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만 놓고 보면 국내 가구의 절반 이상이 중산층에 해당한다. 하지만 적정한 소비생활을 유지하며 저축하고, 자산과 부채를 관리해 노후까지 대비할 수 있는 가구는 4가구 중 1가구에 그친다는 분석이 나왔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는 16일 이런 내용을 담은 ‘THE100리포트 133호: 대한민국 진짜 중산층 25%’를 발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중간소득계층 기준을 적용한 국내 소득 중산층 가구 비중은 52.9%로 집계됐다.
OECD는 균등화 가처분소득이 중위값의 75~200%인 계층을 중간소득계층으로 본다. 연구소가 2025년 국가데이터처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균등화 가처분소득 중위값은 연 3744만원이고, 이에 따른 중산층 범위는 연 2808만~7488만원이다.
연구소는 소득만으로는 가구의 경제적 안정성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고 보고, 소비·저축·자산·부채·노후준비까지 평가 범위를 넓혔다. 소득·소비·저축은 현재생활 조건으로, 자산·부채·노후준비는 미래지속 조건으로 나눴다.
소득 기준 중산층은 52.9%였지만 적정소비 조건까지 더하면 43.2%, 저축 여력까지 따지면 39.9%로 줄었다. 여기에 자산·부채·노후준비 조건을 추가하자 최종적으로 24.6%만 ‘진짜 중산층’ 기준을 충족했다.
소득·소비·저축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자산·부채·노후준비 가운데 2개 이상을 채운 가구다. 6개 조건을 모두 갖춘 가구는 8.0%에 불과했다.
저축 여력 기준은 소비 이후 처분가능소득의 10% 이상을 남기는 것이다. 자산 기준은 순자산 2억3860만~6억9432만원, 부채 기준은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처분가능소득의 30% 이하인지로 판단했다.
진짜 중산층 가구의 가처분소득 중앙값은 연 7572만원, 월로 환산하면 약 631만원이었다. 소비지출 중앙값은 연 3822만원, 월 약 319만원이다.
순자산 중앙값은 4억1705만원, 금융자산은 1억1230만원으로 전체 가구 순자산 중앙값(2억3860만원)과 금융자산보다 각각 많았다. 진짜 중산층 가구의 72.5%는 자가에 거주했다.
연구소는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는 것만으로는 현재 생활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생활비를 쓰고도 꾸준히 저축할 수 있는지, 대출 원리금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지, 은퇴 이후 쓸 자금을 마련하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노후준비에서 취약성이 두드러졌다. 미은퇴 가구 중 노후준비가 ‘잘돼 있다’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은 9.6%에 그쳤다.
이미 은퇴한 가구에서는 55.6%가 생활비가 부족하거나 매우 부족하다고 답했다. 노후준비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면 진짜 중산층 비중은 14.9%까지 낮아졌다.
연령별 차이도 컸다. 진짜 중산층 비중은 40대 30.5%, 50대 31.2%로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70세 이상에서는 10.5%로 낮아졌다.
근로소득이 줄거나 끊긴 뒤에는 자산과 연금 등에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했는지가 생활수준을 좌우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