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을 겨냥해 “국민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계속 가고 있다”며 “전세 물량을 사라지게 만든 데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 시장은 전날 시사저널TV ‘전영기의 빅샷’에 출연해 “정부가 취하고 있는 정책은 앞으로도 부동산 가격을 올리면 올렸지 떨어뜨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지지율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게 부동산 가격인데, 이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지지율이 다시 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집값 평탄화? 무책임…죽어나는 건 서민들”
오 시장은 지난 18일 열린 이 대통령의 대국민 기자회견을 두고 “부동산 정책의 방향을 전환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적이 있지 않나”라며 “그런 상황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집값 격차가 줄어드는 현상을 이 대통령이 ‘평탄화’라고 표현한 것을 놓고는 “서울 전체의 부동산 가격을 균일하게 맞추는 게 정책의 목표가 될 수 있겠나”라며 “강남 지역의 가격이 조금 떨어지는 동시에 노원·도봉·강북과 구로·금천·관악 등은 엄청나게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수입은 정해져 있는데 주거비가 높아지면 교육비와 의료비 등 꼭 써야 할 생활비가 줄어든다”며 “서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일을 평탄화라는 말로 퉁치고 넘어가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서울의 집값 격차를 줄이면 시민이 좋아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은데 그 과정에서 죽어나는 건 서민들”이라며 “전세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든 사라지게 하겠다고 했든, 두 표현에 차이는 조금 있지만 근저에는 전세에 대해 썩 호의적이지 않다는 것인데 그 생각은 잘못됐다”고 날을 세웠다.
◆“서울 집값 급등 원인은 박원순…인정해야”
오 시장은 이 대통령이 서울 집값 급등의 원인으로 자신을 지목한 것에는 현재의 인허가 감소는 과거 정비구역 해제의 여파라고 반박했다. 그는 “김용범 전 정책실장에게도 전달했고 지난번 국무회의에서 제지당한 뒤 내용을 소상히 담은 보고서를 청와대에 보냈는데 일부러 알면서 저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2021년 서울시장으로 돌아오기 전 10년 동안 박원순 전 시장이 재개발·재건축 구역 389곳을 해제해 43만호를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을 전부 날렸다”며 “그 여파가 순차적으로 매년 수만호씩 공급 물량에 영향을 미치는데 아무리 설명해도 무시하고 똑같은 얘기를 반복한다”고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논란에는 “당시는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화되고 거래 건수도 급감하던 때였다”며 “해제 후 (시장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해 3개월 만에 재지정을 했고 이후 가격이 원상으로 잡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부동산 시장의 혼란이 제 책임이라면 시민들이 저를 시장으로 다시 뽑아주셨겠나”라며 “6·3 지방선거를 치르면서 정원오 후보도 그렇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틈만 나면 대통령과 똑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이는 지지자들을 보고 정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대통령은 자기 합리화에 빠져 전세 물량이 대폭 줄어들고 월세가 폭등하는 상황을 전세제도가 문제인 것처럼 치부하는데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며 “부동산 정책을 선거를 의식해 추진하거나 단기 효과를 노려 반복하면 시장은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용산공원 1㎝도 손대면 안 돼…아직 안심 일러”
오 시장은 정부가 검토 중인 용산공원 주변 주택 공급 방안에도 “1㎝도 손을 대면 안 된다”고 거듭 반대했다. 그는 “정부에서 아파트를 짓겠다고 아직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지역은 용산공원 최북단 방위사업청 부지와 군인아파트 부지”라며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아직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분명히 했다”고 짚었다.
홍 후보자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용산 미군기지 반환부지는 공원화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면서도 “기본 개념 위에 부수적으로 외곽 지역에 청년과 미래세대를 위한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 현실을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홍 후보자는 “아직 구체적인 대상 부지나 공급 물량을 계획한 것은 아니다”라며 “서울시와의 협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고 했다.
이에 오 시장은 “아직 안심하기 이르고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며 “녹지로 예정돼 있던 면적을 희생시켜 아파트를 짓겠다는 것은 전 세계 어느 도시 시장도 동의할 수 없는 야만적인 의사결정으로, 계속 설득하고 싸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공소 취소·항소심 거론…미래대응기금도 비판
오 시장은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가 공소 취소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법상 개헌을 해도 연임은 불가능한데 당연히 안 되는 일을 두고 많은 의혹을 증폭시킨 문제는 해소된 것 같다”면서도 “공소 취소 문제에는 아직 미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공소 취소에 동의하는 의원이 아직 민주당에 많을 텐데 김 전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에 취임하지 못한다고 해서 이를 포기했다는 신호로 읽을 국민이 몇 분이나 되겠나”라며 “공소 취소 특검을 고집하는 한 의혹은 계속 남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항소심과 관련해서는 최근 법정에서 공개된 명태균씨와 김한정씨 사이의 녹취를 유력한 증거로 꼽았다. 오 시장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김씨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000만원과 추징금 21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결심공판은 다음 달 2일, 선고는 같은 달 23일 예정돼 있다.
오 시장은 “명씨가 제가 여론조사를 시키고 김씨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했다고 법정에서 수십 번 말했는데 그 말이 거짓말이라는 게 녹취에서 여러 차례 반복된다”며 “민주당이나 특검 쪽에서는 녹취가 조작됐다고 하는데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반도체 세수 호황을 바탕으로 조성하는 미래대응기금에는 “잘못된 결정”이라며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는 국면에서는 국가 부채를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하는데 이재명정부는 정반대의 길을 택하면서 임기 중 경제성장률을 올리는 데만 집착하고 있다”고 직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