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 미만 자진퇴사자 3명 중 2명이 한 직장에서 1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난다. 정부가 이들에게도 생애 한 차례 구직급여를 주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내년도 예산에는 담기지 못했다.
실업급여 계정의 실질 적립금이 약 6조원 적자인 데다, 조기 이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겹치면서 제도 도입 논의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진퇴사 66.5%가 1년 미만…20대 초반은 80%
18일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행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35세 미만 고용보험 피보험자격 상실자는 19만2299명이다.
이 중 개인 사정에 따른 자진퇴사와 근로조건 변동·임금체불 등에 따른 자진퇴사를 합치면 14만6418명, 전체의 76.1%가 자진퇴사였다.
근속기간은 짧다. 자진퇴사자 중 근속 1년 미만이 9만7437명으로 66.5%다. 1~3년 근속자(24.4%)까지 합치면 자진퇴사자의 91%가 입사 3년을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
연령이 낮을수록 근속은 더 짧다. 20~24세 자진퇴사자는 80.1%가 1년을 못 채웠고, 25~29세는 63.5%, 30~34세는 55.2%였다.
◆첫 직장 1년 6.8개월…44%는 “근로여건 불만”
국가데이터처가 올해 7월 발표한 2026년 5월 청년층 부가조사에서도 짧은 근속은 그대로 나타난다.
15~29세 청년 중 첫 일자리가 임금근로였던 경우 평균 근속기간은 1년 6.8개월, 첫 취업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1.2개월이었다. 첫 직장을 그만둔 가장 큰 이유는 보수·근로시간 등 ‘근로여건 불만족’(44.4%)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4일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35세 미만 청년이 일정 기간 근무한 뒤 자발적으로 이직해도 생애 한 차례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연내 고용보험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직 전 임금의 60%, 월 최대 100만원 수준이 검토안으로 제시됐다. 최소 근속기간 등 세부 기준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기존 구직급여의 최장 270일 지급 방식과는 다르게 설계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지난 9월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7년도 노동부 예산안에는 이 제도가 빠졌다. 당국은 자발적 이직자에게 구직급여를 지급하면 중소기업 이직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며 부작용을 막을 보완 방안을 마련한 뒤 다시 예산 반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법 개정을 거쳐 2027년 하반기 시행을 목표로 한다.
국회에도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 일정 요건을 충족한 청년 자발적 이직자에게 최초 1회에 한해 실업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같은 당 박홍배 의원도 올해 6월 청년이 자발적으로 이직한 경우 생애 한 차례 구직급여 수급자격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실업급여 계정 실질 -6조…재정이 발목
재정 여력이 변수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일 발표한 고용보험 제도개편 방안에 따르면 2025년 실업급여 계정 수입은 15조7000억원, 지출은 17조4000억원으로 1조8000억원 적자를 냈다.
장부상 적립금은 1조8000억원이지만, 공공자금관리기금 차입금 7조7000억원을 감안하면 실질 적립금은 약 6조원 적자다.
정부는 재정 보강에도 나섰다. 2027년부터 실업급여 계정의 노동자·사용자 보험료율을 각각 0.1%포인트씩 올려 현행 1.8%에서 2.0%로 인상한다.
2028년에는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 지출을 별도의 ‘일·가정 양립 계정’으로 분리해 실업급여 계정의 부담을 줄일 계획이다.
◆‘역차별’ 논란까지…최소 근속기간이 쟁점
제도 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실효성 논란도 커졌다. 이미 1년 미만 조기 퇴사 비율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구직급여까지 보장하면 오히려 조기 이직을 부추기는 유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는 “나라에서 주는 걸 못 타면 바보”라는 반응이 확산했다. 아직 첫 직장을 구하지 못한 미취업 청년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쟁점은 결국 최소 근속기간이다. 짧게 두면 구직급여를 노린 조기 퇴사를 유발할 수 있고, 길게 두면 첫 직장 미스매치를 해소한다는 제도 취지가 약해진다.
자발적 퇴사는 해고 등 비자발적 실업과 성격이 다른 만큼, 고용보험으로 지원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작 제도 자체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공청회 등 기본적인 공론화 절차조차 시작되지 못한 상태다.
모성보호 관련 법 개정과 고용서비스 혁신 등 다른 입법 과제에 하반기 국정감사 일정까지 겹치면서 연내 논의가 본격화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