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넉달만에 대좌…무역휴전 연장하고 AI담판 나설듯

워싱턴 정상회담 D-7…24일 백악관서 트럼프 2기 세 번째 미중 정상회담
'AI안전' 접점 찾기 어렵지만 우발적 충돌 막을 전용 핫라인 구축할 수도
트럼프의 '김정은 러브콜' 속 시진핑 '북미 대화' 재개에 역할할지 관심
'무역·안보' 갈등 해소할 획기적 돌파구 안보여…'안정적 관리' 방점둘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주 앉는다.

시 주석의 국빈 방미를 계기로 열리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지난 5월 중순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 이후 4개월여 만에 다시 열리는 것이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월 1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본관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두 정상의 양자 회담은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정상회담까지 더해 이번이 세 번째다.



세계 1·2위 초강대국 정상들의 만남인 만큼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AI) 속도조절론과 이란 전쟁, 무역 갈등과 같은 당면 현안들을 어떤 식으로 다루느냐에 따라 지구촌 전체가 출렁일 수 있어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을 재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 관련 논의의 향방도 주목된다.

현재로선 정상회담을 비롯한 시 주석의 방미 세부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시 주석이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24일 미국을 방문하며 백악관에서 국빈 만찬을 열 것이라고 직접 밝힌 바 있다.

◇ 'AI 안전' 최대 관심사…'속도조절론'에 양국 모두 부정적

앞선 2차례 회담에서 미중 무역갈등이나 대만·중동 등 지정학적 문제가 주요 이슈였다면, 이번에는 AI 안전 문제가 세계적 공통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두 정상이 관련해서 담판을 지을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미국에서는 최근 AI 업계 연구원과 수장들이 잇따라 통제 불능 상태로 발전한 AI가 인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속도 조절론'을 제기한 상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총리가 오는 20일 뉴욕에서 진행할 정상회담 의제 조율을 위한 고위급 회담에서도 AI가 주요 논의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선트 장관 본인도 16일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에 미중 고위급 회담과 관련, "우리는 양측이 공통으로 직면한 위험을 피하고, 양국 AI 시스템이 서로 분리되는 것을 막기 위한 논의에 열려 있다"며 AI가 중요 의제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하지만 양국 정상의 AI 인식을 보면 AI의 미래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접점 찾기에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오히려 AI 안전 우려에 부정적인 태도를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AI에서 이기는 자가 승리할 것"이라는 인식 속에 미국이 글로벌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AI 개발 속도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 전역에서 반대 여론이 거센 AI 데이터센터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최대 성장 동력으로 여기고 있다. 반면 AI 인류멸망론이나 속도조절론에 대해선 "역겨운 음모"로 치부한다.

이러한 논의 자체가 AI 경쟁에서 미국을 추격 중인 중국을 이롭게 하는 민주당 주도의 사기극이라는 입장인데, AI 업계나 정치권의 속도 조절론자를 "반역자, 배신자, 정보유출자"로 부르며 강한 반감까지 표출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도 AI 안전이나 속도 조절론 부각은 중국의 발전을 제약하고 미국이 AI 주도권을 독차지하려는 일종의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와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를 만들고 '글로벌 AI 거버넌스'나 '개발도상국의 AI 발전 권리' 등을 주창하는 것 역시 AI 분야만큼은 미국이 정한 질서를 수용하지 않는 '규칙 제정자'가 되겠다는 야심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런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AI 발전 속도를 늦추기 위해 견제를 시도하고, 시 주석은 미국의 압박을 방어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 내에서도 두 정상이 AI 안전에 대해 접점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워싱턴DC의 한 싱크탱크 관계자는 최근 언론 간담회에서 이런 전망의 배경으로 "AI가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각자의 정치 생태계에 얼마나 크게 존재적 위협이 될지 아니면 이익이 될지에 대해 양측 모두 충분히 깊게 고민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에서는 AI 안전 문제에서 일정한 제도적 합의를 할 여지가 있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둥팅 칭화대 전략안보연구센터 부연구원은 6월 '중미 포커스' 기고문에서 AI 생성 허위 콘텐츠가 우발적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양국이 냉전 시기 미국·소련처럼 전용 핫라인을 만들 수 있다고 제언했다.

◇ 트럼프 원하는 '김정은 재회'에 시진핑 역할 할까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위해 시 주석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할 것인지도 이번 회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집권 2기 들어서도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부터 부쩍 김 위원장을 향해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내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한미 연례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한 데 이어 북한이 '핵무기 57개를 가진 핵무기 보유국가(Nuclear Power)'임을 기정사실로 못박으면서, 연내 김 위원장과의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고 확언했다.

북한의 간절한 요구에 부응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김 위원장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공을 들인 것이다.

미중 정상이 이번에 북한 문제와 관련해 어떤 대화를 주고받을지 예단할 수 없지만, 현재까지 북한의 특별한 반응이 없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모종의 역할을 당부할 수 있을 것으로 워싱턴 정가 관측통들은 예상한다.

앞서 지난 6월 시 주석의 방북 전에도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는 동시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한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을 떼어놓기 위해 북미 대화 촉진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최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역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이 북미 외교 부활을 위해 적극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할 의지를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유화 제스처가 이란 전쟁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시선을 돌리고 미국 내 물가 상승 불만을 희석하려는 정치적 목적이라는 의심이 나오는 등 북미 대화 재개를 둘러싼 부정적 시선도 상존한다.

시 주석이 7년 만에 방북해 김 위원장과 북중 정상회담을 한 이후 중국이 내놓은 발표문에서 비핵화나 북미 대화 등 과거 언급됐던 의제가 빠진 것도 중국 역할론에 회의적인 관측 근거로 받아들여진다.

전직 미 안보 관련 고위 당국자도 언론 간담회에서 "중국은 북한이 극도로 도발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현 상황을 유지하고, 미국 쪽으로 기울어지는 걸 막으려 할 것"이라며 이번 미중 정상 간 만남이 북미 대화 재개를 촉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무역·안보 '휴전'은 계속…성과물 없이 '국제정치쇼' 그칠 가능성도

두 정상은 5월 베이징 회담에서 '전략적 안정의 건설적 관계'라는 새로운 틀에 합의했다.

이는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핵심 갈등을 부각하지 않고 상호 존중 속에 안정적으로 글로벌 질서를 관리하자는 두 정상의 의지를 거듭 확인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번 워싱턴 회담에서도 '관계 안정화'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중화권 매체들은 양국이 AI와 첨단 반도체 등 전략 산업을 놓고 서로 양보할 수 없는 전선을 형성하고 있어 이번에도 획기적 돌파구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 때 주요 기업 경영자들을 대동한 것처럼 시 주석의 방미에 정보기술(IT)·전기차·항공우주 등 중국 주요 기업인들과 동행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으나, 실제 투자 계약 성과보다 양국 협력을 보여주는 '상징적 성격'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SCMP는 짚었다.

이런 기조 속에 지난해 10월 부산 회담 때 합의한 1년 시한의 '무역 전쟁' 휴전 합의는 이번 회담에서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최근까지도 서로 공격을 주고받고는 있지만 관세 유예와 희토류 수출 통제 보류 등에 대해선 공감대가 형성돼있기 때문이다.

대만이나 이란 전쟁 이슈에서도 두 정상은 5월 회담 때 내놓은 수준의 입장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시 주석은 미국을 향해 무기 판매 중단이나 대만해협 불개입 등을 다시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크고,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충돌을 피하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할 수 있다.

이란 전쟁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중국의 적극적 중재를 바랄 수 있지만, 시 주석은 '조속한 평화 회복' 등 원론적 수준의 입장 표명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결국 이번 회담 역시 넉 달 전과 마찬가지로 획기적 갈등 해소책 없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직 미 안보 관련 고위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성과물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봤다.

이 당국자는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나 10월 제20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를 맞는 시 주석이나 "서로 만나 국제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관계를 관리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보여주길 원한다"고 했다.

양국 정상 모두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회담에 나서는 만큼 구체적 결과물이 도출되는 자리라기보다는 글로벌 투톱 정상의 관계가 돈독하다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국제정치쇼'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