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BM 품은 3600t 잠수함…‘서희함’ 내부 가보니 [박수찬의 軍]

AIP·리튬전지 결합…추진 효율 3배 높여
평택함 첫 복합센서마스트…KDDX로 잇는다
잠수함 2척 동시 건조…AI 스마트공장 가동

지난 15일 경남 거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첫 승전고를 울린 옥포만에 자리잡은 거제사업장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K방산·조선의 핵심 기지로 거듭났다.

 

여의도 약 1.7배 면적인 490만㎡(약 150만평) 규모의 조선소 곳곳에선 숙련공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가운데 도크에 있던 선박이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장보고Ⅲ-배치Ⅱ 잠수함인 서희함이 진수식을 앞두고 경남 거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작업이 진행중이다. 한화오션 제공

조선소 한켠에는 군함을 건조하는 특수선사업부 시설들이 있었다.

 

별도의 보안점검을 받아야 입장이 가능할 정도로 엄격한 통제가 이뤄지는 특수선사업부엔 한국 해군의 장보고Ⅲ-배치Ⅱ 잠수함 서희함과 울산급 배치Ⅲ 호위함 5번함 평택함이 제작되고 있었다.

 

◆해군 미래 전력 핵심 호위함 완성 눈앞

 

한국 해군은 노후화한 호위함·초계함 대체를 위해 울산급 배치Ⅲ 사업을 진행중이다.

 

앞선 인천급 호위함(배치Ⅰ)이 낮은 가격과 단순함에 치중하느라 성능 부족 문제가 지적됐다.

 

대구급 호위함(배치Ⅱ)은 스텔스 성능과 공격력 강화에 집중하면서 승조원 거주성과 기술적 신뢰성에 상당한 문제가 발생한 바 있다.

 

충남급 호위함으로 불리는 울산급 배치Ⅲ는 탐지능력 등을 높이면서 승조원 편의를 더욱 배려했다는 평가다.

 

이날 특수선사업부 현장에선 울산급 배치Ⅲ 5번함 평택함과 6번함 건조가 이뤄지고 있었다.

 

울산급 배치Ⅲ 호위함 평택함이 예인선에 의해 경남 거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이동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은 2023년 7월 울산급 배치Ⅲ의 마지막 함정인 5·6번함 건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어 같은 해 11월 본계약을 체결했다.

 

조선소 현장에선 상부 구조물이 없는 상태인 6번함에서 작업자들이 갑판 위를 오가며 작업하는 모습이 보였다.

 

6번함은 내년 초 진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는 11월 진수식을 앞둔 평택함은 360도 전방위 탐지·추적·대응이 가능한 4면 고정형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와 적외선추적장비 등이 함께 내장된 복합센서마스트가 함 최상부에 설치되어 있었다.

 

복합센서마스트는 선진국의 최신 함정에서 엿보이는 통합마스트 기술이 적용된 국내 첫 마스트다.

 

통합마스트는 레이더, 전자전 장비, 통신 안테나, 항법·식별 장비 등 각종 센서와 안테나를 하나의 마스트 구조물 안이나 표면에 배치한 형태다. 스텔스 성능 강화 및 유지보수 효율성 증대 등의 효과가 있으나 설계 난도가 높다.

 

울산급 배치Ⅲ 호위함 평택함이 경남 거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플로팅 도크에 올려져 있다. 한화오션 제공

한국은 레이더와 적외선추적장비를 결합한 복합센서마스트를 울산급 배치Ⅲ에 적용, 관련 기술을 축적했다. 여기서 얻은 경험과 기술은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통합마스트 제작에 활용될 전망이다.

 

함수에 있어야 할 5인치 함포는 보이지 않았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다음달 초에 설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울산급 배치Ⅲ는 함포 외에도 한국형 수직발사체계(KLVS), 함대공·대함미사일, 전술함대지미사일, 장거리 대잠어뢰 등의 무장을 장착한다.

 

한화오션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평택함 안으로 들어갔다.

 

함 곳곳엔 작업용 장비·도구와 포장재가 있었고, 작업자의 더위를 식힐 송풍장치도 복도와 격실을 따라 설치되어 있었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수직발사대장치실이었다.

 

장보고Ⅲ-배치Ⅱ 잠수함이 수상 항해를 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울산급 배치Ⅲ는 16셀의 KLVS를 장착한다.

 

KLVS는 함 내에 기초가 될 부분을 설치하고, 배관·의장 등의 공사를 거쳐 KLVS 모듈을 설치한다. 현재 평택함은 설치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었다.

 

평택함의 센서와 더불어 해상작전헬기 등이 수집한 정보를 융합해 작전 명령을 내리는 전투정보실은 주요 장비가 아직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한 달 내 전원공급과 전투체계 설치를 하고 시운전을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와 손상 통제 등을 제어하는 중앙제어실 왼편에는 콘솔 5개와 대형 모니터 1개가 있었다.

 

작업자들이 콘솔 주변에서 점검 작업을 하고 있었다.

 

중앙제어실에선 리스크를 사전에 모니터링해서 대응하는 능력도 갖추게 된다.

 

한화오션은 평택함을 건조할 때, 지상의 공장에서 만드는 선체 블록을 대형화해서 함에 탑재하는 블록 수량을 절반 가량으로 줄였다.

 

이를 통해 작업 기간을 1∼2개월 단축하는 성과를 올렸다.

 

장보고Ⅲ-배치Ⅱ 잠수함 1번함인 장영실함이 경남 거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공개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바닷속 누비는 잠수함 전문성도 확보

 

특수선사업부 내 부두에선 다음달 진수식을 앞둔 잠수함 서희함이 정박해 있었다.

 

최근 태평양 횡단을 마친 잠수함 도산안창호함은 장보고Ⅲ-배치Ⅰ이다.

 

배치Ⅱ인 서희함은 3600t으로서 도산안창호함보다 대형화됐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10발을 탑재, 수백㎞ 떨어진 내륙 표적을 타격할 수 있다.

 

장보고Ⅲ-배치Ⅰ 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 내 사관침실. 서희함도 이와 유사한 형태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서희함은 한화오션이 개발한 공기불요추진체계(AIP)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리튬이온 전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잠수함이다.

 

이같은 추진체계는 세계 첫 사례로서, 도산안창호함보다 효율이 3배 높아졌다고 한화오션 측은 설명했다.

 

이외에 음파탐지기 성능을 개선해서 정보처리와 표적탐지 능력을 향상했고, 최신 소음저감 기술도 적용됐다.

 

한화오션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선체에서 내부로 이어진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서 함 중앙의 복도를 통과했다.

 

함 내에선 작업자들이 격실과 복도를 분주히 오갔다.

 

장비를 사용하는 소리와 누군가를 부르는 목소리, 작업 지시를 내리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복도를 지나니 넓은 공간이 나왔다. 함의 두뇌 격인 전투지휘실이었다.

 

양쪽 벽에 다수의 콘솔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경남 거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한화오션 제공

한화시스템이 만든 전투체계가 수집한 정보를 시현하면서 운용자가 각 기능을 통제하도록 지원하는 장비다.

 

오른쪽 콘솔들 위에는 모니터 3개가 있었다. 마스트에서 수집한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화오션 측은 설명했다.

 

배치Ⅱ에 쓰이는 전투체계는 지상파 항법장치, 링크(Link)-22 등 신규 항해·통신 계통을 추가로 연동해 작전능력을 강화했고, 말굽형 소나 등을 탑재해 표적 탐지능력과 정확도가 향상됐다.

 

서희함의 핵심 무장인 SLBM이 탑재될 수직발사관실로 이동했다.

 

발사관 10개가 있는 이곳에선 유사시 SLBM 발사 심도로 부상해서 SLBM을 수면쪽으로 밀어낸다. SLBM은 수면에서 공중으로 상승하면서 점화, 표적으로 날아간다.

 

이 과정은 전투지휘실에 있는 다기능 콘솔에 의한 원격조작으로 이뤄진다. 다만 수직발사관실 내 콘솔에서도 가능하다.

 

경남 거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내 플로팅 도크 전경. 한화오션 제공

서희함의 앞쪽에 있는 어뢰실에는 좌우로 어뢰 14발을 적재할 수 있다.

 

발사관에 6발을 장착하는 것을 감안하면 최대 20발을 실을 수 있다. 임무에 따라 기뢰나 대함미사일도 운용이 가능하다.

 

서희함은 장보고Ⅰ·Ⅱ 잠수함보다 승조원 거주성이 개선됐다.

 

샤워실을 갖췄고, 화장실도 1·2층에 구비되어 있다. 침대도 넉넉한 편이다.

 

세면과 수면 등에서 열악한 환경에 직면했던 장보고Ⅰ·Ⅱ와 비교하면 승조원 환경이 향상됐다는 평가다.

 

◆군함 건조 위한 첨단 기술 투자

 

군함을 건조·정비하는 작업은 지상에서도 이뤄진다.

 

특수선사업부 내 4공장은 잠수함은 물론 수상함의 실내 조립장으로도 쓰인다.

 

날씨에 관계없이 전천후 작업이 가능해 공기 단축 효과가 있다.

 

경남 거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내 공장에서 스마트 운송체계의 일부인 자동화로봇이 적재물을 운반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현장에선 울산급 배치Ⅲ 호위함 5·6번함과 배치Ⅳ 1·2번함 작업이 이뤄진다.

 

잠수함의 경우엔 3000t급 잠수함 2척 동시 건조 능력을 갖췄다.

 

공장 한쪽에선 장보고Ⅰ 잠수함 8번함 나대용함의 성능개량 작업이 한창이었다.

 

2000년에 취역한 나대용함은 오랜 기간 임무를 수행하면서 노후화 등이 진행됐다.

 

작업장 한쪽엔 잠수함에 장착됐던 수평타가 놓여있었는데, 따개비가 붙어있었다. 이는 함의 항해성능을 저하시킨다.

 

창정비를 겸하는 개량 작업은 주요 부품 교체 등을 통해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실제로 현장에선 공기압축기를 비롯한 탑재장비들이 포장된 채 놓여있었다.

 

다른 한쪽에선 장보고Ⅲ-배치Ⅱ 3번함 압력선체가 제작중이었다. 압력선체 7개를 결합하면 잠수함 1척을 만들 수 있다.

 

각각의 압력선체를 먼저 만들고 선체 외부에 각종 센서를 설치하는데 필요한 구조물을 추가한 뒤, 내부에 구조물 등을 채우고 나서 압력선체들을 용접으로 결합하는 방식이다.

 

현장에선 공정별로 작업이 진전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장 끝에는 선체 외형만 만들어져 있었고, 다른 한쪽 끝에는 내부에 구조물들이 가득 찬 모습이 보였다.

 

4공장은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통합관제 시스템을 운용중이다.

 

장애물 자동회피와 흔들림 방지, 지능형 인양물 정렬 등의 기능을 갖춘 스마트 크레인을 설치해 공장 운영 효율을 극대화했다. 

 

배관제작 공장에선 절단과 구부리는 작업이 자동화되어 있다.

 

이외에도 작업자 안전과 환경 개선을 위한 장치도 도입해 안전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한화오션측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