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은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사흘간 이어지고 일요일인 27일까지 더하면 실질적인 연휴는 나흘이다. 별도 대체공휴일이 없어 예년 장기 연휴보다 귀성과 여행, 가족 모임 일정을 빠듯하게 소화해야 하는 ‘숏추석’이다.
연휴가 짧아지면서 명절 상차림도 간소해지는 분위기다. 여러 음식을 처음부터 직접 만들기보다 갈비찜과 전, 잡채 등 핵심 메뉴만 준비하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간편식으로 채우는 방식이다.
실제 명절 소비에서도 이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17일 GS샵이 2015년과 2025년 추석 연휴 직전 3주간 판매 실적을 비교한 결과를 보면, 간편식 등을 포함한 식품 매출은 10년 새 80% 증가했다. 반면 냄비와 프라이팬 등 주방용품 매출은 38% 감소했다. 전체 매출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9.3%에서 17.9%로 높아졌다.
간편식 시장 자체도 꾸준히 커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올해 국내 간편식 판매액이 약 7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2020년 4조4254억원에서 약 70% 커진 규모다. 성장률은 다소 둔화됐지만 일상적인 한 끼를 넘어 가족 모임과 명절 상차림으로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업체 간 메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본그룹의 식품 제조기업 순수본은 조리 과정이 복잡한 명절 대표 음식을 간편식으로 판매하며 관련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본 뼈없는 갈비찜’은 소갈비와 대파, 당근, 밤, 쌀떡 등을 함께 담은 제품이다. 해동한 뒤 5분가량 가열하면 먹을 수 있어 핏물을 빼고 양념에 재운 뒤 장시간 끓여야 하는 갈비찜 조리 과정을 크게 줄였다.
‘본죽 직화 떡갈비’도 별도의 재료 손질 없이 데우거나 구워 반찬과 메인 요리로 활용할 수 있는 냉동 간편식이다.
갈비찜이나 떡갈비처럼 직접 만들 경우 재료 준비부터 양념, 조리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음식을 완제품으로 대체해 명절 상차림 부담을 줄이려는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다.
풀무원은 지난달 신선한 콩나물과 전용 액상소스를 한 팩에 넣은 ‘콩나물국 요리키트’를 출시했다.
시원한 맛과 얼큰한 맛 2종으로, 물에 액상소스를 넣어 끓인 뒤 콩나물을 넣으면 약 5분 만에 완성된다. 황태나 김치, 달걀 등을 추가해 취향에 따라 활용할 수도 있다.
콩나물을 다듬고 별도로 육수를 내야 하는 과정을 줄여 전이나 갈비찜 등 상대적으로 기름진 명절 음식에 곁들일 국물 요리를 간편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했다.
농협목우촌도 명절상에 자주 오르는 전을 손쉽게 준비할 수 있는 ‘주부9단 손맛가득 동그랑땡’을 판매하고 있다.
달걀옷이 입혀진 냉동 제품으로 별도의 반죽이나 달걀물을 준비하지 않고 바로 조리할 수 있다. 고기와 채소를 다지고 모양을 빚어 하나씩 부쳐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인 제품이다.
올해는 식품 제조업체뿐 아니라 편의점들도 추석 간편식 경쟁에 적극 뛰어들었다.
GS25는 흑미밥과 전주비빔밥, 유채나물밥에 잡채·떡갈비·양념닭갈비·각종 전과 송편 등을 담은 ‘이달의 도시락 한가위편’을 이달 초 출시했다. 지난 15일부터는 ‘추석 잡채&전’과 ‘추석 불고기고추장비빔 김밥’을 선보이고 있으며, 오는 22일에는 곤드레나물밥에 맥적구이를 올린 주먹밥도 내놓는다.
CU도 지난 15일 ‘풍성한가위 정찬 도시락’과 ‘풍성한가위 잡채 모둠전’을 출시했다.
정찬 도시락에는 간장불고기와 잡채, 오미산적, 김치전, 해물부추전, 나물 3종 등을 담았다. 잡채 모둠전은 명절 대표 음식인 잡채와 전을 한 팩에 구성했다.
CU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명절 연휴 기간 명절 도시락 매출은 전년 대비 2023년 18.5%, 2024년 20.8%, 2025년 12.2%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대학가와 원룸촌, 오피스텔 등 1인 가구 밀집 지역에서 전체 명절 도시락 매출의 60.5%가 발생했다.
세븐일레븐은 명절 대표 음식인 떡갈비와 산적을 각각 김밥과 무스비로 바꿨다.
‘복가득담은떡갈비김밥’은 국내산 돼지갈빗살로 만든 남도식 떡갈비구이에 계란구이와 채소 등을 넣었고, ‘복가득담은고기산적무스비’는 고기산적 패티에 버섯야채볶음과 김가루밥을 조합했다.
지난 15일에는 소불고기와 김치전, 동그랑땡 등 모둠전과 오리훈제구이, 나물 등을 포함해 총 11가지 반찬을 담은 ‘복가득담은한상도시락’도 출시했다.
이마트24 역시 지난 16일부터 ‘한가위보름달만찬’을 판매하고 있다. 흑미밥과 한돈 돼지불고기, 전 3종, 잡채, 삼색나물에 미니 찹쌀약과까지 10가지 메뉴를 한 상품에 담았다.
명절 음식을 직접 차릴 계획이 없는 1인 가구뿐 아니라 가족이 모이더라도 손이 많이 가는 음식 몇 가지만 간편식으로 보충하려는 수요까지 겨냥한 상품 구성이다.
홈쇼핑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GS샵은 올해 추석을 앞두고 ‘이연복 해물누룽지탕’, ‘해운대 한우등심불고기’, ‘이상민 갈비찜’ 등 간단한 조리만으로 상에 올릴 수 있는 식품 편성을 강화했다. 명절을 앞두고 주방용품 대신 조리 부담이 적은 완성형 식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올해 추석 식품 시장의 특징은 간편식의 영역이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수준을 넘어 명절 상차림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갈비찜과 전, 잡채부터 국물 요리까지 직접 만들면 손이 많이 가는 메뉴가 잇따라 간편식으로 대체되고 있다.
짧은 연휴에 모든 음식을 직접 준비하기보다 가족이 선호하는 메뉴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간편식으로 채우려는 소비가 늘면서 명절 상차림도 ‘많이 만드는 것’에서 ‘필요한 만큼 간편하게 준비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