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브랜드들이 올가을 캐시미어와 울 같은 고급 소재에 유명 디자이너의 이름까지 전면에 내걸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기본 디자인을 앞세웠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소재와 실루엣을 끌어올려 한 단계 높은 소비층까지 잡으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오는 24일 영국 디자이너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디자인한 2026 가을·겨울(FW) UNIQLO : C 컬렉션을 선보인다. 공식 온라인 스토어와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며 일부 제품과 판매 매장은 다르다.
이번 컬렉션의 주제는 ‘부드러움에 담긴 정교함(Precision in Softness)’이다. 여유 있는 실루엣과 질감이 살아 있는 소재를 조합하고 브라운과 보르도, 옐로우, 블러시 핑크 등을 사용했다.
눈에 띄는 것은 캐시미어다. 켈러가 새롭게 해석한 플러피 캐시미어를 V넥 스웨터와 릴랙스 가디건, 베스트 등에 적용했다. 새 소프트 트라우저와 이탈리안 레더 롱 벨트도 핵심 제품으로 내세웠다. 유니클로 역시 이번 시즌 대표 제품으로 한층 풍성해진 캐시미어와 가죽 벨트 등을 꼽고 있다.
유니클로가 유명 디자이너를 일회성 협업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도 과거와 달라진 부분이다.
켈러는 지방시와 끌로에 등 글로벌 패션하우스를 거친 디자이너다. 현재 유니클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으면서 UNIQLO : C를 이끌고 있다. 유니클로가 기본 의류를 넘어 디자인 자체를 구매 이유로 만들려는 전략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런 움직임은 유니클로만의 얘기가 아니다.
H&M은 지난 5월 영국 디자이너 스텔라 매카트니와 협업 컬렉션을 출시했다. 두 브랜드의 협업은 2005년 이후 21년 만이다. 과거 인기 디자인을 그대로 복각하는 데 머물지 않고 오버사이즈 셔츠와 테일러링, 드레스와 가방 등에 스텔라 매카트니의 디자인을 다시 입혔다.
소재에도 공을 들였다. 재활용 원료와 인증 소재를 사용하고 일부 티셔츠와 후디, 셔츠와 팬츠에는 GOTS 인증 코튼을 적용했다. H&M은 이번 협업을 단순 한정판 판매를 넘어 지속가능한 소재를 시험하는 프로젝트로 설명했다.
COS는 아예 런웨이 방식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있다.
COS는 최근 미국 뉴욕에서 2026 FW 컬렉션을 공개했다. 긴 길이의 아우터와 정교한 테일러링, 실크 셔츠, 울 드레스 등을 앞세웠다. 남성 컬렉션에서는 100% 캐시미어로 만든 싱글 브레스티드 재킷도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서울 압구정로 매장을 포함한 주요 매장에서 컬렉션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소재와 디자인에는 명품 브랜드에서 볼 법한 요소를 넣는 방식이다.
유니클로 모회사 패스트리테일링도 이런 방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매 브랜드 GU는 올해 20주년을 맞아 전 마르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란체스코 리소를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했다.
리소는 프라다에서 약 10년간 경력을 쌓은 뒤 2016년부터 2025년까지 마르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다. GU는 그가 지휘한 첫 컬렉션인 26FW부터 상품 구성을 전면 개편하고 ‘플레이풀·클래식·미니멀·유틸리티·스포츠·코지’ 등 6개 스타일로 제품을 나눴다.
유명 디자이너를 불러 단기간 화제를 만드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H&M처럼 대형 협업을 이어가는 브랜드가 있는 반면 유니클로와 GU는 유명 디자이너에게 장기간 브랜드 방향까지 맡기는 쪽으로 범위를 넓혔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싸고 무난한 옷만으로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 어려워지면서 캐시미어와 울, 가죽 같은 소재와 유명 디자이너의 이름이 새로운 경쟁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가격은 대중적인 수준에 묶어두되 소비자가 옷을 집어 들 이유는 더 비싸게 만드는 전략이다. 올가을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의 경쟁이 가격표보다 소재와 디자인에서 더 뜨거워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