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독립할래”…‘인구 350명’ 마을이 주민 투표에 나선 이유

영국 옥스퍼드셔주의 작은 마을인 피딩턴 주민들이 영국으로부터 독립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해 화제다. 다만 실제로 분리·독립하는 것은 아니며, 인근에 추진 중인 대규모 난민 수용시설에 반대하는 상징적인 투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과 BBC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피딩턴 주민들은 지난 15일 독립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했다. 전체 인구가 약 350명인 이 마을에서 약 92%에 달하는 312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가운데 285명이 독립에 찬성했다. 반대는 26명, 무효는 1명이었다.

주민 투표 후 피딩턴 마을에 설치된 ‘피딩턴 공국’ 표지판. 연합뉴스

이번 투표는 법적 효력은 없다. 영국 법률상 피딩턴과 같은 마을이 자체 주민투표만으로 영국에서 독립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주민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며, 다만 지역사회의 의사를 정부에 전달하기 위한 정치적·상징적 행동으로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이후 마을에는 ‘피딩턴 공국’이라는 표지판도 등장했다.

 

주민들이 이같은 이례적인 투표에 나선 직접적인 계기는 인근 옛 군사시설에 난민 수용시설을 설치하려는 영국 정부의 계획이다. 영국 정부는 옥스퍼드에서 약 25㎞ 떨어진 피딩턴 인근의 옛 국방부 비스터 주둔지 부지를 활용해 최대 1256명의 성인 남성 난민 신청자를 수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9월 2일 공개한 계획에는 숙박시설뿐 아니라 의료·복지시설, 보안시설, 도로와 폐수처리시설 등을 설치하고 최대 10년간 임시 난민 수용시설로 사용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피딩턴 주민들은 시설 규모와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 치안 문제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해왔다. 특히 정부가 계획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와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관할 체르웰 지역의회는 “정부가 6월 계획을 발표하기 전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투표는 영국의 고전 코미디 영화 ‘핌리코행 여권’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1949년 개봉한 이 영화는 런던의 한 지역 주민들이 자신들의 거주지가 역사적으로 영국 영토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독립을 선언하는 내용을 다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