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에 미·중 회담… 세계 정상외교 슈퍼위크

유엔총회와 미·중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는 ‘정상외교 슈퍼위크’가 이번 주 펼쳐진다. 이란·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유가 상승으로 국제사회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각국 정상의 연쇄 회동이 전쟁 종식과 갈등 완화의 실마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제81차 유엔총회는 22일(현지시간) 일반토의에 돌입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날 연설에 나서고, 24일에는 백악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한다. 전쟁 해법과 미·중 무역 휴전 연장, 인공지능(AI) 안전 협력 등이 주요 의제로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5년 10월 30일 김해국제공항 내 나래마루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유엔총회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전쟁 관련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우선주의’와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해온 그가 7개월째 이어지는 전쟁을 끝낼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지가 관건이다. 최근 예멘의 친이란 무장정파 후티가 공세를 강화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의 해상 운송도 위협받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총회를 계기로 중동 국가 정상들과도 회담할 예정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23일 연설에 나선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메시지에 대한 이란의 답변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도 관전 포인트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을 위한 구체적인 유인책을 제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 고위 당국자는 18일 시 주석의 국빈방문 관련 전화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전화로든, 직접 만나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제 공은 상당히 북한 쪽에 넘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중국에 어떤 협조를 요청할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앞서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북·미 대화의 목표가 여전히 북한 비핵화인지 묻는 말에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답변을 피했다. 김 위원장을 대화로 끌어내려는 포석이라는 해석과 비핵화 의제가 뒤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 28일 유엔에서 연설할 것으로 예상되는 김선경 북한 외무성 부상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유엔총회에 불참하는 시 주석은 23일 워싱턴으로 향한다. 시 주석의 백악관 방문은 11년 만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인근 군 공항에 직접 나가 영접할 예정이다. 의전을 중시하는 중국에 이례적인 예우를 제공해 협상에서 협조를 끌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 뉴욕 유엔 본부. 로이터연합뉴스

24일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무역 휴전 연장이다. 양국은 올해 11월까지 서로 고율 관세 부과를 보류한 상태다. 11월 초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농산물·항공기의 대중국 판매 확대와 중국의 희토류·핵심광물 수출 확대 등 가시적인 성과를 원하고 있다. 또 이란전쟁에 따른 물가 상승 부담을 줄이기 위해 중국이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이 중시하는 대만 문제에서 미국의 입장이 달라질지도 주목된다.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에서 중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표현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시 주석에게는 성과가 될 수 있다.

 

최근 의제로 떠오른 AI 안전장치 마련을 둘러싼 논의도 예상된다. AI 개발이 통제하기 어려운 단계에 이르기 전에 양국이 안전과 규제에 관한 기본적인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양국 모두 AI를 패권 경쟁의 핵심 분야로 보고 있어 실제 합의에 이를지는 불투명하다.

 

이번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미·일 외교장관들이 만나 북극권 공동 활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는 일본 매체 보도도 나왔다. 20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MOU에는 “구체적 협력 분야를 논의할 실무기구 ‘북극·태평양 3개국 파트너십’(가칭)을 설립하고, 북극권에 영토가 있는 덴마크·노르웨이 등 8개국으로 구성된 ‘북극이사회’와 공조를 모색한다”는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요미우리는 “북극해 항로와 자원을 둘러싸고 중국, 러시아와의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과 동맹국인 한국, 일본이 협력을 통해 경제안보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해설했다.