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 땐 찔끔, 올릴 땐 두자릿수?…라면·밥·빵·과자까지 ‘줄인상’ [오늘의 Eat슈]

식품업계 도미노 인상…“원가 압박 영향”

라면과 즉석밥, 음료, 빵에 이어 과자 가격까지 오른다. 올해 상반기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일부 제품 가격을 내렸던 식품업계가 하반기 잇달아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다시 커지고 있다.

서울 소재 대형마트에 진열된 해태제과 홈런볼 모습. 뉴시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해태제과는 내달 1일부터 오예스와 홈런볼, 포키, 고향만두 등 25개 브랜드 제품 가격을 평균 7.8% 인상한다. 품목별로 스낵류 6개 브랜드와 초콜릿류 3개 브랜드 가격이 평균 9.8% 오르고, 비스킷류 11개 브랜드는 평균 9.4%, 캔디류 3개 브랜드는 평균 10.0% 인상된다. 고향만두 가격도 평균 7.8% 오른다.

 

소비자들이 자주 찾는 일부 제품은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했다. 자유시간(36g)은 1200원에서 1400원으로 16.7%, 포키(46g)는 1900원에서 2200원으로 15.8% 오른다. 홈런볼(46g)은 1900원에서 2000원으로, 오예스(360g)는 6600원에서 7000원으로 각각 인상된다. 고향만두(900g)는 9480원에서 1만380원으로 오른다.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중량을 줄이는 품목도 있다. 빠새와 오사쯔, 허니버터칩, 가루비감자칩, 아이스쿨 등 5개 브랜드 14개 품목은 중량을 축소한다.

 

해태제과는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제조원가와 물류비 부담이 커졌다고 밝혔다. 그동안 경영 효율화와 원가 절감으로 인상 요인을 흡수해왔지만 비용 상승을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 라면·밥부터 음료·빵까지…하반기 가격 인상 확산

 

해태제과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부터 식품업계 전반에서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소재 대형마트에 가공식품이 진열돼 있는 모습. 뉴스1

 

오뚜기는 지난 7월 카레와 당면, 케첩, 후추 등 29개 품목의 출고가를 올렸다. 평균 인상률은 카레와 케첩이 각각 6.1%, 당면 10%, 후추 17%다. CJ제일제당도 같은 달 대형마트에서 햇반과 만두, 생선구이 등 27개 품목 가격을 평균 8% 인상했다. 대표적으로 햇반은 12%, 생선구이는 8.4%, 만두는 4.6% 올랐다.

 

8월 들어서는 인상 움직임이 더욱 확산했다. 농심은 용기면과 스낵, 음료 등 43개 브랜드의 출고가를 평균 5.8% 올렸다. 코카콜라음료도 편의점에 공급하는 코카콜라와 스프라이트, 환타 등 52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7.2% 인상했다. 사조는 참치캔과 수산캔, 식용유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20% 올렸고, 풀무원은 만두와 김치, 냉동볶음밥, 소스 등 30개 품목 가격을 평균 6.7% 인상했다.

 

제빵업계도 인상 행렬에 동참했다. 뚜레쥬르도 빵과 케이크 76종 가격을 평균 8.2% 올렸고, 던킨은 도넛 39종을 평균 6.5% 인상했다. 파리바게뜨 역시 지난달 25일부터 빵과 케이크·디저트 127종 가격을 평균 5% 올렸다. 이달 들어서는 삼립이 빵 50여종의 가격을 평균 9%대로 인상했다.

 

이달에도 가격 인상은 이어지는 중이다. 동원F&B는 지난 1일부터 참치캔과 음료류 등 일부 제품 가격을 올렸다. 동원참치를 포함한 참치캔류는 평균 9%, 양반 오미자차 등 음료류는 평균 9~10% 인상됐다. 오뚜기도 같은 날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즉석밥 가격을 인상했다. 발아현미밥·발아흑미밥 3입은 6800원에서 8800원으로 29.4%, 오뚜기밥(210g)은 2000원에서 2400원으로 20% 올랐다.

 

◆ 상반기엔 내렸는데…원가 부담에 다시 인상

 

이는 올해 상반기 식품업계 분위기와 대조적이다. 지난 3월 주요 식품업체들은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맞춰 일부 제품 가격 인하에 나선 바 있다.

 

오리온은 배배와 오리온웨하스, 바이오캔디 등 3개 제품 가격을 평균 5.5% 인하했다. 롯데웰푸드도 제과·빙과·양산빵 등 9개 제품 가격을 평균 4.7% 낮췄다. 해태제과 역시 비스킷 제품 2종 가격을 평균 5.0% 내렸다.

안형준 국가데이터처장이 지난 18일 서울 소재 대형마트에서 추석 명절 주요 성수품의 수급 현황과 가격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제공

 

하지만 불과 수개월 만에 국제유가와 원재료 가격, 환율, 포장재·물류비 상승 등이 겹치면서 가격 인상 움직임이 다시 확산하는 모습이다.

 

식품업계는 원·부재료와 포장재, 물류비 등 제조 비용 상승을 주요 인상 원인으로 꼽았다. 특히 국제유가와 나프타 가격 상승은 식품 제조뿐 아니라 포장재와 물류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최근 농축산물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는 가운데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전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보다 3.1% 상승한 반면 농축산물 가격은 3.5% 하락했다. 생활물가지수 중 식품은 전년 동월 대비 0.8% 상승했다.

 

정부는 할인 행사를 확대하며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 나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8일 주요 식품기업들과 간담회를 열고 추석 성수기 물량 공급과 할인 행사 확대 등 물가 안정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CJ제일제당,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대상 등 20개 식품기업은 이달 라면과 만두, 식용유, 간편식 등 27개 품목군 4765개 제품을 최대 64% 할인 판매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요청 직후 해태제과가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하면서 하반기 식품업계의 가격 조정 움직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뿐 아니라 환율과 유가, 포장재, 물류비 등 여러 비용이 동시에 오르면서 업체들의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비용 부담이 장기화할 경우 일부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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