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순’ 이상은, 이번엔 ‘골때녀’ 지휘봉…원더우먼 이끈 ‘포용 리더십’

가족여행 중 홀로 귀국…‘원더우먼2026’ 감독 맡아
맞춤 전술로 약체팀 반전…결승 진출 도전
2004 아테네 올림픽 주장…7경기서 44골
세 차례 수술 딛고 24년 현역…은퇴 후 지도·해설로
“몇 년 만에 떠난 가족여행이었는데, 가족들을 해외에 남겨두고 저 혼자 비행기를 타는 순간까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핸드볼을 더 많은 분들께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망설임 없이 달려왔습니다.”

 

특유의 친근하고 명쾌한 해설로 팬들을 만나온 이상은 핸드볼 해설위원이 이번에는 코트 위 지휘봉을 잡았다.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이 대한민국 핸드볼 대표팀의 아시안게임 선전을 기원해 마련한 ‘골때녀 핸드볼 컵대회’에서 ‘원더우먼2026’의 사령탑을 맡으면서다. 지난 2일부터 매주 방송되고 있는 이번 대회는 30일까지 총 4회에 걸쳐 전파를 탄다.

한국 핸드볼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의 주역 이상은 ‘원더우먼2026’ 감독이 핸드볼 코트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SBS 방송화면 캡처

원더우먼은 그동안 우승 경험이 없는 팀이다. 이상은 감독은 짧은 훈련 시간에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는 맞춤 전술을 짰다.

 

첫 경기부터 그의 지도 방식이 빛을 발했다. 원더우먼은 1-3으로 끌려갔지만 슈팅력이 좋은 목나경에게 과감한 슛을 주문했고, 동점골이 터졌다. 다시 리드를 내주자 출전 기회가 적었던 현진에게 “현진이를 보여주고 싶다. 얼마나 잘했느냐”라면서 굳은 신뢰를 보냈다. 현진은 곧바로 4-4 동점골을 합작했다. 이후 키썸과 목나경의 연속 득점으로 10-9 역전승을 거뒀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선수들과 동명 가수의 히트곡 ‘담다디’를 함께 부르며 승리를 자축했다.

 

지난 16일 방송된 준결승 액셔니스타전에서는 주전 선수의 부상이라는 변수에도 골키퍼까지 공격에 가담하는 ‘엠프티 골’(Empty Goal) 전술을 꺼내 들었다. 전반을 3-2로 앞섰고, 후반전은 오는 30일 방송될 예정이다.

 

이상은 감독은 “개개인 기량만 보면 상대 선수들의 체격과 체력이 좋아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6m에서 골대까지 공도 겨우 던지던 선수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첫 경기는 현장에서 맞춤 지시로 극복했고, 준결승부터는 상대 분석에 맞춘 전략이 주효했다”며 “한 번도 우승해보지 못한 팀인 만큼 선수들에게 반드시 우승을 안겨주고 싶다”고 했다. “촬영이 끝나고 2~3주가 지난 지금까지도 목이 쉴 만큼 진지하게 임했다”고도 말했다.

 

선수들을 지도하는 데에는 24년간 코트를 누빈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이 감독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2000 시드니 올림픽 4위와 대회 득점 2위를 거쳐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여자 핸드볼 대표팀 주장으로 출전했다. 레프트백과 센터백을 오가며 7경기 전 경기에 나서 44골을 넣었고 대회 득점 3위에 올랐다. 세 차례 수술을 견디면서도 선수 생활을 이어간 한국 여자핸드볼의 간판이었다.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이 그려낸 한국 여자 핸드볼의 영광 뒤에는 이 감독을 비롯한 실제 대표 선수들의 이야기가 있었다.

 

은퇴 후에는 육아에 전념하다 2015년부터 대한핸드볼협회(회장 곽노정)가 주관하는 핸드볼클럽 강사로 활동했다. 이후 방송 해설위원으로도 활동하며 선수 시절 쌓은 경험을 지도와 해설로 이어왔다. 이번에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직접 선수들을 이끌게 됐다.

한국 핸드볼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우생순)의 주역 이상은 ‘원더우먼2026’ 감독이 핸드볼 코트에서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SBS 방송화면 캡처

특히 훈련 시간이 부족한 초보 선수들의 부상을 막기 위해 몸싸움을 줄이고 안전하게 움직이는 기본기 지도에 힘을 쏟았다. 승패를 위한 전술만큼 처음 핸드볼을 접한 선수들이 종목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신경 썼다.

 

이 감독은 “서너 번의 훈련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들을 보며 핸드볼의 대중화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신했다”며 “핸드볼은 국민 여러분께 엄청난 박진감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스포츠”라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SBS 해설위원으로 아시안게임 중계를 앞둔 이 감독은 대표팀 후배들에게도 메시지를 보냈다. 여자 대표팀에는 “부담감을 떨치고 라이벌 일본을 넘어 반드시 아시아 정상을 되찾길 바란다”며 “일본의 기량이 올라왔지만 우리 후배들의 땀방울을 믿는다”고 굳건한 믿음을 드러냈다. 남자 대표팀에 대해서는 “역대 가장 빠른 스피드와 자신감을 갖춘 ‘역대급 전력’인 만큼 우승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우생순’의 선배로서 가슴 깊이 후배들의 금빛 슛을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