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권준영 기자] 3만석 규모의 경기장 객석에는 빈자리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개회식을 앞두고 관중석을 둘러봐도 좌석이 빼곡하게 들어찬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제20회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19일 막을 올린 가운데, 일본의 역사와 전통문화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화려한 무대가 펼쳐졌지만 객석의 분위기는 다소 차분했다. 행사 후반에는 북한을 비롯한 일부 선수단이 자리에서 일어나 경기장 밖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 개회식은 오후 6시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려 16일간의 열전에 들어갔다. 일본에서 하계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것은 1958년 도쿄, 1994년 히로시마 대회에 이어 세 번째이자 32년 만이다.
이번 대회는 다음 달 4일까지 43개 종목, 71개 세부 종목에서 469개의 금메달을 놓고 펼쳐진다. 아시아 45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난민팀을 포함해 1만명이 넘는 선수단이 참가한다.
개회식에는 커스티 코번트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셰이크 조안 빈 하마드 알사니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의장, 나루히토 일왕 부부, 조직위원장을 맡은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 등이 참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등이 현장을 찾았다.
대회 슬로건은 ‘하나의 아시아를 상상하라, 여기서 하나로’다. 나고야 출신 연출가 쓰쓰미 유키히코가 총감독을 맡은 개회식은 ‘하모닉 하트비트’를 콘셉트로 선수와 관중의 단결, 아시아의 다양성과 연대를 표현했다.
이날 약 2시간 동안 일본의 역사와 문화, 전통을 비롯해 산업·기술 발전을 소개하는 공연이 이어졌다. 심장박동을 형상화한 연출을 시작으로 일본 음악과 의상, 지역 문화유산 등이 무대에 올랐고 레이저와 드론, 인공지능(AI) 가수 등 첨단기술이 공연에 녹아들었다. 메인 무대는 아시아의 화합을 상징하는 하트 모양으로 꾸며졌다.
선수단 입장은 영문 국가명 순으로 진행됐다. 아프가니스탄이 가장 먼저 경기장에 들어섰고, 북한은 ‘DPR Korea’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이어 8번째로 입장했다. 여자 복싱 황효순과 남자 탁구 우태룡이 기수로 나선 북한 선수단은 밝은 표정으로 인공기를 흔들거나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Korea’라는 명칭으로 카자흐스탄과 쿠웨이트 사이 16번째로 경기장에 들어섰다. 탁구 신유빈과 조정 김동용이 공동기수로 태극기를 들고 행진을 이끌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40개 이상을 목표로 종합 3위 수성에 나선다.
OCA 난민팀이 45번째로 입장했고 개최국 일본은 마지막인 46번째로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 선수단이 들어서자 경기장 곳곳에서 큰 환호가 터져 나오며 한동안 차분했던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선수단 입장에 이어 조직위원장과 오무라 지사, 알사니 OCA 의장의 연설이 진행됐고, 나루히토 일왕이 공식 개회를 선언했다.
OCA기는 일본을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옮겼다. 유도 다니모토 아유미, 마라톤 다카하시 나오코, 수영 하기노 고스케, 카누 하네다 다쿠야, 레슬링 요시다 사오리, 농구 다나카 마키가 OCA기를 들고 입장해 일본 국기와 함께 게양했다. 선수 대표 선서는 육상 선수 다나카 유리와 아카마쓰 료이치가 맡았다.
개회식의 마지막은 성화가 장식했다. 1958년 도쿄와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이 열렸던 두 도시에서 각각 채화한 불꽃은 지난달 나고야성에서 하나로 합쳐진 뒤 아이치현 곳곳을 거쳐 이날 최종 봉송됐다.
레슬링 후지나미 아카리, 수영 기타지마 고스케, 육상 이토 고지, 배드민턴 다카하시 아야카를 거친 성화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해머던지기 금메달리스트 무로후시 고지에게 전달됐다. 무로후시 고지는 아버지이자 아시안게임 해머던지기 5회 금메달리스트인 무로후시 시게노부와 함께 성화대에 올라 최종 점화했다.
하트와 나고야성의 수호신으로 여겨지는 금빛 샤치호코를 형상화한 성화대에 불이 밝혀졌다. 이후 공연과 불꽃놀이가 이어지며 개회식의 막이 내렸다.
개회식의 화려한 무대와 달리 객석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기존 2만7000석에서 3만석으로 확장한 주경기장은 개막을 앞두고 일부 종목의 입장권 판매가 저조했던 데 이어 이날에도 관중 동원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개회식 후반에는 어수선한 장면도 나왔다. 오후 7시25분쯤 무대에 설치된 나고야성 모형을 중심으로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소개하는 공연이 진행되던 중 북한을 비롯한 일부 선수단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라운드 밖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후 성화 봉송과 점화가 진행될 때까지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각국 선수단은 경기 일정과 훈련 등을 고려해 개회식에 전체 인원을 보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 역시 1051명 규모의 선수단 가운데 이날 개회식에는 50명만 참가했다. 이날 개회식에 참석한 선수단 일부가 행사 도중 자리를 뜬 셈이다.
19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회식에서 관중석 곳곳에 빈자리가 보이고 있다. 나고야=연합뉴스
한국 선수단이 19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공원 육상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회식에 입장하고 있다. 나고야=연합늇,
현장의 빈자리는 대회를 둘러싼 관심도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개회식 하루 전인 18일 열린 남자농구 한국과 이란의 준결승전은 국내 중계에서 최고 시청률 0.9%에 그쳤다. 이번 대회 국내 중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였다. 대회 입장권 판매에서도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 7일 기준 41개 종목 가운데 10개 종목은 입장권 판매율이 6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회의 출발부터 운영을 둘러싼 잡음도 이어졌다. 선수단 숙박과 수송 문제가 개막 전부터 제기된 가운데 당초 계획했던 대규모 선수촌 건설이 취소되면서 호텔과 크루즈선, 컨테이너형 숙소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운영 체계가 바뀌었다. 숙소와 이동을 둘러싼 불만도 잇따랐다.
한국 선수단을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선수촌으로 활용되는 크루즈선 코스타 세레나의 환영 행사에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로 분장한 인물이 등장하면서 논란이 불거졌고, 대한체육회는 대회 조직위에 항의했다.
대회는 이제 개회식을 뒤로하고 본격적인 메달 경쟁에 들어간다.
한국은 41개 종목에 1051명의 선수단을 파견해 금메달 40개 이상을 목표로 내걸었다. 메달 레이스 첫날인 20일부터 근대5종과 테크볼 등에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이날 오후 7시40분에는 남자 농구 결승에서 한국과 일본이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