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기 아까워 몇 달째 쓰는 수세미, 코팅이 벗겨졌는데도 계속 쓰는 프라이팬, 전자레인지에 넣는 멜라민 그릇. 주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런 주방용품을 오래 썼다는 이유만으로 암이나 치매를 일으킨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지만, 살펴야 할 것은 사용 기간보다 재질과 사용 방식이다. 수세미에 세균이 얼마나 번식했는지, 빈 프라이팬을 과열하지 않았는지, 멜라민 그릇에 열을 가했는지, 알루미늄 용기에 산성 음식이나 짠 음식을 담았는지가 핵심이다.
◆수세미 세균 540억개…전체 평균 아닌 최대 측정값
주방 수세미는 물기와 음식물 찌꺼기가 남기 쉽고 내부 구조가 촘촘해 세균이 증식하기 좋다. 독일 푸르트반겐대 등 3개 기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사용 중인 주방 스펀지 수세미 14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현미경 분석에서 일부 조직의 세균 밀도는 1㎤당 최대 5.4×10¹⁰개, 약 540억개에 달했다. 수세미 한 개의 평균치가 아니라 특정 지점에서 나온 최고 수치다.
더 눈에 띄는 건 소독 효과다. 연구에 참여한 가정 중 전자레인지 가열이나 뜨거운 비눗물 세척 등으로 정기적으로 소독한 수세미에서 오히려 특정 세균군의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소독만으로 수세미의 세균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일주일 단위의 정기 교체를 제안했다. 냄새가 나거나 모양이 망가지고, 씻어도 음식물 찌꺼기가 남는다면 교체해야 한다.
◆생수 1L에 미세·나노플라스틱 24만개
플라스틱 생수병 관련 불안은 새 수치가 나올 때마다 커졌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은 2024년 미국에서 시판되는 생수 3개 브랜드를 조사해 1L당 평균 약 24만개(브랜드별 11만~40만개)의 플라스틱 입자를 검출했다고 국제학술지 PNAS에 발표했다.
이 가운데 약 90%는 기존 분석법으로 잡아내기 어려웠던 1마이크로미터 이하 나노플라스틱이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현재까지 식품과 물에서 검출된 수준의 미세·나노플라스틱이 인체에 위해를 준다고 입증할 만한 과학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표준화된 측정법이 아직 없다는 점도 FDA가 언급한 한계다.
◆긁힌 코팅보다 빈 팬 과열이 더 위험해
코팅이 벗겨진 프라이팬을 계속 쓰면 바로 독성 물질이 나온다는 설명이 흔하지만, 평가 기관들의 입장은 다르다.
독일 연방위해평가원(BfR)은 PTFE 코팅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입자를 우연히 삼키더라도 건강상 악영향은 예상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PTFE 자체는 반응성이 낮아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되기 때문이다. 대신 코팅이 심하게 벗겨지거나 갈라지는 등 눈에 띄는 손상이 생긴 팬은 교체하라고 권고한다. 싱가포르 식품청(SFA)도 같은 기준을 제시한다.
BfR이 더 강하게 경고하는 지점은 과열이다. PTFE 코팅은 약 360℃ 이상으로 가열되면 분해되면서 유해 가스를 방출할 수 있다. 특히 음식이나 물, 기름을 넣지 않은 빈 팬을 가스레인지나 인덕션에 올려두면 짧은 시간에 온도가 크게 오른다.
연기가 보이지 않아도 가스가 나올 수 있다. 코팅 팬은 비어 있는 상태로 오래 달구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멜라민은 뜨거운 음식, 알루미늄은 산·염분이 관건
멜라민 식기도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위험해지지 않는다. 변수는 열이다. BfR이 지난 7월 전면 개정한 평가에 따르면 멜라민-포름알데히드 수지 식기는 뜨거운 음식이나 액체를 담는 용도, 전자레인지 가열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
높은 온도와 산성 음식에 반복 노출되면 수지가 손상되면서 멜라민과 포름알데히드 용출량이 늘어날 수 있다. 광택이 사라지거나 표면이 손상된 제품은 교체해야 한다. 차갑거나 미지근한 음식에 쓸 때는 건강상 문제가 예상되지 않는다는 게 BfR의 현재 판단이다.
알루미늄은 산과 염분이 핵심 변수다. BfR은 알루미늄이 산이나 소금의 영향을 받으면 녹아 나올 수 있다고 설명하며, 코팅되지 않은 알루미늄 호일이나 용기에 산성이 강하거나 짠 음식을 넣어 가열하거나 장시간 보관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김치나 토마토처럼 산도가 높거나 양념이 많이 들어간 음식은 알루미늄 용기에 오래 담아두지 않는 게 좋다.
수세미는 소독에만 의존하지 말고 제때 교체해야 한다. 코팅 팬은 손상 여부를 살피는 것과 함께 빈 상태로 과열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멜라민 그릇은 가열을 피하고, 알루미늄 용기는 산성 음식이나 짠 음식과 오래 접촉하지 않도록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