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단독 채택을 계기로 2기 내각 인선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한층 격화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각종 의혹이 청문회에서 소명됐다며 김 후보자를 ‘적격’으로 판단한 보고서를 채택해 임명에 힘을 실었고, 국민의힘은 이를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를 위한 인사’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이 상임위 일정 취소에 이어 장외투쟁까지 예고하면서 인사 갈등은 국회 운영 전반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원 퇴장한 가운데 민주당 단독으로 김 후보자 청문보고서를 ‘적격’ 의견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은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과 배우자의 사회적협동조합 운영 논란 등이 청문회에서 충분히 소명됐고 직무 수행을 가로막을 중대한 결격사유도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신약 청탁 의혹의 핵심 인물인 브로커 양모씨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김 후보자에게 해당 치료제에 대한 검토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는 취지로 요청한 것”이라며, 김 후보자에게 후원금 500만원을 지급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전 합의나 확정적 약속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국민의힘은 보고서 상정 과정부터 강하게 반발했다. 야당 간사인 박형수 의원은 “어제(16일) 밤 11시 기습적으로 상정했다”며 “청문회에서 의혹이 해소된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항의했다.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인사청문회를 마친 날부터 3일 이내 보고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도록 한 국회법을 들어 맞섰다. 여야 간 고성이 오간 끝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개의 약 10분 만에 전원 퇴장했고, 민주당은 보고서를 단독 의결했다.
민주당은 보고서 채택으로 국회 검증 절차가 마무리된 만큼 김 후보자 인선을 더 늦출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의혹을 범죄로 만들고 비유와 조롱으로 인신공격을 하는 것은 검증이 아니라 저급한 정치 공세”라고 비판했다. 김영진 의원도 “공소청 조직을 안정화시키고 법무부를 잘 추슬러내는 부분이 중요한 시기”라며 김 후보자 임명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과 배우자 관련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법사위원들은 퇴장 뒤 기자회견을 열어 “인사 검증이 아니라 ‘답정너’ 면죄부 발급”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김 후보자가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를 추진한 의원모임 공동대표였다는 점을 거듭 문제 삼으며 “임명을 강행한다면 국민적 분노와 저항에 대한 모든 책임은 대통령과 민주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장동혁 대표도 보고서 채택을 두고 “죽어도 공소취소 하겠다는 것”이라며 민주당을 “청와대 출장소”라고 비판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기어이 공소취소를 밀어붙이고야 말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김 후보자 사퇴 촉구 시위도 벌이며 김 후보자 문제를 단순한 인사 검증을 넘어 이재명정부의 법치와 국정 운영 문제로 확대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도 이날 ‘이재명정부 1년 2026 검찰 보고서’ 발간 브리핑에서 “공소제기가 조작됐다면 법정에서 무죄를 다투거나 공소권 남용에 따른 공소기각을 구하면 된다”며 “특별검사법과 인사권을 동원해 재판 자체를 지우려는 시도가 계속된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혁의 이름을 빌린 특혜”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와 김강립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돼 경찰 수사도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근거로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
김 후보자 문제를 둘러싼 충돌은 다른 장관 후보자 청문보고서 처리에도 번졌다. 국방위원회는 이날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보고서를 여당 주도로 채택했다. 재정경제기획위원회는 여야 합의로 이형일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보고서를 채택하되 국민의힘의 ‘부적격’ 의견을 병기했다. 민주당은 국방부와 재경부 역시 호르무즈해협 파병 논란과 대미 투자 세부 협상 등 당면 현안이 산적해 장관 인선을 늦추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잇단 보고서 처리에 반발해 자당 소속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국토교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를 전격 취소했다. 이에 따라 이날 예정됐던 홍지선 국토교통부·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도 무산됐다. 여당의 인사 처리에 야당이 상임위 의사일정 보이콧으로 맞서면서 인선 갈등이 국회 운영 전반으로 번진 셈이다.
국민의힘은 22일 국회 본관 앞에서 ‘이재명정부 실정 국민 보고대회’를 열고 2기 내각 인사 검증과 정부·여당의 국정 운영을 겨냥한 대국민 여론전에 나설 계획이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추석 이후 악화한 민심을 확인하면 언제든 장외에 나설 수 있게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