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까지 선물한다…추석 선물세트, 알짜 구성 경쟁

추석을 앞두고 유통업계의 선물세트 경쟁이 ‘무엇을 담느냐’에서 ‘누구에게 어떻게 쓰이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과거 명절 선물은 한우·과일·참치처럼 익숙한 품목을 가격대별로 나눠 선택지를 넓히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올해는 받는 사람의 취향과 생활 방식, 선물을 받은 뒤 실제로 사용하는 모습까지 고려한 구성이 두드러진다.

 

서로 어울리는 제품을 하나의 세트로 묶거나 전용 잔과 식기, 포장재 등을 더해 하나의 경험으로 완성하는 방식이다. 라면과 케이크처럼 기존에는 명절 선물로 보기 어려웠던 제품도 프리미엄 패키지와 협업을 통해 선물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 올해 추석에는 장어·라면부터 케이크·도자기, 위스키까지 선물 품목이 넓어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네스프레소는 블루보틀의 크래프트 커피를 버츄오 캡슐로 재해석한 ‘볼드 블렌드’와 우유 거품기 ‘에어로치노4’를 묶은 ‘블루보틀 에어로치노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커피 캡슐만 주는 대신 우유 거품기를 함께 구성해 집에서도 라테를 만들어 마실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특별 선물과 전용 포장까지 더해 제품을 받은 뒤 실제로 즐기는 과정까지 하나의 선물로 구성했다.

 

오설록은 차의 종류뿐 아니라 포장 자체의 활용도를 높였다.

 

마스터즈 티와 세작, 허브티, 블렌디드 티 등 다양한 가격대와 종류의 선물세트를 마련하는 동시에 화이트·브라운·핑크 3가지 색상의 ‘올해의 보자기’를 선보였다.

 

특히 브라운 보자기는 전통 한복 소재인 옥사 계열 직물에서 착안해 자체 개발한 원단을 사용했다. 선물을 푼 뒤 창가리개나 찻자리 깔개 등으로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오설록은 무카페인 티, 티푸드 결합 상품 등도 함께 운영해 마시는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도록 선택지를 세분화했다.

 

일상적인 식품을 명절 선물로 재해석한 사례도 등장했다.

 

삼양식품은 프리미엄 국물라면 ‘삼양1963’과 짜장라면 ‘짜르르 우지’를 묶은 ‘삼양1963 X 짜르르 우지 선물세트’를 2000세트 한정으로 출시했다.

 

설 명절 당시 고기 선물세트를 연상시키는 패키지를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에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우지의 풍미를 살린 두 라면을 한데 묶었다. 대중적인 라면에 한정판과 패키지라는 요소를 더해 명절용 상품으로 영역을 넓힌 것이다.

 

투썸플레이스는 도자 브랜드 광주요, 증류식 소주 화요와 협업했다.

 

광주요의 대표 도자기인 ‘소리잔’을 본뜬 케이크에 화요의 풍미를 레몬과 결합한 추석 한정 케이크를 선보였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자기와 손잡고 머그·플레이트와 쿠키를 함께 담은 세트도 내놨다.

 

먹고 끝나는 디저트에서 식기까지 남는 구성으로 확장한 셈이다. 전통 명절 선물에서는 접점이 적었던 케이크·도자기·주류 브랜드를 하나의 상품 안에서 결합한 것도 특징이다.

 

주류업계에서는 같은 위스키라도 풍미와 마시는 방법에 따라 선물 구성을 달리하는 전략이 눈에 띈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조니워커를 비롯해 싱글톤·탈리스커·라가불린·클라이넬리시 등을 추석 선물세트로 선보였다.

 

제품만 달라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조니워커 블루에는 글렌캐런 글라스와 글라스 캡을, 일부 제품에는 온더락 또는 노징 글라스를 넣는 식으로 위스키 특성에 맞춰 구성품을 달리했다.

 

탈리스커 10년에는 산의 능선을 형상화한 글라스를, 라가불린 16년에는 노징 글라스 2개를 함께 넣는 등 받는 사람의 위스키 취향뿐 아니라 음용 방식까지 고려했다.

 

호텔업계 역시 한우·굴비 등 전통적인 고급 선물을 유지하면서 호텔에서 경험하던 음식과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집으로 옮기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2026 추석 기프트 컬렉션’을 통해 한우와 LA갈비, 제주산 수산물뿐 아니라 호텔 파티시에가 만든 디저트와 주류, 리빙 상품까지 선보였다.

 

대표 상품인 ‘홈메이드 셰프 셀렉션’에는 과일 젤리인 파트 드 프뤼와 초콜릿 봉봉, 쿠키, 오랑제트, 피스타치오 드라제, 약과 피낭시에 등을 담았다.

 

샴페인과 캐비어를 묶은 상품을 비롯해 사케, 전통 소주, 홍삼 절편, 커트러리까지 추가하면서 명절 선물의 범위를 미식에서 생활용품으로 넓혔다.

 

롯데호텔앤리조트도 올해 추석 선물세트 130여종을 마련하며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강화했다.

 

호텔 자체 브랜드 제품과 한우·수산물 등 기존 인기 품목에 호텔의 분위기를 집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상품을 확대했다. 특히 프리미엄 욕실 어메니티의 올해 2분기 매출이 직전 분기보다 80% 증가한 점을 반영해 관련 상품군을 강화했다.

 

이 같은 변화는 백화점에서도 확인된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추석 선물 본판매에서 한우·과일·수산물뿐 아니라 전통 공예와 디저트, 여행상품까지 취급 범위를 넓혔다. 먹거리 중심이던 명절 선물이 경험과 취향을 담은 상품으로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올해 추석 선물 경쟁의 핵심은 상품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커피와 거품기, 위스키와 전용잔, 차와 재사용 가능한 보자기처럼 서로 연관된 제품을 함께 구성하고, 평범한 라면과 케이크에도 한정판·협업·디자인을 입히는 방식이다. 받는 사람의 취향을 얼마나 구체적으로 상상했는지가 새로운 선물세트의 경쟁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