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들 앞에서 "과장은 XX" 욕설 중대장… 대법 "상관모욕죄 안 돼"

‘전원합의체 새 기준’ 적용해 파기환송
대법 “문서·연설 준하는 공연한 방법 아냐”

부대 행정반에서 병사들이 있는 가운데 상관을 향해 욕설과 비하 발언을 한 중대장에게 군형법상 상관모욕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이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제시한 상관모욕죄의 엄격한 ‘공연성’ 법리를 적용한 판결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군형법상 상관모욕 및 폭행 혐의로 기소된 육군 대위 이모(32)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최근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중대장이었던 이씨는 2023년 11월 부산에 있는 한 부대 행정반에서 상관이었던 작전과장 조모 소령을 모욕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 뉴시스

당시 이씨는 소속 부대 병사 네댓명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피해자로부터 훈련 관련 지시를 받자 불만을 품고 “과장은 병신이다” “중대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면서 나한테 지랄한다” “군인 아니었으면 이미 때리고도 남았다” 등의 폭언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이듬해 2월22일 중대장실 앞 복도에서 군가 평가를 진행하던 중 조 소령의 멱살을 잡고 벽 쪽으로 밀쳐 폭행한 혐의도 받았다.

 

쟁점은 이씨 발언이 군형법 64조 2항에서 정한 ‘문서, 도화 또는 우상을 공시하거나 연설 또는 그 밖의 공연한 방법’에 해당하는지였다.

 

1심을 맡은 4지역군사법원은 이씨의 발언 일부에 대해선 이유무죄(하나의 죄목 안에서 일부 혐의만 무죄)로 판단하면서도 상관모욕과 폭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법 역시 “피해자보다 하급자인 병사들이 듣고 있는 자리에서 발언이 이뤄져 군 조직의 위계질서를 해칠 우려가 인정된다”며 항소와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주변 병사 몇 명이 일하다가 또는 지나가다가 들었던 사실이 인정될 뿐”이라며 “일방적·공개적으로 피고인의 주장이나 의견이 전달되거나 여러 군인에게 반복적·지속적으로 확산될 만한 방법으로 표현됐다는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올 7월 전원합의체 판결로 새로 제시된 상관모욕죄의 ‘공연성’ 기준을 적용해 군형법상 상관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