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환불로 제재받았는데”…한국관광공사, 트립닷컴에 또 9억 썼다

공정위 제재 열흘 뒤 취날과 1억4424만원 프로모션…씨트립과도 7억 규모 사업
2021년 이후 5개 브랜드와 52건 협업…집행액만 33억2042만원
트립닷컴, 항공권 취소 고객에 바우처 환급…5년여간 피해 1만3010건
조은희 “관광객 유치뿐 아니라 피해구제·국내법 준수 여부도 평가해야”

항공권을 취소한 소비자에게 결제한 돈 대신 항공사 바우처를 내줬다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제재를 받은 글로벌 여행 플랫폼이 있다. 그런데 이 플랫폼의 판매망은 정부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 사업에서는 주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제재한 정부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해당 플랫폼과 협력하는 정부 기관 사이에 엇박자가 나타난 셈이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

1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이 한국관광공사(KTO)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관광공사가 중국계 트립닷컴그룹 주요 플랫폼과 올해 진행한 홍보·판촉사업 집행액은 10억9844만원이다. 지난해 7억5485만원보다 45.5% 증가했다.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관광공사가 트립닷컴·씨트립·취날·스카이스캐너·트래빅스 등 주요 5개 브랜드와 진행한 연계사업은 52건이다. 집행액이 확인되는 49건은 모두 33억2042만원 규모다. 집행 중인 3건은 제외했다.

 

관광공사는 씨트립·취날을 통한 중국 현지 방한 판촉, 트립닷컴을 활용한 해외시장 홍보, 스카이스캐너를 통한 항공여행 수요 유치 등에 이들 플랫폼을 활용했다.

 

문제는 트립닷컴이 국내 소비자 환불과 관련해 공정위 제재를 받은 직후에도 협업이 이어졌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지난 6월 1일 트립닷컴 싱가포르와 트립닷컴코리아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 사실을 발표했다. 항공권 취소 고객에게 결제 수단이 아닌 항공사 바우처로 환급한 행위 등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가 파악한 관련 피해는 2020년 2월부터 2025년 7월까지 1만3010건, 약 31억5500만원이었다. 공정위는 기존 피해의 현금 환불 등 회복이 완료됐다고 밝혔으며, 재발 방지를 위해 시정명령 이후 1년간 이행 현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그런데 제재 발표 열흘도 지나지 않은 6월10일 취날과 1억4424만원 규모의 방한 특별홍보 프로모션이 시작됐다. 6월 18일에는 트립닷컴과 4386만원, 7월 8일 씨트립과 5억5031만원, 8월31일 씨트립과 1억7752만원 규모의 사업이 각각 진행됐다.

 

공정위 제재 발표 이후 시작된 관련 사업은 모두 6건이다. 이 가운데 금액이 확인되는 4건만 합쳐도 9억1593만원이다.

 

정부가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현지 대형 OTA의 판매망을 활용하는 상황에서 협력업체의 소비자 보호와 국내법 준수 여부까지 사업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은희 의원은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중국계 대형 OTA의 판매망을 활용하고 정부 예산까지 투입하면서, 정작 해당 플랫폼으로 피해를 본 국내 소비자의 권익은 뒷전으로 미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광객 유치 실적만 평가하고 환불과 피해구제 책임은 묻지 않는다면 정부가 거대 플랫폼에 끌려다니는 것”이라며 “문체부와 관광공사는 환불 처리, 피해구제 협조, 국내법 준수와 시정조치 이행 여부를 협력업체 선정과 평가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