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t 장갑차가 이렇게 빠르다고?…‘타이곤’ 직접 타보니 [박수찬의 軍]

최고시속 120㎞…무장 바꿔 수출시장 겨냥
천무·K21 한곳에…분주한 창원 무기공장
K9·천무도 무인화…2029년 전환 목표

온몸이 갑작스레 흔들렸다. 기자가 타고 있던 강철의 장갑차가 긴 침묵에서 깨어나는 순간이었다.

 

14일 오후 경남 창원 소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장 주행시험장. 시험장 한켠에 있던 36t짜리 국산 타이곤 차륜형장갑차차에 탑승한 운전사가 시동을 걸었다.

 

지난 1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 성능시험장에서 차륜형 장갑차 타이곤이 기동하는 모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취재진의 주목을 받으며 장갑차는 엔진을 가동, 앞으로 나아갈 태세를 갖췄다.

 

몇 초나 흘렀을까. 타이곤 장갑차가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군용차량은 움직임이 둔하다’는 인식을 바꾸려는 듯 장갑차는 경쾌하게 기동했다.

 

급회전이 잇따랐지만 차체는 균형을 유지하며 운전자 의도대로 움직였다.

 

회전할때마다 몸이 한쪽으로 쏠렸으나, 어깨와 허리를 감싼 5점식 안전벨트가 기자를 쓰러지지 않도록 단단히 잡았다.

 

직선주로에 접어들자 타이곤 장갑차는 속도를 더 높였다. 처음보다 빨라졌다는 느낌을 받았으나, 소음은 크지 않았다.

 

우수한 주행 안정성과 탑승 편의성 등을 갖춘 국산 장갑차의 기술 수준을 직접 확인했던 순간이었다.

 

지난 1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 성능시험장에서 차륜형 장갑차 타이곤이 움직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다목적 수출용 전투차량, 타이곤

 

타이곤 차륜형장갑차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해외 시장을 겨냥해서 만든 지상전투차량이다.

 

방위사업청이 해외 수요에 맞게 장비를 개조하는 사업인 무기체계 개조개발 지원사업 형태로 개발됐다.

 

기존에는 6륜 지휘차량이 있었으나, 지금은 8륜으로 변경하고 760마력 디젤엔진 기반 파워팩을 탑재했다. 이를 통해 최고 시속 120㎞로 주행이 가능하다.

 

이날 현장에서 살펴본 타이곤은 국산 복합재 장갑이 블록별로 볼트에 고정된 형태였다.

 

지난 1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 성능시험장에서 차륜형 장갑차 타이곤이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피습으로 특정 부위가 파손되면, 해당 부분만 교체할 수 있다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 관계자는 설명했다.

 

보병은 10명이 탑승한다. 보병 탑승 공간 앞쪽에는 K6 원격사격통제체계(RCWS) 운용자를 위한 모니터와 조종장치 설치 공간이 있다.

 

승차한 보병이 앉는 좌석은 지뢰방호가 가능하다.

 

아프간 전쟁 당시 미군 스트라이커 차륜형장갑차가 지뢰·급조폭발물(IED)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으면서, 세계 각국의 차륜형장갑차들은 지뢰방호 기능이 크게 강조됐다.

 

이에 따라 차륜형장갑차 중량이 30t을 넘어섰고, 무게 증가에 대응해 현수장치·타이어·파워트레인도 강화됐다. 타이곤도 이같은 추세를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내에는 강한 냉풍을 뿜어내는 에어컨도 갖춰져 있었다. 에어컨이 가동되자 순식간에 실내가 쾌적해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에서 천무 다연장로켓이 조립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열대의 중동·아프리카·동남아 지역에서도 탑승 보병들이 쾌적한 실내 환경에서 오랜 시간 작전 활동을 할 수 있다.

 

운전석의 핸들은 일반 자동차와 유사한 형태다. 상용 자동차 운전에 익숙한 장병들의 특성을 감안했다는 평가다. 

 

운전석 왼편에는 연막발생기 등 장갑차의 전장 운용과 관련된 장치를 쓸 수 있는 버튼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운전석 뒤쪽에는 지휘통신체계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었다.

 

타이곤 장갑차는 보병수송용 외에도 30㎜ 무인포탑, 105㎜ 저압포 포탑, 6연장 천검 대전차미사일, 120㎜ 박격포 등을 탑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파생형을 만들어 해외의 잠재적 고객 수요에 부응할 수 있다.

 

해외 시장에서 타이곤 장갑차의 경쟁자는 중국산 VN-23이 꼽힌다.

 

지난 1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 성능시험장에서 천무 다연장로켓이 이동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VN-23은 중국 노린코(NORINCO)가 개발한 38t짜리 차세대 8륜 장갑차다.

 

대공 방어 및 정찰·지휘, 병참 지원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차량군을 구성할 수 있으며, 30㎜ 기관포나 대전차미사일 등 다양한 무기의 장착이 가능하다.

 

◆주요 지상장비 만드는 한화 창원 사업장

 

타이곤 장갑차 개발이 이뤄지는 경남 창원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장이 3곳이 있다.

 

항공엔진 등을 만드는 1사업장, 천무 다연장로켓과 기동장비를 만드는 2사업장, K9 자주포가 생산되는 제3사업장이다.

 

취재진이 찾은 2사업장은 한국군의 첫 국산 장갑차인 K200, K21 보병전투차량, 신형 화생방정찰차, 120㎜ 자주박격포, 천마 지대공미사일과 비호복합, 천호 차륜형대공포를 만든다.

 

다품종 소량 생산 방식이다보니 사업장 내에선 다양한 장비들이 제조·정비작업을 받는다.

 

지난 1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 성능시험장에서 중거리 지대공 유도탄 천궁-II, 차륜형 장갑차 타이곤(순서대로)이 기동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취재 도중에도 사업장에선 K200 계열 장갑차와 K21 차체가 굉음을 내며 수시로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가장 많이 눈에 띤 것은 천무 다연장로켓이었다.

 

체계종합시험장엔 도색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천무 6대가 대기하고 있었고, 주행시험장에 있던 기동장비 중 천무 및 천무 로켓탄을 싣는 탄약운반차가 가장 많았다.

 

그만큼 시장에서 천무의 수요가 많이 늘었다는 것이 실감됐다. 천무는 최근 크로아티아가 구매를 결정하는 등 누적 수출액이 14조원을 넘어섰다. 

 

취재진이 사업장 내 궤도차량 조립공장에 들어서자 K200 계열 장갑차 7대가 늘어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작업자들이 차체 주변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차체에 현수장치를 조립하고 전기·냉난방장치와 기동장치, 파워팩을 탑재하면 외관 검사와 주행시험을 실시한다.

 

현재 군 당국은 K200 계열 장갑차의 엔진·변속기를 교체하는 성능개량 사업을 진행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발걸음을 옮기니 바나나처럼 휘어진 흰색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K21 주포인 40㎜기관포의 탄약을 담는 바스켓이라고 한화측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 옆엔 40㎜ 기관포가 놓였다.

 

한화측 관계자는 “기관포와 바스켓을 결합하고, 피아식별장치와 위성항법체계(GPS) 등을 추가해서 포탑을 만들게 된다”고 말했다.

 

한쪽에선 작업자들이 30㎜ 차륜형대공포를 점검하고 있었다.

 

중거리 지대공유도무기(M-SAM)인 천궁 조립장으로 이동했다.

 

지난 1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 성능시험장에서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이 병사 추종 기동을 시연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천궁의 발사대와 발사관 등을 제작한다.

 

국산 특장차를 쓰는 한국군 천궁과 달리 중동수출형은 구매국 요구에 맞춰 체코 타트라 차량을 쓴다.

 

조립장엔 발사관 10여개가 놓여있었다. 한화측 관계자는 “내년에는 이곳이 다목적무인차량 ‘아리온 스맷’ 조립장으로 바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아리온 스맷 양산 계약을 맺었다. 이르면 내년쯤에는 본격적인 납품이 이뤄질 전망이다.

 

◆무인기술 전환도 추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군 전력 증강과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관련 기술 확보도 추진중이다.

 

다수의 유·무인 체계를 초연결 네트워크와 AI 지휘통제기능을 기반으로 융·복합 전투를 수행, 전장에서 적의 표적을 탐지(Sensor)한 순간부터 무기 체계로 타격·제압(Shooter)하는 ‘센서 투 슈터’를 구현한다는 것이다.

 

우선 육군·해병대에 납품할 아리온 스맷의 양산을 위해 구조물, 배터리, 항법장치, 원격 통제 관련 부품 등 주요 장비를 공급하는 협력사 40여곳과 상호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국산화율 98% 이상을 구현했다.

 

이라온 스맷은 약 450kg에 달하는 적재중량을 갖췄고, AI기반 원격사격통제 등이 가능하다.

 

지난 14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2사업장 성능시험장에서 궤도형 소형 UGV인 테미스(THeMIS)가 시연을 선보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날 주행시험장에서 아리온 스맷의 기동시범을 취재진에 공개했다.

 

시속 60㎞로 주행하는 모습과 더불어 병사가 걸어가는 방향으로 따라가는 자율추종주행 기술, 기동 중에도 표적을 정확히 조준하는 기술 등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리온 스맷 외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0년까지 소형-중형-대형으로 이어지는 무인지상장비 공통플랫폼 6종을 확보할 방침이다.

 

10t 미만 소형인 다목적무인차량, 20t 미만인 중형급 궤도형 로봇전투차량, 30t급인 대형 무인전투차량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20t 미만 궤도형 로봇전투차량은 40㎜ 포 등을 장착해 화력지원을 하거나 공병·군수지원 등에 투입할 수 있다.

 

이외에도 레이더, 전파방해장치, RCWS, 직충돌 드론 16기 등을 탑재한 다수의 지상무인차량들을 K9 포대 주변에 배치해서 적군 자폭드론 공격을 저지하는 방공망 역할을 맡는 구상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 유인 장비를 필요에 따라 무인화하는 선택적 유·무인체계(OMFV) 전환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K9과 천무,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에 대한 선택적 유·무인체계 전환 목표를 2029년으로 설정했다.

 

김동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S사업부장은 “최고의 생산체계 구축을 통해 대한민국 군과 우방국이 필요로 하는 무인차량의 안정적인 공급을 지원하고, 선제적으로 미래 전장에 대비한 국방 무인체계 선도 기업이 될 수 있도록 기술 확보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