져요”…접수 때마다 경쟁

 

쉽게 접하기 어려운 종목을 전문 선수 출신 지도자에게 배울 수 있다 보니 일부 인기 수업은 접수 경쟁도 치열하다. 세종에서 7살 딸을 키우는 주모씨(43)는 “아이가 리듬체조를 배우고 싶어 하는데 세종에는 마땅한 학원이 없어 여러 번 신청했다가 계속 떨어졌다”며 “선수 출신에게 직접 배울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엄마들 사이에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수강료는 얼마나 할까. 화려한 지도자 이력 때문에 비쌀 것 같지만 예상과는 다르다. 종목과 수업, 연령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주 1회 수업을 기준으로 월 8만~11만원 선이다. 행복청 관계자는 “공공성을 고려해 민간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분은 국비로 보전하고 있다”며 “민간 업체 평균 수강료의 70~80% 수준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도, 체육고도 없는 세종. 대신 이곳에선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선수에게 아이가 직접 운동을 배운다. 세종에 살아야만 누릴 수 있는 의외의 ‘생활 인프라’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