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성과급을 둘러싼 사측과의 갈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삼성전자 노조들이 각종 의혹에 휩싸였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에선 최승호 위원장이 장인 업체와의 수억 원대 거래와 롯데백화점 포인트 적립 등 논란에 휩싸였고, 반도체 사업부와의 성과급 격차를 문제삼으며 들고 일어선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은 집행부 선출을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 성과급 교섭 과정에서 드러난 사업부간 갈등이 노동조합 내부 주도권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전 초기업 노조에 떠오른 ‘최승호 리스크’
1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초기업노조와 최 위원장을 둘러싼 리스크는 ‘아이러니’하게도 조합 내부에서 시작됐다. 초기업노조 회계를 맡아온 이송이 부위원장은 지난 16일 최 위원장 조합비 사용과 관련된 영수증 등을 공개하고 이를 수사기관에 제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조합비 사용처는 투명해야 하지만, 최 위원장이 직접 챙긴 지출일수록 증빙을 받기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우선 초기업 노조원이 모은 조합비로 결제된 약 1억1229만원 상당의 동탄 롯데백화점 영수증 41건 등에는 최 위원장의 것으로 추정되는 ‘최*호’ 명의의 포인트 적립 내역이 남아 있다. 적립 규모만 총 11만2286포인트다. 그뿐만 아니다. 초기업노조는 올해 3~4월 최 위원장 장인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집회용 물품 구매에 약 3억6793만원을 썼다. 또 물품 운반 과정에서 ‘처남 트럭 대여’ 대화 내역과 함께 20만원 상당 상품권이 지급된 정황도 제시됐다. 최 위원장은 “장인 업체 거래로 자신이나 가족에게 금전적 이익이 돌아간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 미가입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최 위원장 등이 검찰에 송치된 사건을 두고, 동행노조가 1만2000건 넘는 ‘엄벌 탄원서’를 모으자 초기업노조는 ‘선처 탄원서’ 확보에 나섰는데, 전자 서명 업체 이용에 조합비 약 2000만원을 책정했다. 노조는 신분 보장 등 규약을 근거로 들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셀프 선처’라는 지적이 나왔다.
내부 갈등도 점입가경이다. 이 부위원장은 “최 위원장이 내게 계속 ‘광주로 돌아가라’는 말을 해왔고, 이를 사실상 노조 활동 중단 요구로 받아들였다”는 입장이다. 그는 가전제품을 주로 생산하는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출신이다.
◆동행노조는 집행부 선출 두고 법적공방 예고
DS부문에 치우쳐진 성과급을 이유로 모인 동행노조는 차기 집행부 선출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일부 대의원이 현행 집행부의 독단적 운영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불법적인 위원장 선거 절차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법적·행정적 공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동행노조의 일부 운영위원과 대의원들은 전날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삼성전자 동행노조 위원장 권한대행 규약 위반에 따른 행정관청 시정명령’을 요청했다. 이들은 현재 동행노조 위원장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손모 부위원장이 노조 의결기구인 운영위원회의 권한을 무력화하고 노조 규약을 지속 위반해 조합을 독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동행노조는 오는 21일부터 28일까지 차기 노조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을 뽑는 선거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 14일에는 대의원회의를 열고 선거관리위원회 구성과 선거관리 규정 제정 안건을 표결에 부쳤다. 투표 결과 두 안건 모두 부결이 됐음에도 노조 집행부가 이를 무시하고 차기 위원장 선출 투표를 강행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대의원회의 승인 절차를 누락하고 '무자격 유령 선관위'가 부결된 규정을 근거로 선거를 강행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자 무효”라며 노동부에 긴급 행정지도와 즉각적인 위원장 선거 절차 중지 명령을 요청했다. 이들은 집행부가 안건으로 상정한 선거관리 규정에 조합 내 징계자 및 선거 방해 행위자에 대한 후보 자격 제한 규정이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며 특정 인사를 위해선거를 졸속으로 치르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부위원장 권한대행이 운영위원회 안건으로 정식 상정된 13건에 대해 회의 소집 등 안건 진행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며 직권남용 문제도 지적했다.
◆초기업 노조와 동행노조간 갈등도 심화
앞서 초기업노조는 “동행노조 텔레그램 소통방에서 삼성전자 임직원과 최 위원장을 대상으로 폭력적 표현과 비하 발언이 나왔다”며 동행노조 측에 공식 입장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특히 동행노조가 초기업 노조의 고발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초기업노조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 고발 관여 및 변호사 비용 지원 주장을 전면 부인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동행노조은 15일 입장문을 내고 초기업노조 내부 논란과 관련해 제기된 ‘동행이 고발했다’, ‘변호사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동행노조는 “근거 없는 허위사실의 반복적 유포에 대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며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 관계자들의 임직원 개인정보 무단 열람 사건에 대해서도 회사의 답변을 촉구했다. 현재 최 위원장을 비롯한 6명이 삼성전자 임직원 10만여명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열람하고 노조 가입 여부 등이 담긴 명단을 작성·관리한 혐의로 최근 검찰에 송치된 상태다. 동행노조는 “이 사건과 관련해 현재까지 엄벌 탄원서 1만5000건 이상을 확보했다”며 “이 정도면 침묵으로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교섭대표노조의 대표성과 공정대표의무 문제도 제기했다. 동행노조는 “특정 사업부문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다른 사업부문의 목소리를 배제한다면 삼성전자 전체를 대표하는 교섭대표노조라고 할 수 없다”며 공동교섭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초기업노조는 DS부문 노조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한편 2027년도 임금·단체협약에서 동행노조 등과 공동교섭단을 구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동행노조가 공동교섭 구조 마련을 요구하면서 교섭 방식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