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어르신 무료접종 앞당겼지만…민간 독감백신 공급 줄어

환절기 독감이나 폐렴 등 호흡기 질환 환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지난 14일 서울의 한 소아청소년과 병원에서 아이와 부모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최성수 기자

이른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에 어린이와 어르신의 국가예방접종이 최장 일주일 앞당겨진다. 무료접종에 쓸 백신은 이미 확보됐지만, 올해 국내 생산·수입 물량이 지난 절기보다 400만도즈 줄면서 민간 접종은 초기 공급이 빠듯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접종보다 유행이 5주 먼저 왔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11일 0시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지난 절기 발령일인 지난해 10월 17일보다 36일, 5주 넘게 이르다. 국가예방접종이 시작되기도 전에 유행이 먼저 온 것이다.

 

근거는 의원급 의료기관 표본감시 결과다. 36주차(8월 30일∼9월 5일)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25.3명으로 이번 절기 유행 기준인 12.9명을 넘었다.

 

연령별로는 7∼12세가 75.1명으로 가장 높고 1∼6세 49.8명, 13∼18세 31.3명 순이다. 학령기와 유·소아에서 먼저 번지는 모습이다.

 

입원 환자도 늘었다. 36주차 병원급 표본의료기관의 인플루엔자 입원환자는 300명으로 전주 166명의 약 2배가 됐다.

 

65세 이상은 의사환자 분율 자체는 낮았지만 전체 입원환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했다. 어르신 접종을 앞당긴 배경이다.

 

◆ 어린이 21일·어르신 10월 6일부터

 

이에 질병청은 전날인 16일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시작일을 조정해 안내했다.

 

1회 접종이 필요한 어린이는 당초 28일이던 시작일이 일주일 당겨져 오는 21일부터 접종할 수 있다. 2회 접종 대상 어린이와 임신부는 원래 계획대로 21일부터다.

 

이번 절기부터 어린이 무료접종 대상은 기존 생후 6개월∼13세에서 14세까지 넓어졌다. 대상 출생일은 2012년 1월 1일부터 2026년 8월 31일까지다.

 

어르신은 75세 이상이 당초 10월 12일에서 엿새 이른 10월 6일부터, 70∼74세가 사흘 앞당겨진 10월 12일부터, 65∼69세가 나흘 이른 10월 15일부터 접종한다.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연령별 일정과 관계없이 10월 6일부터 의료진과 상담한 뒤 맞을 수 있다.

 

고령층이 모여 생활하는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백신이 공급되는 대로 접종을 시작한다. 접종은 주소지와 관계없이 가까운 곳에서 받으면 된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른 유행주의보 발령에 맞춰 백신 수급 여건과 가용 물량을 점검하고 전문가 등 현장 의견을 반영해 일정을 조정했다”고 말했다.

 

◆ 백신주 전면 교체에 물량 400만도즈 감소

 

유행은 빨라졌는데 백신 물량은 오히려 줄었다. 질병청에 따르면 2026∼2027절기 국내 생산·수입 물량은 지난 절기보다 약 400만도즈 적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이번 절기 북반구 백신 구성에서 A형(H1N1·H3N2)과 B형(빅토리아) 계통 백신주가 모두 바뀐 것이 발단이다. 새 균주를 배양하고 생산공정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수율(收率·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이 떨어졌다.

 

WHO가 품질검사에 필요한 B형 성분 표준품을 지난 절기보다 한 달가량 늦게 공급한 것도 일정을 밀었다.

 

질병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해 출하 승인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약 2주 앞당겼고, 매주 제조·수입사와 유통협회, 의료계 등과 회의를 열어 수급을 점검하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국가예방접종 물량은 계약을 이미 마쳤고 각 제조·수입사들이 현재 납품 중”이라며 “그런데 제조·수입사들의 수율이 떨어져서 공급량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번 절기 국가예방접종용으로 확보한 백신은 1233만도즈다. 물량 자체는 맞췄지만 그 과정에서 민간 몫이 줄었다.

 

다만 질병청은 민간 공급 여건이 예년보다 여유롭지 않다고 보고 제조·수입사와 협의해 약 37만도즈를 추가로 확보해 민간 접종에 쓰기로 했다.

 

민간용 백신은 병·의원이 필요한 시기에 직접 주문한다. 전체 공급량이 줄고 일부 수입 백신의 초기 공급이 늦어지면서 병·의원이 물량을 미리 잡아 두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