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서·논술형 도입, 고교생 찬성 50%P ‘폭증’…학부모·교원은 신중론 [지금 교실은]

‘필요’ 의견 58.3%→55.5% 2.8%P 감소
고교생 50% “필요”…학부모 50% “불필요”
‘채점 공정성’ 우려 48.3% 달해

미래 대입제도 개편안의 핵심인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을 둘러싸고 신중론이 확산하고 있다. 공론화 과정(숙의)을 거치면서 서·논술형 평가 도입에 대한 필요 입장은 줄어든 반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 소폭 증가하면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교육계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특히 당사자인 학생들과 현장의 학부모·교원 간 온도 차가 극명하게 갈리는 데다, ‘채점 공정성’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지적되면서 실제 도입까지는 상당한 진통과 준비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서울 강남의 한 학원에서 수험생이 자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국민참여위원회가 진행한 대입제도 숙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능 서·논술형 문항 도입에 대해 숙의 참여자의 55.5%가 ‘필요하다(매우 필요+필요)’고 응답했다. 여전히 과반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숙의 과정을 거치기 전(58.3%)과 비교하면 찬성 비율은 2.8%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도입이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숙의 전 37.8%에서 숙의 후 41.7%로 3.9%포인트 증가했다.

 

내신 평가에서의 서·논술형 확대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고교 정기고사 내 서·논술형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72.8%로 집계됐으나, 이 역시 숙의 전(76.1%)보다 3.3%포인트 감소했다.

 

직능 및 연령별 동향을 살펴보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당사자인 10대 및 고등학생 그룹이다. 고등학생의 수능 서·논술형 도입 필요 응답은 숙의 전(0.0%)보다 숙의 후 50.0%로 무려 50.0%, 10대는 29.4%포인트 급증했다. 반면 유·초·중·고 학부모와 교원들은 반대 기류가 강해졌다. 유·초·중·고 학부모의 찬성 비율은 숙의 전 63.9%에서 숙의 후 50.0%로 13.9%포인트 하락했으며, 교원 그룹 역시 73.1%에서 53.8%로 19.2%포인트 대폭 감소했다. 교육 현장의 준비 부족과 대규모 평가에 따른 부담감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가장 큰 쟁점은 단연 ‘공정성’이다. 수능 서·논술형 도입 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3%가 ‘채점 공정성’을 꼽았다. 이어 사교육 확대 우려(13.9%)와 학교 교육을 통한 준비의 어려움(13.9%), 단기간 채점의 어려움(11.1%)이 뒤를 이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도입 방식과 시기에 대해서도 ‘신중 접근’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도입 방식에 대해서는 ‘일부 영역 도입 후 전 영역 확대’(36.7%)와 ‘일부 영역에만 도입’(30.0%)을 합쳐 66.7%가 부분 도입을 원했으며, 출제 비중 역시 ‘40% 미만’(42.8%)으로 낮게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도입 시기 역시 현 초등학교 1~2학년이 수능을 치르는 ‘2037~2038학년도’(39.4%)를 꼽은 비율이 가장 높아, 적어도 10년 이상의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참여자들은 서·논술형 평가가 수업 방식 변화나 사고력 향상 등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사고력·창의력 향상에 도움될 것이란 의견에 ‘동의한다’는 답변은 66.1%로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수업방식 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에도 71.7%가 동의했다. 다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사전 준비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내신 서·논술형 안착을 위해서는 ‘채점기준 제공 및 이의제기 절차 체계화’(4.65점/5점 기준)와 ‘이의제기 대응체계 마련’(4.69점)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다. 수능의 경우 ‘학교교육과정에 충실한 문항 출제’(4.57점)와 ‘채점기준 공개 및 이의제기 절차 확립’(4.59점)이 핵심 전제조건으로 꼽혔다.

 

김희정 중등교사노조 위원장은 “이번 숙의 결과는 도입 시기를 정한 것이 아니라 충분한 준비와 검증이 필요하다는 경고로 읽어야 한다”며 “국교위는 언제 도입할 것인지보다 무엇을 갖춰야 하고, 그 조건을 갖추지 못했을 때 어떻게 시행을 유보할 것인지부터 답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정부는 이번 공론화 숙의 결과를 바탕으로 세부 쟁점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고, 현장 토론회 및 온라인 의견수렴 결과를 분석해 오는 10월 본위원회에 최종 보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