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훈 기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2026 KBO 정규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삼성이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된 주전 중견수 김지찬의 공백을 여실히 체감해야 했다. 점점 한국시리즈 직행 가능성이 사라져가고 있는 삼성이다.
삼성은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KBO리그 두산과의 원정경기에서 1-3으로 패했다. 이날 선두 KT가 한화와 4-4로 비겨 76승4무46패가 되면서 2위 삼성(75승3무50패)과의 승차는 2.5경기 차로 벌어졌다. 뒤집기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지만, 삼성이 16경기, KT가 18경기를 남겨뒀음을 감안하면 뒤집기가 쉬운 것도 아니다.
이날 양 팀의 선발 매치업만 보면 삼성의 다소 우세가 점쳐졌다. 삼성이 대체 외인으로 KBO리그에 입성한 뒤 쾌투를 선보이고 있던 크리스 페덱을 내세웠고, 두산은 부상 복귀 후 두 번째 등판에 나선 웨스 벤자민이 선발 마운드로 올랐다. 아무래도 현재 페이스만 보면 페덱의 우세였다.
그러나 1회 삼성 수비진이 두 개의 타구를 실책으로 기록되진 않았지만, 미숙한 처리로 먼저 2점을 내주면서 경기가 꼬였다.
페덱은 1사 후 박지훈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첫 출루를 허용했다. 김민석을 3구 삼진으로 잡아냈고, 양의지를 3유간 땅볼로 처리해 이닝을 끝마치는 듯 했다. 그러나 다소 컸던 양의지의 땅볼 타구가 라이트에 들어가 3루수 전병우가 이를 처리하지 못했고, 유격수 심재훈이 잡기엔 깊숙했던 타구였기에 좌전 안타가 돼며 2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결정적인 장면은 그 다음이었다. 세베리노의 플라이 타구가 중앙 깊숙한 곳을 날아갔지만, 발사각이 꽤 컸기에 워닝 트랙 앞에서 잡힐 수 있는 타구였다. 삼성 박진만 감독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차출된 주전 중견수 김지찬의 자리를 박승규를 기용하고 있다. 박승규도 수비력이 좋은 선수지만, 세베리노의 타구가 라이트에 들어간 것일까. 아니면 짧아진 해로 인해 해질녘 즈음이 되어 하늘과 공 색깔이 비슷해 구분하지 못했던 것일까. 보이지 않는다고 수신호를 하던 박승규는 결국 낙구 지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이를 떨어뜨렸다. 2사였기에 공이 뜬 순간 스타트를 끊은 주자 2명은 여유있게 홈을 밟았다.
물론 김지찬이었어도 이 타구에 대한 낙구 지점을 놓칠 순 있다. 그러나 타구 판단에서는 김지찬이 박승규보다 한 수 위이기에 이 타구를 잡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 잡았다면 실점 없이 이닝을 끝낼 수 있었기에 그 아쉬움은 더욱 진했다. 실책성 플레이지만, 2루타로 기록되면서 내준 2점은 모두 페덱의 자책점이 됐다.
1회부터 두 점을 내준 삼성은 시종일관 끌려가야 했고, 이날 나온 유일한 득점은 2회 터진 전병우의 솔로포가 전부였다. 벤자민은 5이닝 동안 탈삼진 8개를 솎아내며 3피안타 1볼넷 1실점으로 호투했다.
타카다(1.2이닝)와 김택연(1.1이닝)에게 퍼펙트로 물러난 삼성 타선은 9회 1사 후 박승규가 볼넷으로 출루했지만, 구자욱이 2루수 땅볼, 디아즈가 초구 유격수 땅볼로 역전에 실패했다.
박승규의 아쉬운 수비로 인해 페덱은 6이닝 6피안타 1볼넷 6탈삼진 3실점(3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를 작성했지만, 시즌 3패(5승)째를 안아야 했다.
최근 삼성이 2승4패로 주춤한 사이 KT는 7연승을 달리면서 선두 경쟁은 KT에게 절대 유리한 흐름이다. 앞으로 KT가 남은 18경기에서 9승9패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삼성이 이를 뒤집으려면 11승5패, 승률 68.8%를 기록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KT가 5할 승률을 상회할수록 삼성은 더욱 고승률을 기록해야만 한다. 이래저래 박승규의 낙구 지점 파악 실패가 아쉬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