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택 전북도지사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이 지사가 지난해 11월 정읍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청년 간담회에서 자신의 식사비를 부담하지 않았음에도 직접 결제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사실을 허위사실공표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향후 수사의 핵심은 이 지사의 발언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지, 선거에서 자신의 당선에 영향을 미칠 목적이 있었는지를 검찰과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맞춰질 전망이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7일 이 지사를 공직선거법 제250조의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1월 29일 정읍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청년 정책 간담회다. 당시 술과 식사를 포함한 비용은 72만7000원으로, 이 지사의 선거를 돕던 김슬지 전 전북도의원이 사흘 뒤 전북도의회 기획행정위원장 업무추진비와 사비를 이용해 결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관련자 진술 등을 토대로 이 지사가 당시 자신의 식비를 실제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이 지사가 이후 자신의 식사비를 직접 결제했다는 취지로 설명한 만큼, 경찰은 이를 단순한 해명 차원을 넘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허위사실공표로 판단해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반면 식사비 대납 자체에 대해서는 결론이 달랐다. 경찰은 김 전 도의원이 식사비를 부담한 행위 자체는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송치했지만, 이 지사와 김 전 도의원 사이의 공모관계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 지사에게 적용된 제3자 기부행위 혐의는 불송치됐다.
◆허위사실공표죄, 단순히 ‘틀린 말’만으로는 불성립
이번 사건에서 법적으로 가장 중요한 대목은 이 지사의 발언이 실제 사실과 다르다는 점만으로 공직선거법 위반이 성립하느냐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은 당선되거나 당선되게 할 목적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후보자의 행위 등에 관해 허위의 사실을 공표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단순히 사실관계가 잘못됐다는 것만이 아니라 허위성, 공표 행위, 당선 목적 등이 주요 법적 쟁점이 된다.
따라서, 검찰 단계에서는 경찰이 확보한 진술과 결제 자료 등을 토대로 이 지사가 실제로 식사비를 부담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재입증하는 한편, 해당 발언이 선거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는지를 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수행원을 포함한 식사비를 직접 냈다’는 발언이 단순한 사실관계에 관한 해명인지, 아니면 후보자의 도덕성이나 선거법 위반 의혹을 피하기 위한 적극적인 허위사실공표인지가 법적 판단의 중요한 지점이 될 수 있다.
경찰이 이 지사의 제3자 기부행위 공모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도 향후 기소 시 재판에서 변수다. 경찰 판단대로 이 지사가 식사비 대납을 지시하거나 공모한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허위사실공표 혐의는 ‘실제 기부행위에 관여했는지’와 별개로 자신이 식사비를 냈다고 한 발언 자체의 허위성과 선거 목적을 중심으로 판단하게 된다.
◆유죄 확정되면 100만원 이상 벌금형부터 당선무효
향후 가장 큰 관심은 이 지사의 현직 도지사직 유지 여부다. 공직선거법 제264조는 당선인이 해당 선거와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죄로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지사의 허위사실공표 혐의가 유죄로 확정되고 그 형량이 100만원 이상의 벌금에 이르면 현직 도지사직의 유지가 어려워진다.
다만, 현재는 경찰의 송치 단계일 뿐이다. 검찰이 경찰의 판단을 토대로 기소할지, 기소한다면 어떤 공소사실과 법률을 적용할지 결정해야 하고 이후 법원의 판단까지 거쳐야 한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이 지사의 당선무효 여부를 단정할 수는 없다.
공직선거법은 선거범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별도의 재판 기간도 두고 있다. 제270조에 따르면 선거범 사건은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하게 진행해야 하며, 1심은 공소 제기일부터 6개월 이내, 2·3심은 각각 전심 판결 선고일부터 3개월 이내에 판결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은 검찰의 기소 여부가 첫 번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기소가 이뤄질 때 ‘식사비를 실제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이를 선거에 유리하게 하려고 허위로 공표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법정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경찰은 이 지사가 지방선거 과정에서 ‘12·3 내란 당시 전북도가 내란을 방조했다’는 취지의 카드뉴스를 배포하고 TV토론회 등에서 발언했다는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해서는 불송치했다. 따라서 현재 검찰에 넘어간 이 지사의 허위사실공표 사건은 정읍 청년 간담회 당시 식사비 결제와 관련한 발언이 중심이다.
◆김관영 전 지사는 ‘대리운전비 108만원’ 기부행위 혐의 송치
김관영 전 전북지사도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졌다. 김 전 지사는 지난해 11월 30일 전주의 한 식당에서 청년 당원과 현역 기초의원 등 18명에게 대리운전비 명목으로 1인당 2만∼10만원씩 모두 108만원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를 제3자 기부행위가 아닌 김 전 지사의 기부행위와 관련된 선거법 위반 혐의로 보고 송치했다. 공직선거법 제115조는 후보자나 소속 정당을 위해 제3자가 기부행위를 하거나 하게 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다.
반면, 식당 폐쇄회로(CC)TV 삭제를 둘러싼 거래 의혹에서 김 전 지사가 관여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아 불송치됐다. 이와 함께 김 전 지사가 무소속 출마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교감했다는 취지로 발언한 데 따른 허위사실공표 혐의는 경찰이 검찰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친청 대 친명’ 공천 갈등, 결국 본선·선거 뒤까지 이어져
이번 사건을 이해하려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북지사 후보 공천을 둘러싸고 벌어진 민주당 내부 갈등도 빼놓기 어렵다.
민주당은 초 현직이었던 김관영 전 지사와 이원택 의원, 안호영 의원 등이 경쟁하는 구도였지만, 김 전 지사가 대리운전비 제공 논란으로 제명되면서 경선 구도가 크게 바뀌었다. 이후 이원택 의원이 안호영 의원을 꺾고 민주당 전북지사 후보로 확정됐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원택 후보를 친정청래계, 김관영 전 지사를 반정청래 또는 친이재명계로 바라보는 구도가 형성됐다. 실제 김 전 지사는 선거 과정에서 “전북지사 선거가 친청과 친명의 대결 구도”라고 주장했고, 자신을 친명 후보로 규정하면서 정청래 대표의 공천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이원택 후보 역시 자신이 친명이라고 맞섰다. 당시 언론들은 이를 ‘친청·반청’ 또는 ‘명·청 대결’로 해석했다.
특히, 이원택 후보가 친청계로 분류된다는 시각이 다반사였고, 민주당 지도부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 후보를 적극 지원하면서 계파 갈등의 성격이 더 부각됐다. 반대로 김 전 지사는 민주당 제명 이후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정청래 대표의 공천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결국,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이원택 후보의 당선은 친청 세력 때문이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실제 선거에서 이원택 후보는 51.22%를 얻어 무소속으로 나선 김관영 후보 41.78%를 누르고 힘겹게 당선됐다. 당시 지역 정가에서는 민주당의 조직력과 전통적 지지 기반, 중앙당 지원 등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번 검찰 송치는 6·3 지방선거를 둘러싸고 이미 정치적 충돌을 겪었던 두 전·현직 도지사가 선거법 사건으로 다시 사법적 판단 대에 서게 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원택 지사의 경우 정치적 계파 논쟁과 별개로 검찰과 법원이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 요건을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현직 유지 여부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