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감염병 대응과 건강보험 정책을 이끌었던 정기석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서울 용산구보건소장으로 자리를 옮겨 주민들의 건강을 직접 돌보는 새로운 길을 시작했다.
차관급인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내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까지 맡았던 의료 전문가가 기초지방자치단체의 4급 상당 보건소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은 이례적이다.
정 전 이사장은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용산구보건소장 임명 사실을 통보받아 지난 15일부터 지방기술서기관(4급)으로 용산구보건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출발에 대해 “새내기 용산구보건소장으로서 지역을 위해 제가 기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다”며 “통합돌봄에도 최선을 다하고, 용산구 주민들이 최고의 보건의료 혜택을 실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 전 이사장의 이번 선택은 그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더욱 눈길을 끈다.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그는 한림대성심병원 교수와 병원장, 한림대의료원장 등을 거쳐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냈다. 감염병 전문가로서 국가 감염병 대응 정책의 중심에서 활동했으며, 코로나19 당시에는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과 특별대응단장 등을 맡아 방역 정책에 참여했다. 2023년 7월부터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맡아 건강보험 정책과 공단 운영을 총괄했다. 지난 6월 말 이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용산구보건소장 공모에 응모했으며, 3대 1의 경쟁률을 거쳐 임명됐다.
중앙정부의 감염병 대응부터 국민 의료보장체계까지 폭넓게 경험한 의료 전문가가 이제 지역 보건행정의 최일선에 서게 된 셈이다. 보건소는 중앙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이 주민들의 일상에서 실제로 구현되는 현장이다. 감염병 예방과 대응은 물론 예방접종, 건강증진, 만성질환 관리, 치매 예방, 정신건강, 취약계층 건강관리 등 주민들의 삶과 직접 맞닿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한다. 특히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돌봄 수요 확대 등으로 지역사회 중심의 보건의료와 통합돌봄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보건소의 역할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국가 보건의료 정책의 중심에서 일했던 정 전 이사장이 중앙의 높은 자리를 떠나 자치구 단위 주민들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현장으로 향하면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