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똘똘한 한 채’ 뺨치는 골프장 회원권…25억 천장 뚫어도 ‘끄떡없다’ [권준영의 머니볼]

20억원 넘는 회원권 1년 새 2곳→4곳…일부 인기 골프장은 몸값 고공행진
ACEPI 1415.7까지 치솟아…2008년 이후 처음 1400선 돌파하며 최고가 경신
3월 실거래 810건 중 91.9%가 주말 이용 가능한 정회원권…수요도 ‘주말’에 집
남부CC 정회원 194명 불과…골프장 전체 이용객과 무관하게 ‘이용권 희소성’이 가격 좌우
[권준영의 머니볼]은 스포츠를 경기장 안의 스코어만으로 읽지 않는다. 선수와 팬, 기업과 자본, 기술과 시장이 얽혀 움직이는 스포츠 산업의 흐름을 데이터와 수치로 들여다본다. IT·인공지능(AI) 융합부터 스포츠 금융, 생활체육, 시니어 스포츠까지 전통적인 스포츠의 경계를 넘어 커지는 새로운 시장을 좇는다. 숫자에 담긴 돈의 흐름을 따라 스포츠 산업의 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읽고, 그 변화가 만들어갈 스포츠의 ‘다음’을 짚는다.

 

골프를 치는 사람은 줄었는데, 골프장 회원권을 사려는 돈은 오히려 몰리고 있다. 한때 ‘없어서 못 가던’ 골프장의 풍경은 달라졌지만, 정작 일부 회원권은 ‘똘똘한 한 채’를 찾는 부동산 시장처럼 몸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늘었던 골프 수요가 정점을 지나면서 전국 골프장 내장객은 2022년 5058만명에서 2023년 4772만명, 2024년 4741만명, 2025년 4641만명으로 3년 연속 감소했다. 2022년과 비교하면 417만명(8.2%) 줄었다. 지난해에도 전년보다 100만명(2.1%) 감소했다. 2025년 전국 골프장 1홀당 평균 이용객 역시 4430명으로 전년 4557명보다 127명 줄었다.

 

그런데 회원권 시장의 꼭대기에서는 정반대의 숫자가 찍히고 있다. 일부 인기 골프장의 기명 회원권은 희소성과 이용 편의성, 법인 수요 등이 맞물리며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2025년 6월 기준 골프장 회원권 시세가 20억원을 넘어선 곳은 4곳이었다. 잭니클라우스GC 코리아가 29억원으로 가장 높았고 남부CC 24억원, 이스트밸리CC 22억원, 남촌GC 20억원이 뒤를 이었다. 2024년 6월에는 남부CC와 이스트밸리CC 두 곳만 20억원을 넘겼다. 1년 새 20억원대 회원권이 두 곳에서 네 곳으로 늘어난 셈이다. 10억원을 넘어선 회원권도 13곳에 달했다.

 

1년여 뒤 가격표는 더 높아졌다. 9월 현재 회원권 거래시장에서는 남부CC와 남촌GC, 이스트밸리CC가 각각 25억원 안팎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다. 이스트밸리CC의 일부 정회원권은 9월15일 기준 26억원에 매물로 나와 있다. 같은 골프장이라도 회원권 종류와 조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만큼 개별 상품의 호가를 전체 시장의 대표값으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시장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흐름은 같았다. 에이스회원권의 골프장 회원권 종합지수인 ACEPI는 2026년 2월25일 1387.9포인트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당시 최근 한 달간 가격이 오른 종목은 82개로 하락 종목 27개의 3배를 넘었다. 남촌CC와 이스트밸리CC는 각각 22억원에서 22억3000만원으로, 남부CC는 22억원에서 22억2000만원으로 상승했다.

 

두 달도 지나지 않아 지수는 또 한 번 최고점을 갈아치웠다. 4월 초 ACEPI는 1415.7포인트까지 상승해 2008년 9월 이후 처음으로 1400선을 넘어섰다. 남부CC는 연초 22억원에서 24억원으로, 이스트밸리CC는 21억5000만원에서 23억5000만원으로, 남촌CC는 22억3000만원에서 22억5000만원으로 각각 올랐다.

 

다만 회원권 시장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은 아니다. 신원CC는 3개월 사이 13.4%, 이스트밸리CC는 6.8%, 남촌CC는 2.2% 상승했지만 지방권 일부 회원권은 매수세가 약해졌다. 제주와 호남권 평균 회원권 가격도 전년 같은 달보다 낮아지는 등 지역과 종목에 따라 온도 차가 뚜렷했다. 결국 최근의 가격 상승은 시장 전반에 고르게 나타난 현상이라기보다 수요가 몰리는 일부 회원권에 집중된 흐름이었다.

 

실제 거래량에서도 수요가 어디에 몰렸는지가 확인된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자료를 인용한 2026년 4월 보도에 따르면 3월 골프회원권 실거래는 810건이었다. 이 가운데 주말 라운딩이 가능한 정회원권 거래가 744건으로 전체의 91.9%를 차지했다. 주중 회원권 거래는 66건에 그쳤다.

 

특히 고가 회원권 시장에서는 골프장 전체의 내장객보다 개별 회원권이 보장하는 이용 조건이 가격을 좌우한다. 남부CC는 18홀 회원제 골프장으로 정회원 수가 194명에 불과하다. 전국 골프장 이용객이 연간 4641만명에 이르더라도 남부CC의 정회원 자격을 가진 사람은 194명으로 제한돼 있는 셈이다. 골프장 전체의 수요와 별개로 특정 골프장의 특정 이용 자격에는 희소성이 생기는 구조다.

 

위 사진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된 가상의 이미지입니다. Open AI의 대화형 인공지능 ChatGPT 생성 이미지.

회원제와 비회원제 골프장의 이용량에서도 차이가 확인된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2025년 이용객 조사에 따르면 회원제 골프장 152곳의 이용객은 1457만명, 비회원제 372곳은 3184만명이었다. 전체 이용객 가운데 약 68.6%가 비회원제 골프장으로 향했다. 1홀당 평균 이용객 역시 회원제 4199명, 비회원제 4544명으로 비회원제가 345명 많았다. 18홀 기준 1개 골프장당 평균 이용객은 회원제 7만5582명, 비회원제 8만1792명이었다.

 

회원권 관련 권리 변동 규모도 별도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의 연도별 회원권 날인현황을 보면 2024년 전체 날인 건수는 3만8815건, 2025년은 3만7211건으로 1604건(4.1%) 감소했다. 2026년에는 1~8월 2만6006건이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정회원 양도·양수는 1만2775건, 주중회원 양도·양수는 2420건이었다.

 

다만 날인현황을 실제 회원권 매매 거래량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신규 발급과 양도·양수뿐 아니라 이용자·상호 변경, 재발급 등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자료는 회원권 거래가 폭증했다는 의미보다는 회원권이라는 권리의 발급·이전·변경이 상당한 규모로 이뤄지고 있다는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