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 관련 신고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뿐 아니라 가해자의 재사육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법상 동물을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 징역형까지 가능하지만 실제 법원 선고에서는 벌금형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자가 처벌을 받은 뒤에도 다시 동물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제도적 한계로 지적되면서 국회에서는 일정 기간 동물의 사육·관리·보호를 금지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 동물학대 신고 늘었지만…실제 선고는 벌금형에 집중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경찰에 접수된 동물학대 관련 신고는 2021년 5491건에서 지난해 6545건으로 19.2% 증가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잔인한 방법으로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처벌 규정이 강화된 이후에도 실제 법원 선고에서는 벌금형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농식품부가 강 의원실에 제출한 ‘동물복지정책국장 업무인수인계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검찰 처분을 받은 4601명 가운데 기소된 사람은 2076명으로 기소율은 45.1%였다. 같은 기간 법원 1심에서 선고를 받은 416명 중 286명(68.8%)은 벌금형을 받았다.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29명(7.0%)으로 연평균 5.8명에 그쳤다. 이 밖에 징역형 집행유예가 76명, 벌금형 집행유예가 25명으로 집계됐다.
강 의원은 “농식품부는 법무부·경찰청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동물학대 사건의 수사와 처벌 실태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며 “상습 동물학대자의 동물 사육을 제한하고 재범을 관리하는 등 피해 동물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처벌이 끝나면 다시 키울 수 있다”…재학대 차단 위한 입법 추진
문제는 처벌 이후다. 현행 동물보호법상 학대자가 보호 비용을 부담하면 피학대동물을 반환받을 수 있어 처벌 이후에도 해당 동물을 다시 기르거나 다른 동물을 사육하는 것을 제한할 별도의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단법인 엔젤프로젝트에 따르면 최근 한 유튜버가 방송 중 반려견을 폭행하는 모습이 송출돼 신고된 사건에서 검찰이 벌금 200만원의 구약식 처분을 내렸지만, 이후 방송에서 다시 반려견을 폭행하는 모습이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회에서는 이 같은 재학대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동물사육금지명령’ 도입이 다시 추진되고 있다.
농해수위는 지난 2일 박홍근·한정애·송재봉·조은희·김건·한지아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6건의 동물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바탕으로 마련한 대안을 통과시켰다.
대안에는 동물학대범죄의 정의를 별도로 규정하고, 동물학대 혐의로 공소가 제기된 사람 가운데 재범 위험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법원이 1년 이상 5년 이하의 범위에서 동물의 사육·관리·보호를 금지하는 ‘동물사육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육금지명령을 위반해 다시 동물을 사육·관리·보호할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동물의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명령 집행은 보호관찰관이 맡는다. 보호관찰관이 사육금지명령 위반 사실을 확인하면 보호관찰소장이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해당 동물에 대한 보호조치를 요청하는 방식이다.
사육금지와 격리보호 제도가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동물보호법 전부개정 당시에도 관련 내용이 농해수위를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재산권과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와 무죄추정 원칙 위배 가능성 등이 제기되면서 최종 대안에서는 제외됐다.
이번 입법 추진에 대해 동물보호단체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동물복지국회포럼과 동물자유연대,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등은 공동성명을 내고 “동물사육금지명령은 동물을 반복적인 학대와 위험으로부터 보호할 최소한의 장치”라며 조속한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 국민 93.2% “강력 처벌·사육금지 찬성”…과학수사 체계도 강화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과 사육 제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도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농림축산식품부가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서 동물학대범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사육금지 조치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93.2%로 집계됐다. 2023년 89.7%보다 3.5%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반려인은 94.3%, 비반려인은 92.7%가 찬성해 반려동물 양육 여부에 따른 인식 차이도 크지 않았다.
동물학대 여부를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수의법의학 기반 과학수사 체계도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동물위생시험소 수의법의학센터는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동물 사체 26건을 감정해 외인사 16건과 내인사 9건의 사인을 규명했다. 한 반려견이 마당에서 숨진 채 발견돼 타살 의심 신고가 접수된 사건에서는 장기에서 살충제 성분을 검출해 ‘살충제 중독증’으로 사인을 판단했다. 해당 감정 결과는 경찰 수사의 주요 자료로 활용됐다.
반대로 길고양이가 토사물과 함께 폐사해 약물 중독에 의한 학대가 의심된 사건에서는 정밀검사 결과 고양이파보바이러스가 확인되면서 질병에 의한 폐사로 사건이 종결됐다.
이처럼 수의법의학은 동물의 사망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해 학대 여부를 판단하는 수사 과정에서 활용되고 있다.
남영희 경기도동물위생시험소장은 “수의법의학센터의 과학적 진단 시스템을 통해 동물학대를 예방하고 사회 전반의 동물보호 인식을 높이는 한편 정밀한 진단 역량을 바탕으로 동물학대 범죄 대응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