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단속을 둘러싸고 공화당 내부에서 공개적인 거리두기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히스패닉 유권자가 다수인 지역구의 공화당 의원이 대규모 체포·추방의 집행 방식에 제동을 걸었다. 2024년 대선에서 히스패닉 유권자의 지지를 크게 끌어올렸던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민정책의 강도와 방식을 놓고 딜레마에 빠지고 있다.
플로리다주 제27선거구의 마리아 엘비라 샐러자르 공화당 하원의원은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단속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30초짜리 선거광고를 공개했다. 백악관을 배경으로 촬영한 광고에서 샐러자르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일부 이민단속 노력은 너무 멀리 나갔다”며 “2024년 당신이 백악관에 입성하는 데 힘을 보탰던 바로 그 히스패닉들이 오늘날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광고는 영어와 스페인어로 제작됐다.
샐러자르 의원은 또 지난 7월 이민세관단속국(ICE)에 구금된 약 5만명 가운데 절반이 범죄 전력이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민정책에 대해 보좌진이 하는 조언을 주의해서 들으라”고 촉구했다.
샐러자르 의원의 지역구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과 히스패닉 표심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지역이다.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를 중심으로 한 플로리다 제27선거구는 인구의 약 74%가 히스패닉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2024년 대선에서 약 15%포인트 차로 승리한 곳이다. 샐러자르 의원은 2024년 하원의원 선거에서도 약 20%포인트 차로 재선했지만, 올해 선거에서는 쿠바계 미국인이자 전직 방송기자인 민주당 후보 엘리엇 로드리게스와 맞붙는다.
샐러자르 의원은 그동안 강력한 국경통제와 이민법 집행에 반대해온 인물은 아니다. 다만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장기 거주 불법체류자에게 일정한 합법적 체류·취업 자격을 부여하는 이민개혁안을 추진하는 등 불법체류자 문제에 대한 별도의 해법을 주장해왔다. 이번 광고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통제나 불법이민 단속 자체를 전면 부정하기보다는 대규모 단속의 집행 방식에 선을 긋는 내용에 가깝다.
최근 잇따른 조사에서는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불법이민자 추방 자체와 트럼프 행정부의 실제 추방 집행 방식을 다르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악시오스가 17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히스패닉 유권자의 63%는 ‘불법이민자 추방’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추방을 집행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29%만 찬성했고 58%는 반대했다
악시오스가 하트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별도 조사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단속·추방에 대해 62%가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ICE에 대해서는 64%가 비호감이라고 답했다. 이 조사는 지난달 6~17일 17개 경합 하원 선거구의 히스패닉 등록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다만 악시오스는 이 같은 반감이 강력한 국경통제 자체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즉 히스패닉 유권자 사이에서 불법이민 문제에 대한 단속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대규모 체포와 추방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를 놓고는 상당한 거부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샐러자르 의원의 사례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을 둘러싼 공화당의 고민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024년 대선에서 히스패닉 유권자에게 상당한 지지를 얻었던 강경한 국경·이민 의제를 유지하면서도, 실제 단속 과정에서 나타나는 반발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으로서는 이민단속을 둘러싼 기존 지지층의 요구와 실제 단속 과정에서 불만을 느끼는 히스패닉 유권자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