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10분의 1로 압축…다윈의 진화론을 다시 읽다

종의 기원을 읽은 척할 수 있는 책/사라시나 이사오/이진원 옮김/2만원

 

찬물에서 수영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매일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는 습관을 들이면 추위에 강한 체질로 바뀔까. 찰스 다윈은 생물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습성’과 ‘생활 조건의 직접 작용’ 같은 개념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종의 기원’에서는 이런 내용이 여러 장에 흩어져 있어 처음 읽는 독자는 개념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사라시나 이사오/이진원 옮김/2만원

진화생물학자 사라시나 이사오의 ‘종의 기원을 읽은 척할 수 있는 책’ 은 바로 이런 어려움을 풀어준다. 1859년 출간된  다윈의 ‘종의 기원’을 원전과 같은 차례로 따라가며 핵심 내용을 약 10분의 1로 압축했다. 원문의 문장을 직접 번역해 인용하고, 책 곳곳에 흩어진 사례와 주장을 한데 모아 다윈의 생각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찬물 수영의 사례도 다윈의 시대와 오늘날의 차이를 이해하는 좋은 출발점이다. 다윈의 설명에는 생물이 습관을 통해 환경에 적응하고, 그 결과 몸의 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등장한다. 하지만 오늘날의 진화생물학은 개인이 살아가는 동안 얻은 변화와, 세대를 거쳐 유전되는 변화가 다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찬물 수영을 꾸준히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후천적 적응이 그대로 자녀에게 유전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생물은 어떻게 진화할까. 여기서 다윈의 핵심 개념인 자연선택이 등장한다. 같은 종의 개체들은 서로 조금씩 다른 유전적 특성을 가지고 있고, 그 가운데 특정 환경에서 생존과 번식에 유리한 특성을 가진 개체가 더 많은 자손을 남길 수 있다. 그 차이가 여러 세대에 걸쳐 축적되면 한 집단 전체의 특성이 달라진다.

 

가령 차가운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추위를 잘 견디는 특성을 유전적으로 가진 개체가 있다면, 다른 조건이 같을 때 그 개체가 생존하고 번식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여러 세대가 지나면서 이런 특성이 집단에 많아지는 것, 이것이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다. 한 사람이 찬물 수영을 해서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찬 환경에서 유리한 유전적 차이를 가진 개체들이 세대를 거쳐 더 많이 살아남는 과정이 진화인 셈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차이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다윈이 ‘습성’이나 ‘생활 조건의 직접 작용’ 등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살펴본 뒤, 유전학이 발전하면서 무엇이 새롭게 밝혀졌는지를 함께 설명한다. 덕분에 독자는 다윈의 이론을 무조건 옳다고 받아들이거나 반대로 오래된 오류라고 치부하지 않고, 19세기의 다윈이 제시한 통찰이 오늘날의 진화생물학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