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규리그 3위에 오르며 가을야구를 했던 롯데. 이후론 가을잔치의 초대장을 받아들지 못하고 있다. 지난 시즌엔 전반기를 3위로 마치며 그 잔혹사가 깨지나 했으나 10승 투수였던 외인 터커 데이비슨을 방출한 뒤 데려온 빈스 벨라스케스가 역대 대체 외인 중 최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피칭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데이비슨이 마지막 승리투수가 된 이후 12연패에 빠지며 곤두박질치더니 결국 7위로 시즌을 마쳤다.
지난해엔 전반기에 가을 냄새라고 맡았지 올 시즌은 희망조차 없었다. 3~4월에 9승1무17패로 10위로 처지더니 단 한 번도 5강권 이내로 들어가보지도 못했다. 결국 올 시즌에도 롯데에게 가을야구란 닿을 수 없는 영역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KBO리그 10개 구단 중 가장 오랜 기간 가을야구를 해보지 못한 팀은 여전히 롯데다.
그러나 내년을 향한 희망적인 요소가 있다. ‘조선의 4번타자’라 불렸던 이대호의 은퇴 이후 토종 거포에 목이 말랐던 롯데에 드디어 20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거포가 등장했다. ‘포스트 이대호’라고 불렸으나 좀처럼 잠재력을 드러내지 못했던 한동희가 그 주인공. 경남고를 졸업하고 2018년 1차 지명으로 롯데의 유니폼을 입은 ‘성골 중의 성골’인 한동희는 지난 18일 NC전에서 솔로포를 터뜨리며 2022시즌 이대호(23홈런) 이후 처음으로 롯데에서 20홈런을 넘긴 타자가 됐다.
이튿날에도 한동희의 홈런쇼는 계속 됐다. 어쩌면 KT와 삼성의 치열한 선두싸움이 정리될지도 모를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한동희는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홈 경기에서 3-3으로 팽팽히 맞선 8회 선두타자로 나서 사토시(일본)의 시속 148km짜리 포심이 가운데로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받아쳐 중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이 홈런으로 팽팽했던 균형은 무너졌고, 결국 롯데는 5-3으로 승리했다.
한동희의 한 방으로 갈 길 바쁜 삼성은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이날 선두 KT가 두산을 15-3으로 대파해 시즌 성적을 77승4무47패로 끌어올리면서 2위 삼성(76승3무51패)와의 승차는 2.5경기 차로 벌어졌다.
상무 제대 후 첫 시즌을 보내고 있는 한동희는 전반기와 후반기가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전반기만 해도 내복사근, 햄스트링 부상에 시달려 50경기에서 타율 0.280 7홈런 24타점에 그쳤던 한동희는 후반기 들어 43경기에서 타율 0.313 14홈런 43타점으로 정확도와 파괴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모습이다. 후반기만 놓고 보면 홈런 2위에 타점 공동 2위, 1.002의 OPS도 리그 전체 6위다. 후반기 한동희는 롯데를 넘어 KBO리그 최정상급 타자다.
후반기 맹활약을 앞세워 시즌 전체 성적도 타율 0.296 21홈런 67타점 OPS는 0.888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장타율이 0.526을 기록 중인데, 데뷔 후 처음으로 5할대 장타율로 시즌을 마칠 게 유력해졌다.
한동희의 경남고 1년 후배인 노시환은 어느덧 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로 거듭났고,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11년 총액 307억원이라는 초대형 규모의 비FA 다년계약을 맺었다. 1년 후배를 따라가야 하는 한동희는 올 시즌 드디어 껍질을 깨고 나온 모습이다. 과연 내년 시즌 한동희는 롯데를 넘어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거듭날 수 있을까. 올 시즌 후반기에 보여준 모습만 보면 그 가능성은 꽤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