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은 흐르고
이루어진 것보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 더 많아
아린 것들로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밀물 때, 강물은 머뭇거리며
문득문득 멈추어 서기도 하고
강물 위에 물맴이를 그리며
재촉하듯 내리는 가을비
가을비에 깨어난 강물의 마음처럼
물고기들이 비늘을 번득이며
강을 거슬러 오르고
어디로 가려는 것이냐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떼를 따라
강물도 머뭇거리며
조금씩 조금씩 흘러
물고기떼가 거슬러 머무는 어디쯤
이루지 못한 사랑이 아직도 거기 서서
빗줄기에 지워져가는 들판을
망연히 바라보고 있는지
빗줄기에 지워져가는 풍경들이
아득히 깊어져 피어나는 물안개
물안개 속에 아직도 남아 있는 시린 눈빛들
시린 눈빛들을 품은 채 강물은 다시 흐르고
-시집 ‘이별을 연습했다’(창비) 수록
●김진경
△1953년 충남 당진 출생, 1974년 ‘한국문학’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갈문리의 아이들’, ‘광화문을 지나며’, ‘우리 시대의 예수’, ‘별빛 속에서 잠자다’, ‘슬픔의 힘’, ‘지구의 시간’ 등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